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87억 새 캡틴' 양키스 9년 이끈다, '지터'로 진화할 수 있나

노재형 2022. 12. 9.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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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양키스 애런 분 감독(오른쪽)은 애런 저지가 계약기간 동안 중심타자와 리더로 제 몫을 할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있다. 저지는 이제 양키스 선수단 캡틴 완장을 찬다. AF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애런 저지가 9년 3억6000만달러(약 4687억원)에 뉴욕 양키스 잔류를 선택했다. 후폭풍이 거세다. 같은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10년 4억달러를 베팅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들러리였던 셈이다.

투수와 하면 "미친 짓"이라고 하는 장기계약은 타자에게는 흔히 있는 일이다. 9년 이상의 장기계약을 맺은 역대 28명 중 투수는 양키스 게릿 콜 1명 뿐이다. 콜은 2019년 12월 9년 3억2400만달러에 계약했다. 투수는 타자보다 부상 빈도가 잦고, 재활에 시간이 더 걸리며 전성기도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계약기간 9년 이상을 소화한 타자를 기준으로 가장 모범적인 장기계약의 주인공은 누굴까. 시대와 소속팀이 다르고 평가 방법도 다양해 콕 찍어 말하기는 어려우나, 데릭 지터와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아닐까 한다.

지터는 2001년 1월 10년 1억8900만달러에 양키스와 연장계약을 맺고 '평생 캡틴'을 선언했다. 해당 기간 지터는 타율 0.310을 올렸고, 1918안타, 156홈런, 1080득점, bWAR 41.3을 마크했다. 타율은 빅리그 20년 통산과 같고, 안타 55.4%, 홈런 60%, 득점 56.2%, bWAR 57.9%를 이 기간 쌓아올렸다. 또한 올스타 8번, 골드글러브 5번, 실버슬러거 4번, 월드시리즈 우승 1번이 이 기간의 성과다. 계약기간 동안 전성기를 누렸다고 보면 된다. 그의 나이 27~36세에 일어난 일이다.

지터는 2003년부터 2014년을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12년 동안 양키스의 주장 완장을 찼다. 영원한 양키스 캡틴으로 추앙받았다. 그는 2020년 만장일치에 가까운 99.7%의 득표율로 명예의 전당에 오른 선수다. 선수 시절 한 번도 구설수에 오른 적이 없고, 은퇴 후에는 마이애미 말린스 CEO를 역임하며 프로 구단 경영에 참가하기도 했다.

데릭 지터는 2003년부터 2014년 은퇴할 때까지 12년 동안 양키스 캡틴이었다. AP연합뉴스

A로드는 2000년 12월 텍사스 레인저스와 10년 2억5200만달러에 FA 계약을 맺었다. 이어 2004년 양키스로 이적한 뒤 2017년 시즌을 마치고 옵트아웃으로 FA가 돼 10년 2억7500만달러에 다시 장기계약을 했다. A로드의 전성기는 시애틀 매리너스 시절인 1998년부터 대략 2010년까지로 본다. FA 계약기간이 대부분 포함되는 시기다. 2001년부터 2010년까지를 기준으로 5번의 홈런왕, 3번의 MVP, 1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그는 스테로이드의 힘을 빌린 게 알려지기 전까지는 역사상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9년 이상의 장기계약을 맺고 팀을 옮긴 뒤 하락세에 접어든 선수로 켄 그리피 주니어, 앨버트 푸홀스, 로빈슨 카노, 프린스 필더 등을 들 수 있다. 그리피와 푸홀스는 나이가 듦에 따라 거의 모든 지표가 떨어지면서도 존재감은 뚜렷하게 유지했다. 반면 카노는 세 차례나 약물 스캔들로 이미지를 구기면서 올시즌을 끝으로 사실상 은퇴 수순이고, 필더는 2012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9년 2억1400만달러에 계약한 뒤 첫 두 시즌엔 제 몫을 하다 텍사스로 옮긴 2013년 후반기부터 목 부상을 입어 재기하지 못하고 계약기간 4년을 남기고 2016년 말 은퇴했다.

그렇다면 저지는 어떤 유형의 선수로 진화할까. 지금 당장 저지의 향후 9년을 예측할 수는 없다. 스포팅뉴스는 '저지는 나이 서른에 이르러 FA가 돼 장기계약을 한 게 브라이스 하퍼, 매니 마차도, 코리 시거와는 다르다. 제프 짐머맨 연구에 따르면 타자는 보통 26세에 전성기가 시작돼 30을 넘기면서 급속하게 쇠퇴한다'며 '저지는 운동신경과 장기계약 직전 생산성은 A로드에 가깝다'고 했다.

양키스는 앞서 저지가 팀에 남을 경우 캡틴에 선임하겠다고 했다. 지터 이후 9년 만에 선수단 주장이 생기는 것이다. 저지가 지터처럼 중심타자와 리더로 롱런할 수 있다는 확신, 양키스가 평균연봉 4000만달러를 9년간 주기로 한 이유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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