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에 ‘소소위’란 건 없다…의회 민주주의 흔드는 일”

김종일 기자 입력 2022. 12. 9.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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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소소위’ 문제 강력 비판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
“소위에선 반대하던 법, 소소위 밀실협상에서 뒤집는 경우 허다해”

(시사저널=김종일 기자)

"너무 초현실적이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11월30일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실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조세소위원회(조세소위)에서 다루는 내년도 세제개편안이 법정 시한을 넘겨 정부안이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는 초유의 상황을 맞게 되자 토로한 한마디다. 결국 내년 세법은 공식 회의체에서 제대로 마무리되지 못하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간사 등이 속기록도 없이 결정하게 됐다. 이른바 '소소위 사태'를 연일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장 의원은 인터뷰에서 "국회법에 '소소위'라는 건 없다"며 지금 거대 양당이 의회 민주주의를 뒤흔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장혜영 의원 제공

조세소위가 내년도 세제개편안을 법정 시한 내에 의결하지 못했다.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

"지금 조세소위에 상정된 315개 법안은 겨우 형식적인 1회독이 끝난 상태다. 1회독은 법안의 내용을 개략적으로 검토하고 (여야) 의원들 간 이견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이견이 없으면 잠정 의결되고, 이견이 있으면 보류된다. 상식적인 심사 과정이라면 이렇게 보류된 안건들은 소위에서 2회독, 3회독을 하며 토론해 결과를 도출한다. 그러나 지금 조세소위는 이런 과정을 전부 생략한 채 1회독을 대충 마치자마자 곧바로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사, 그리고 정부 측 인사 셋이서 비공개 협상을 벌이고 있다."

그렇게 거대 양당은 '소소위'에서 밀실 논의를 시작했다.

"이런 비공개 협상을 '소소위'라고 부르는데, 안 될 말이다. 국회법상 존재하는 상임위 회의 단위는 '전체회의'와 '소위' 두 가지다. '소소위' 같은 건 없다. 그저 교섭단체 양당 간사 간 밀실 협상을 어느 순간부터 양당과 언론이 '소소위'라고 부르며 무슨 공식 회의체인 것처럼 말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하지만 여기엔 아무 법적 근거가 없다. 뿐만 아니라 이런 밀실 협상은 회의록 작성을 통한 시민의 알 권리를 훼손하고, 적법한 회의체인 소위를 사실상 무력화시켜 의회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다."

소소위가 의회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다고 지적하는 이유는.

"민주적 의사결정의 핵심은 숙의와 토론, 그리고 투명성이다. 국회의 법안 처리 구조는 먼저 소위에서 충분한 토론을 보장하고, 다음으로 전체회의에서 소위에 참여하지 못한 의원들의 토론과 참여를 보장하며, 마지막 단계인 본회의에서 마지막 찬반토론을 보장한 뒤 다수결의 원칙에 따르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토론은 속기되어 영원히 국회회의록에 남는다. 이는 사후적으로나마 어떤 논의가 있었고 어떻게 법이 처리됐는지 시민들이 알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민주적 장치다. 그런데 교섭단체 간사 간 비공개 협의에는 아무런 기록도 남지 않는다. 시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법안들이 어떻게 결정됐는지 시민들은 나중에라도 알 길이 없다."

밀실 협상의 폐해를 구체적으로 밝힌다면. 

"회의록이 남지 않기 때문에 기록이 남는 소위에서는 반대하던 법도 밀실 협상에서 조용히 입장을 뒤집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이런 밀실 협상을 견제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 저 같은 비교섭단체 의원이 소위에 소속되어 있어도 비공개 밀실 협상에서는 배제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위의 무력화는 의회 민주주의의 무력화다. 법안이 공개적인 토론을 거쳐 입법되지 않고 거대 정당들의 밀실 협상을 통해 결정되는 것을 건강한 민주주의라고 할 수는 없다. 그건 그냥 과두정이다." 

양당은 시간이 촉박하다는 '현실론'을 말한다.

"제 얼굴에 침 뱉는 격이다. 법안 심의가 시간에 쫓기게 된 이유를 제공한 건 다름 아닌 교섭단체 양당이다. 처음부터 법안을 제대로 심의할 생각이었다면 상임위 운영을 이런 방식으로는 할 수 없다. 양당은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다투며 하반기 원 구성부터 두 달을 끌었다. 기재위 조세소위 위원장 자리를 놓고도 다투다 11월 중순이 돼서야 가까스로 소위를 구성했다. 법정 시한에서 겨우 2주를 남기고 조세소위가 구성된 순간부터 졸속심사는 예견된 일이었다. 그나마 합의한 일정조차 양당의 온갖 사정으로 세 번이나 무산됐다. 스스로 심의 지연의 원인을 제공해 놓고, 다시 그것을 이유로 삼아 밀실 졸속 처리를 합리화한다는 것은 정말 양심 없는 일이다. 양당은 시간에 쫓긴다는 말을 할 자격이 없다." 

양당이 책임지는 자세를 보인 적은 있나.

"이런 문제를 공식적으로 여러 차례 제기했지만 위원장은 물론 양당 의원 누구도 국민들 앞에 이런 졸속 처리 상황을 만든 데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심지어 '시간에 쫓기니 양당 간사가 소소위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의 발언을 하는 분도 계신데, 개별 헌법기관으로서 국회의원의 권위를 스스로 내던지는 발언이다. 국민 앞에 부끄럽고 걱정스러울 뿐이다."

의원들 스스로가 소소위 가동을 당연하게 여긴다는 비판도 많다.

"국회는 갈등 조정을 위한 공식 기구다. 예민한 사안에는 다양한 입장이 있을 수 있고, 여러 정당이 그런 입장을 대변하며 공개적으로 토론해 잠정 결론을 내리는 것이 정상적인 정당과 국회의 모습일 것이다. 민주주의는 결론뿐만 아니라 결론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작동한다. 그러나 지금 조세소위는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 특히 쟁점 사안에 대한 소위 토론은 무의미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원들 스스로가 '이 건은 소소위에서 간사들이 논의하라'는 식으로 공개 발언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지금 소소위에서는 종부세와 금투세 등 예민한 사안 등이 여론과 언론 등의 견제와 감시를 피해 밀실 협의되고 있다.

"조세소위에서는 민주당 소속 의원 다수가 종합부동산세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에 반대했고, 금융투자소득세 과세 유예도 불가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런데 소위가 아닌 밀실 협상이 진행되는 지금, 언론 등을 통해 흘러나오는 내용은 종부세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까지 검토되고 있으며, 금투세 역시 과세 유예에 동의할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기업 중심으로 세금을 대폭 깎아주는 각종 조세특례제한법 역시 대부분 합의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국민들과 소위에 소속된 비교섭단체 의원 입장에서는 눈 뜨고 코 베이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왜 국민에게 피해인가'를 쉽게 설명한다면.

"수조원의 국민 세금을 어떻게 사용할지가 단 몇 명의 밀실 협의로 하룻밤 만에 결정되는 걸 누구도 정상적인 민주주의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공적 가치에 입각해 심도 있게 논의돼야 할 세법들이 거대 정당들의 밀실 협상을 통해 졸속으로 이뤄지는 과정에서 약자의 목소리는 배제된다. 불평등 해소, 기후위기 대응 등 시급하지만 다루기 어려운 의제들이 나중으로 밀려난다. 이렇게 적시에 중요한 문제들에 공적 자원을 적절히 재분배하지 않은 후과는 양당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감당하게 된다. 이처럼 의회 민주주의를 무력화하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겪으며 국회는 국민에게 위임받은 스스로의 권한과 역할을 포기하고, 그만큼 기재부로 대표되는 행정부의 권한은 비대해지고 있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삼권분립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꼭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면.

"당장 이런 악순환을 멈춰야 한다. 우리 국민은 지금 수많은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이 위기를 지혜롭게 헤쳐 나가기 위해선 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모든 사안을 여론조사로 결정하는 정치로는 위기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어려운 얘기일수록 공개적으로 토론해야 한다. 국회는 국회답게 논리와 근거에 입각한 공개토론을 통해 일해야 한다. 업무개시명령이 필요한 것은 화물연대가 아니라 국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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