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속에 피어나는 진주 인사동 골동품거리

신은정 입력 2022. 12. 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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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인사동에는 세월을 늘어놓는 거리가 있다.

진주성과 닿아 있는 인사동 골동품거리는 왠지 오랜 역사를 지닌 것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지만, 생긴지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골동품거리에서 거래하는 물건은 고문서·서화·탁본류·도자기·조각품·목가구·공예품·석물 등으로 다양하다.

골동품이라고 하면 왠지 무시무시한 얼굴을 가진 석상이나 희귀하게 생긴 물건이 번뜩 떠오르지만, 이 거리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것은 익숙한 장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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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인사동 골동품거리

진주 인사동에는 세월을 늘어놓는 거리가 있다. 빛이 바랜 물건들 사이로 오래된 이야기가 보인다. 번화가가 유창한 언변가라면 골동품거리는 침묵을 지키는 사연 많은 사람 같다.

세월이 켜켜이 쌓인 물건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에 먹먹한 감동이 밀려온다. 귀한 것이든 귀하지 않은 것이든 마찬가지다. 아무리 많은 돈을 줘도 흘러간 세월과 바꿀 수 없는 것처럼, 시간에 어떻게 가치를 매길 수 있을까. 진주 인사동 골동품 거리에 잔잔한 무거움이 맴도는 것은 그 때문일까. 일몰에 가까워진 시간, 정오보다 한결 연약해진 햇빛이 골동품 위로 쏟아지다가 희미해지기를 반복한다. 어쩌면 나보다도 나이가 많아 보이는 물건들. 그 자리에서 절대 움직이지 않을 것처럼 굳건히 서있다.

진주성과 닿아 있는 인사동 골동품거리는 왠지 오랜 역사를 지닌 것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지만, 생긴지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원래 가옥이 들어서 있던 거리였으나 1970년대 후반에 골동품 가게인 봉선당과 진보당이 이곳에 터를 잡고 영업을 시작했다. 이후 다른 곳에 있던 가게들도 하나둘 모여들면서 골동품거리를 형성했다. 2000년 6월에는 정부에서 ‘새즈믄해거리’라 지정하기도 했다. 잊힌 물건들은 600m 남짓한 이 짧은 거리에 모여 앉아 다시 주인을 기다린다. 골동품거리에서 거래하는 물건은 고문서·서화·탁본류·도자기·조각품·목가구·공예품·석물 등으로 다양하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생활 민속품에서부터 고가의 미술품까지 거래가 이루어진다. 예전에는 민속품이나 목가구가 많이 거래되었으나 요즘은 석물의 거래가 많은 편으로, 인도에 진열되어 있는 대부분의 물건들이 석물이다. 골동품이라고 하면 왠지 무시무시한 얼굴을 가진 석상이나 희귀하게 생긴 물건이 번뜩 떠오르지만, 이 거리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것은 익숙한 장독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장독만큼 골동품이란 이름에 걸맞은 물건도 없다. ‘오래되었거나 희귀한 옛 물품’이라 정의하는 골동품은 가장 오래 우리 옆에 있었지만 이제는 잘 볼 수 없는 장독을 칭하기에 적절해 보인다.

ⓒ진주시

골동품거리를 걷다 보면 드문드문 벽화도 모습을 드러낸다. 한복을 입고 머리에 짐을 이고 가는 아낙네, 장독을 깨버릴 듯 새총을 당기는 어린아이 등 정겨운 모습이 담겨 있다. 조금은 색이 바랜 벽화와 각자의 이야기를 품은 골동품이 마치 한 작품처럼 어우러지고 있다.

평일이라 그런지 문을 열지 않은 가게도 많다. 사실 실제로 인테리어를 고민하고 있거나, 골동품 수집가가 아닌 이상은 가게 안으로 들어가거나 굳게 닫힌 문 앞에 ‘연락 주세요’라며 적어둔 번호로 전화를 걸 일은 없다. 그럼에도 왜 사람들은 이곳에 모여드는 걸까. 인도를 채운 골동품 때문에 지나가기도 힘겨운 길을, 돌아가는 것이 더 편할 길에. 거리의 고요함을 벗 삼아 골동품의 시간을 가늠하며 돌아오는 길에 그 이유를 찾아본다.

누구나 마음속에 골동품을 하나씩 품고 있다. 각자의 삶을 녹여 그 골동품 안에 숨겨두었을 테다. 쓸모를 다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누군가에게는 어느 무엇보다 가치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잠들어있는 수없이 많은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골동품거리는 오늘도 묵묵하다. 인사동에 늘어둔 골동품 사이로, 골동품을 품은 사람들이 지나간다.

신은정 / sej@outdo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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