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안전지대는 없다

2022. 12. 9.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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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질병관리청입니다. 안전한 질병관리 및 코로나 백신 접종과 관련해 고객님의 정보 확인이 필요해 연락드렸습니다. OOO님 맞으세요? 주민번호와 발급 일자 확인 부탁드립니다."

질병관리청 전화번호로 걸려온 전화에 이모님은 홀린 듯이 개인정보를 말했고, 통화가 끝난 뒤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는 벌써 이모님 명의로 휴대폰이 개통된 다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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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질병관리청입니다. 안전한 질병관리 및 코로나 백신 접종과 관련해 고객님의 정보 확인이 필요해 연락드렸습니다. OOO님 맞으세요? 주민번호와 발급 일자 확인 부탁드립니다.”

질병관리청 전화번호로 걸려온 전화에 이모님은 홀린 듯이 개인정보를 말했고, 통화가 끝난 뒤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는 벌써 이모님 명의로 휴대폰이 개통된 다음이었다. 바로 몇십 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부랴부랴 경찰서에 신고를 하고, 금융기관에 계좌 지급정지 요청을 한 다음에는 개통된 휴대폰의 통신사를 찾기 위해 고객센터 전화는 물론이고 대리점까지 달려갔다.

보이스피싱의 마수에 언제든 걸려들 수 있다.(출처=픽사베이)

이모님은 평생 장사를 했다. 셈이 밝고, 옆 가게 사장님이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한 걸 지켜봤던 지라 이에 대한 경각심도 높았다. 다행히 피해 금액은 불법 개통된 휴대폰의 하루치 통신요금 약 1800원이 전부였지만 요즘은 이렇게 개통한 휴대폰으로 인증을 거쳐 계좌의 돈을 빼앗는 것은 물론, 대출, 가상 자산까지 조회해 탈취하는 ‘영끌피싱’ 때문에 피해액이 복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고 경찰서에서 말했다.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은 코로나19 같은 사회적 이슈는 물론이고 연령과 성별에 맞는 시나리오를 가지고 우리에게 접근해 온다. 20대에게는 취업이나 학자금 대출과 관련 내용을, 30대 남성에게는 대출금 이야기를, 40~50대 여성에게는 자녀인 척하며 접근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우체국을 비롯해 정부부처를 사칭한 보이스피싱이 기승이다.(출처=우체국 금융 홈페이지)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채널 이용이 증가하면서 가족, 친구 등 지인을 사칭하며 문자로 접근하는 메신저 피싱이 많은데, ‘엄마 난데, 핸드폰이 망가져서 통화가 안 돼~’로 시작하는 시나리오 속에는 ‘식사는 하셨어?’라고 안부까지 묻는 대사까지 등장한다. 

또 정부 지원금 수령 등을 빙자하며 보내는 URL로 악성 앱을 설치하라는 사례나, 중고 거래 등을 하기 위해 올려 둔 계좌번호에 돈을 입금하고, 해당 계좌를 신고해 사용하지 못하게 한 다음 고액을 주지 않으면 신고를 풀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사례까지 보고되고 있다. 사기 계좌 신고 제도를 역이용한 악질적인 범행이라고 할 수 있다.

금감원은 보이스피싱 홍보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금융협회, 중앙회 등과 공동으로 보이스피싱 사이버 체험관을 운영하고 있다.(출처=보이스피싱 사이버 체험관)

오늘도 나는 창구에서 고액의 현금을 찾는 손님께 물었다. “혹시, 검사, 검찰 수사관, 금융감독원 혹은 대출에 필요하다며 현금을 가지고 오라는 안내를 받진 않으셨나요? 가족, 지인이 카오톡이나 문자 메시지를 통해 현금을 보내달라고 요청했거나, 보내준 URL을 눌러 앱을 설치하진 않으셨나요? 다시 한번 제가 드린 서류를 잘 읽어봐 주세요.” 

그러면 이렇게 말씀하신다. “아유, 보이스피싱 아니에요. 하긴, 우리 식구들 중에도 당한 사람이 있더라니까? 그런데, 나는 안 당해. 내가 한번 전화받아서 걔네를 얼마나 혼내줬는데!”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허술했던 사기 멘트와 상담원의 말투를 떠올리며 ‘나는 당하지 않는다’라고 자신한다. 이날 내가 만난 손님은 다행히 피해를 입지 않으셨다고 해 다행이었지만 걱정이 됐다. 나에게도 하루에 몇 번씩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고, 알 수 없는 URL이 적힌 문자가 수십 통 도착한다. 개중에는 호기심이 들거나, 정말 그렇듯 해서 눌러보고 싶거나 고소됐다는 말에 가슴이 철렁해 다시 전화를 해보고 싶은 충동이 드는 것도 있다. 그럴 때마다 한 번씩 더 생각한다. 정말일까? 이게 맞는 걸까?

보이스피싱 피해예방 10개명.(출처=금융감독원)

보이스피싱에 예외는 없다고 생각한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라는 속담처럼, 우리의 전화기를 멋대로 두드리는 ‘그놈 목소리’들을 이제는 우리가 끊임없는 의심과 확인으로 무섭게 두들겨 줄 때이다.

보이스피싱 사이버 체험관 :  https://www.fss.or.kr/fss/pk/index.html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가지영 sm36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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