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올 겨울 걱정 없겠네” 연탄나눔 봉사활동에 백발 노인 ‘웃음꽃’

김태호 기자 입력 2022. 12. 9. 14:31 수정 2022. 12. 9. 14:3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 제기동서 연탄나눔 봉사활동 체험
개인봉사자 47명과 연탄 2600장 나눠줘
연탄 사용가구 “올 겨울 걱정 없어… 고맙다”
”후원·봉사 작년보다 감소… 연탄 부족”
지난 7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에서 기자가 연탄나눔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서울연탄은행 제공

“끙”

등에 멘 나무지게에 연탄 6장을 얹으면 목 천장을 울리는 소리가 절로 난다. 연탄 하나의 무게는 3.65kg. 6장을 합치면 21.9kg이다. 22kg의 무게가 실린 지게끈이 팽팽하게 어깨를 짓누른다. 목 근육은 뻣뻣해진다. 기우뚱한 자세로 걸으며 도착한 낡은 주택. 백발이 새고 허리가 굽은 노인이 손뼉을 치며 연탄을 맞이한다.

지난 7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에서 진행된 서울연탄은행의 연탄나눔 봉사활동에 기자가 직접 참여했다. 이날 봉사활동엔 개인봉사자 47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오전 10시부터 약 1시간 30분에 걸쳐 연탄 2600장을 저소득층 가구 10곳에 나누는 일을 도왔다.

연탄봉사는 이른 아침 수혜 가구를 확인하는 일로 시작한다. 이날 오전 8시 30분 기자와 서울연탄은행 관계자들은 제기동 일대를 돌며 연탄을 받을 가구를 방문했다. 노후주택이 밀집된 곳이었다. 삐걱거리는 철문을 통과하면 세월의 때가 낀 회갈색 벽에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단층집이 보인다. 문을 두드리면 이곳에 사는 노인은 반가운 목소리로 “연탄은 여기 창고 안에 두면 된다”며 안내한다.

연탄은행은 자체적으로 지역의 연탄 사용 가구를 조사해 연탄나눔 가구를 선정한다. 서울연탄은행에 따르면 서울에 약 1600가구가 연탄을 때고 있다. 연탄 사용 가구의 경우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하루에 최소 3장의 연탄이 필요하다. 이들은 짧게는 3월, 길게는 장마철까지 연탄을 때운다.

오전 10시쯤 개인봉사자들이 속속 모이기 시작했다. 학생, 직장인, 가정주부 등 다양한 사람들이 연탄나눔 봉사에 참여했다. 이날 최저기온은 섭씨 1도가량으로 쌀쌀한 초겨울 날씨였지만 봉사에 참여한 이들은 소풍을 나온 듯 즐거운 표정을 머금었다.

미용학원 원생인 이경언(27)씨는 “이번이 두번째 연탄나눔봉사”라며 “이전부터 오고 싶었는데 마침 학원에서 다 같이 가자는 이야기가 나와서 오게 됐다”고 말했다. 가족의 손을 잡고 온 이들도 있었다. 경기 군포시에서 온 이지훈(11)군은 “연탄나눔을 직접 체험해보고 싶어서 엄마와 함께 서울까지 왔다”고 했다.

연탄나눔의 역할은 크게 3가지인데, 분배, 지게, 적재다. 분배는 쌓여 있는 연탄을 지게에 실어주는 역할이다. 지게는 4~8개의 연탄을 지게에 싣고 각 가정으로 나른다. 적재는 지게가 싣고 온 연탄을 창고에 쌓는다. 기자는 연탄을 6개 실을 수 있는 지게를 맸다. 약 1시간 30분 동안 10여회 걸쳐 연탄을 날랐다. 어깨가 뻣뻣하게 굳고 허리가 땅기는 게 군 복무 당시 군장을 메고 걷는 기분이다.

3.65kg짜리 옹골찬 연탄을 옮기고 쌓다 보면 모두 말이 없어진다. 자연스레 어깨와 팔 근육에 피로가 쌓이기 때문이다. 다만 봉사자들은 모두 “감사하다”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지게에 연탄을 실어줄 때, 연탄을 창고 안에 내려놓을 때, 봉사자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연거푸 반복했다. 1시간 30분 동안 게으름이나 요령을 피우는 이 없이 봉사자들은 서로 사진도 찍어주며 즐거운 마음으로 연탄을 날랐다.

지난 7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에서 연탄나눔 봉사활동이 진행됐다. 사진은 봉사자들이 나른 연탄을 가정집 한 곳에 쌓는 모습./김태호 기자

고맙다는 인사는 연탄을 받는 가구에서도 나왔다. 연탄을 받는 노인들은 ‘올 겨울 걱정이 없겠다’며 기뻐했다. 올해로 5년째 연탄을 받는 박영웅(78)씨는 “수고하는 봉사자들한테 음료수라도 줘야 하는데 미안할 지경”이라며 “연탄을 받아 겨울 난방비도 아낄 수 있고 남는 연탄이 있으면 이웃들에게 나누기도 한다”고 했다. 나금임(85)씨는 “1년에 연탄을 3~4번 정도 받는데 그러면 내년 5월까지 추위 걱정은 없다”며 “빠듯한 생활비를 아껴 밥값에 돈을 더 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노인들의 감사 인사에 봉사자들은 뿌듯함을 만끽했다. 이날 연탄나눔 봉사에 참여한 이들은 ‘몸은 힘들었지만 그보다는 뿌듯한 마음이 더 컸다’고 말했다. 학원 강사인 윤애진(28)씨는 “크게 돈을 들이지 않아도 기뻐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며 “전에는 한 어르신이 따뜻한 커피를 타 주며 고맙다고 인사를 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은재(33)씨는 “연차를 써야 하는데 뜻깊은 곳에 쓰고 싶어서 회사 동료와 함께 휴가를 내고 왔다”며 “연탄이 무거웠지만 뿌듯했다”고 전했다.

한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과 경기 침체 영향으로 연탄 후원과 봉사가 줄고 있는 실정이다. 위현진 서울연탄은행 간사는 “코로나19로 인한 제한이 해제되면서 후원 및 봉사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연이어 닥친 경제 불황으로 올해도 연탄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올해 12월 기준으로 후원 및 봉사가 지난해보다 57% 감소했다”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 Copyrights ⓒ 조선비즈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