미국 품 벗어나려는 사우디, 석유 필요한 중국…서로 '윈윈'할까

권영미 기자 2022. 12. 9.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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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서로 안정적인 석유 공급·수입국 원해…위안화 결제 가능성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8일(현지시간) 리야드에서 열린 환영식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악수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방문을 통해 사우디와 중국이 협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이 협력의 목적이 석유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거나 판매하고 더 나아가 달러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8일 미국 CNN은 약 7년만에 중국 최고 지도자가 사우디를 방문하고 있는 이 기간 동안 중국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7일~9일간 사우디를 방문중이다. 사우디 국영 SPA통신은 양국이 녹색 수소와 태양 에너지 등 투자 협정 34건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중국과 사우디는 서로 가장 큰 무역 파트너이자 중국은 세계 최대 석유 구입국, 사우디는 세계 최대 공급국이다. 중국 세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사우디와 중국의 양자 무역액은 873억 달러로 2020년보다 30% 증가했다.

무역의 대부분은 석유인데 2021년 중국이 사우디로부터 수입한 석유 수입액은 439억 달러다. 중국이 사우디로부터 수입한 상품 구입액의 77%나 된다. 사우디 전체 원유 수출의 25% 이상이 중국일 정도로 중국은 사우디의 대형 고객이다.

사우디는 전통적으로 미국의 맹방이었지만 이 관계는 최근 몇년 흔들리고 있었다. 정치적인 이유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미국의 청정에너지로의 전환, 최근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로 양국 관계는 삐걱거리게 됐다.

중국 입장에서 석유와 천연가스 확보는 중요한 문제다. 중국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석유 소비량의 72%가 수입됐다. 천연가스 수요의 44%도 해외에서 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서방의 규제 때문에 몇 달 동안 러시아는 필사적으로 다른 고객을 찾아야 했는데 그 새로운 고객은 중국이었다.

지난 5~7월 중국의 1위 석유 공급국은 러시아였다가 8월에 사우디는 다시 1위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서는 중국이 같은 공산주의 국가인 러시아로부터 석유를 값싸게 공급받을 수 있지만 두 나라의 관계가 영원히 좋을 수는 없기에 중국이 공급망을 다양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사우디의 경우는 중국이 자국의 충성스러운 고객으로 남게 하는 것이 목표다. 제재 때문에 대폭 할인되어 공급되는 러시아산과 이란산 원유 때문에 중국을 믿을만한 파트너로 붙잡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나라의 이해관계는 이같이 맞아떨어진다.

유가를 달러가 아닌 위안화로 책정하는 것도 이번에 두 나라간의 협의 사항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가 중국에 판매하는 석유의 가격을 미국 달러가 아닌 위안화로 책정하기 위해 중국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사우디는 미국의 안전 보장에 대한 대가로 미 달러로만 석유를 팔고 일부 보유고를 미국 재무부가 보유하도록 하는 '페트로 달러 시스템'을 따르고 있다. 이는 미 달러에 세계적 영향력과 지위를 보장해왔는데 이제 그 지불 화폐를 바꾸려고 시도한다는 의미다.

이탈리아 국제문제 싱크탱크 ISPI의 나세르 알 타미미 선임연구원은 "조만간 사우디가 자국 석유 일부를 팔고 중국 위안화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중국이 사우디의 최고 교역국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전문가들은 이 문제가 미국에게 매우 민감할 뿐 아니라 사우디로서도 미국의 역할을 중국이 대체토록 하는 것은 너무 이른 것이라고 본다.

세계 안보 분석 연구소의 공동 책임자인 갈 루프트는 "대부분의 사우디인들에게 중국은 새로운 존재다. 반면 미국은 사우디인들이 75년 동안 세계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의 기초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중국에 판매하는 석유에 대해 위안화로 책정하는 것은 논의되거나 실행될 수 있지만 달러를 위협할 정도로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미 코넬 대학의 에스워 프라사드 교수는 중국, 러시아, 사우디와 같은 나라들은 모두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를 열망하고 있지만 "다른 대안이 없고 기꺼이 이들 국가의 금융시장과 정부를 믿고 투자하는 국제 투자자가 거의 없다. 달러의 지배력은 위협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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