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CRITIC] 벤투 떠났고, 김판곤 없다…'슈틸리케 실패 경험' 반드시 기억해야
[스포티비뉴스=월드컵특별취재팀 박대성 기자] 월드컵 4년 여정이 끝났다. 파울로 벤투 감독이 한국과 동행을 끝나고 새로운 도전을 한다. 한국 대표팀에 어떤 지도자가 오느냐에 따라, 4년을 나아갈지, 4년이 퇴보될지 결정된다.
벤투 감독은 2018 러시아 월드컵이 끝나고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벤투 감독이 한국 대표팀을 지휘하기 전에,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감독선임위원장은 다양한 후보군을 두고 정밀하게 접촉했다. 김판곤 전 위원장은 "한국이 세계적인 무대에서도 주도하는 축구를 준비해야 한다"는 프로 액티브(PRO-Active) 풋볼을 대명제로 후보들과 접촉했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러시아 월드컵이 끝난 뒤라 감독들 몸값이 평균보다 치솟았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강호에 월드컵 단골 손님이라 매력적이지만, 유럽에 러브콜을 마다하고 동아시아에 올 외국인 감독은 많지 않았다.
현실적인 돈 문제도 있었다. 당시에 협회는 코칭스태프 포함 60~70억원을 연간 지출하는 것도 감수하겠다고 판단했지만, 후보들은 더 많은 금액을 원했다. 김판곤 전 위원장도 "우리의 1순위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최종적으로 벤투 감독에게 지휘봉이 넘겨졌다.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유로와 월드컵을 경험했지만 감독 커리어에서 반등이 필요했다. 올림피아코스에서 중도 경질, 중국 슈퍼리그에서도 큰 성과를 내지 못했기에,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하락세 뒤에 유럽 복귀, 반등을 원했던 거스 히딩크 감독 상황과 닮았었다.
선임 당시 부정적인 여론은 많았다. 월드컵에서 '카잔의 기적'을 만들었기에 더 이름값 있는 감독이 오길 바랐다. 김판곤 전 위원장은 "후보군에 있던 감독은 아니었지만, 앞서 진행한 후보들의 진정성에 물음표가 붙었다. 유로에서 보여준 성과가 인상적이었고, 브라질 월드컵은 실패했지만 변수가 많았다. 실력은 검증됐다고 판단했고, 한국 축구에 분명히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신뢰했다.
벤투 감독은 9월 코스타리카와 A매치를 시작으로 4년 동안 담금질에 들어갔다. 아시안컵 실패와 올곧은 '빌드업 축구'로 비판에 휩싸이기도 했다. 세계적인 무대에서 후방부터 볼 점유율을 올리고 주도하는 축구가 과연 가능할까라는 시선이었다.
벤투 감독은 중동 팀과 치열한 월드컵 예선을 조기에 뚫고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월드컵 직전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카타르 월드컵에서 4년 동안 결실을 증명했다. 조별리그에서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과 만났는데 주도적인 축구를 했고 1승 1무 1패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브라질전에서 세계 최고의 벽을 실감했지만, 김판곤 전 위원장의 "한국 축구에 분명히 큰 도움이 될 것"이라던 확신은 틀리지 않았다. 과거에 상대 공격을 막기에만 급급했던 축구에서 후방부터 파이널 서드까지 세밀하게 조립하며 상대를 주도한, 현대적인 축구로 한 단계 발전했다.
월드컵이 끝나고 벤투 감독은 한국 대표팀과 작별을 말했다. 이제 한국은 새로운 선장을 선임해야 한다. 확실한 계획과 축구 철학을 가진 감독을 믿는다면, 월드컵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았기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실패한 사례도 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에게 4년 계약을 보장하며 월드컵을 준비했지만 중도 경질이었다.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했지만 감독 역량보다, 브라질 월드컵 실패 뒤에 어떻게든 만회하려는 선수들의 투혼의 결과였다.
결국 최종예선에서 모든 민낯이 드러났다. 카타르, 중국 등 한 수 아래 팀에 덜미를 잡히며 본선 진출에 심각하게 빨간불이 켜졌다. 슈틸리케 감독이 데려온 코치도 어떤 역할을 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없는 아르무아 코치 한 명이었다. 체계적인 사단을 동행한 벤투 감독과 상당히 대조적이다.
벤투 감독은 떠났고, 벤투 감독을 데려왔던 김판곤 위원장도 없다. 한국은 4년 동안 다졌던 축구를 이어가야 북중미 월드컵에서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만약 슈틸리케 감독과 같은 일이 또 벌어진다면, 지난 4년은 물거품이고 오히려 퇴보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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