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공원의 축구 현장] OTT와 베팅 결합한 DAZN의 투자가 만든 일본 축구의 대성공

박공원 칼럼니스트 2022. 12. 9.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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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 박공원의 축구 현장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가장 시선을 모은 팀이 있다면 이웃나라 일본일 것이다. 독일·스페인·코스타리카와 E그룹에서 경쟁하게 된 탓에 당초 16강 진출이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나, 일본은 16강에 올랐다. 심지어 독일·스페인에게 연거푸 승리하며 만든 결과였기에 더 놀랐다.

뿐만 아니라 16강에서도 크로아티아와 승부차기까지 혈투를 벌였다. 비록 지긴 했어도 월드컵 무대에서 강자가 됐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한 대회였음을 부인하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서로 경쟁하며 발전해 온 한·일 축구의 역사와 관계 때문에 일본의 성공에 대해 여러 각도에서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다. 가장 공감이 갔던 부분은 바로 자본의 힘이다. 일본은 축구를 통한 수익 발전을 이뤄, 그 수익으로 더 강하고 우수한 선수들을 길러내는 토대를 만들어냈다.

지난 2017년 일본 J리그는 영국 미디어 그룹 DAZN과 10년간 2,100억 엔(당시 환율로 한화 약 2조 1,000억 원)이라는 거액의 중계권 계약을 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그 계약 기간을 2년 늘렸으며, 계약 총액은 2,239억 4,600만 엔(약 2조 1,783억 원)이 됐다.

당시에도 일본 J리그가 도대체 어떻게 저런 초대박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는지에 대해 많은 얘기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단순히 경기력은 K리그가 더 좋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기도 했고, 당시 일본에서 자리를 잡아가던 OTT 서비스에서 큰 수익을 노리기 위함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었다.

일단 영국의 DAZN이라는 기업부터 알 필요가 있다. 이 회사는 2007년에 설립된 인터넷 스트리밍 기업이며, 골닷컴 등 미디어와 기타 관련 사업체를 인수하며 거대 스포츠 플래폼 기업으로 성장했다. 회사의 근본이 스트리밍 방송이라고 생각해 OTT 서비스를 위한 투자라고도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진짜 본질은 '베팅'이다.

아시아에는 여러 축구 리그가 있지만 일본 J리그는 유럽에서 엔터테이먼트한 요소는 없지만 승부조작이 없는 공정한 리그라는 이미지가 상당히 강하다. 영국 DAZN이 바로 이 점을 주목했다. 점점 영향력을 늘려나가고 있는 스마트폰 OTT에 베팅을 결합했다. 단순히 중계뿐만 아니라 경기를 보면서 베팅까지 하는 이들까지 최대한 품어 극도로 수익성을 추구한 것이다.

그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최적의 리그가 바로 일본 J리그였다. 유럽에서 일본 J리그는 재미가 없을지언정 스포츠 승부 조작은 없는 깨끗한 리그라는 인식이 강하다. 또한 현재 상업적 측면에서 가장 급성장중인 아시아 리그에서 톱 레벨로 인정받는 실력 역시 DAZN을 자극했다.

일본은 DAZN의 막대한 중계권료 투자를 상당히 영리하게 활용했다. 이 금액은 당연히 일본 J리그의 유소년 육성 자금으로 많이 쓰인다. 하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일본 J리그는 각 클럽에 되도록 공평하게 주어졌던 분배금 배분 방식을 조정했다. 간단히 순위에 따라 성적이 우수한 팀에 분배금을 몰아주는 형식이다.

불공평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속을 살피면 그렇지 않다. 어쩌면 불공평함을 지렛대로 삼아 리그의 전반적인 상향 평준화를 꾀하고 있다. 일례로 현재 일본 J리그의 우승 상금은 약 3억 엔(약 28억 원)에 불과하다. K리그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오지만, J리그 역시 우승 상금 자체로는 별 메리트가 없다. 하지만 이 중계권료 차등 분배를 통해 이 약점을 극복할 수 있다.

이를테면 J1리그에서 우승하게 될 경우 3년 간 15억 5,000만 엔(약 148억 3,000만 원)을 받게 된다. 1년 차에는 10억 엔(약 95억 원), 2년 차에 4억 엔(약 38억 원), 1년 차에 1억 5,000만 엔(약 14억 3,000만 엔)을 받는 식이다. 일단 정상을 찍으면 3년 동안 우승 상금까지 포함해 200억 원에 달하는 수익을 내는 것이다.

이처럼 넉넉한 예산을 확보할 경우 유스는 물론 A팀에 재투자할 수 있다. 각 팀에 최대한 좋은 성적을 내야만 하는 당위성을 부여한 것이다. 이를 통해 소위 리그를 지배하는 '빅 클럽'의 등장을 도모하고 있으며, 상당수의 일본 J리그 클럽들이 이에 도전하고 있다.

각 팀마다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아끼지 않는 노력에 비례해 많은 돈을 거머쥘 수 있으니, 우수 선수 육성과 발굴이 뒤따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적극적인 유럽 진출까지 장려하고 있으니 기초부터 튼튼해진 일본 선수들의 어깨에 날개가 달리게 된 셈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지난 10년간 산업적 측면에서 흥하게 되는 토대 속에서 일본 축구가 성공을 거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단순히 한국 축구의 요람이기에 K리그 관심이 필요하다는 식의 접근에 그치고 있는 한국이 배워야 할 부분이라 본다.

글=박공원 칼럼니스트(現 대한축구협회 이사)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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