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끝난줄’ 알았던 그곳에 새가 살고 있었다… 수라 갯벌 7년의 기록[플랫]
황윤 다큐멘터리 감독은 8년 전인 2014년 전북 군산 주민이 됐다. 다음해 우연히 오동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장을 만났다. ‘새만금 수라갯벌의 새를 조사한다’는 오 단장의 말을 황 감독은 믿지 않았다. 군산의 갯벌과 물새는 다 사라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반신반의하며 따라나선 황 감독은 저어새 150마리가 갯벌에서 먹이를 먹고 있는 장면을 봤다.
이후 7년 동안 황 감독은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을 “쫓아다니”며 수라갯벌을 기록했다. 그 결과물인 다큐멘터리 영화 <수라>는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다. 지난달 27일 ‘수라갯벌에 들기’ 행사에 동행한 황 감독은 “이곳에 와보기 전에는 나도 ‘다 끝났다’고 생각했다”며 “보호 가치가 없다는 사람들에게 단 한 번이라도 현장에 와봤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황 감독이 새만금의 갯벌에 관심을 둔 계기는 2003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3월28일. 전북 부안의 해창갯벌을 출발해 서울 청와대까지 성직자 4명이 3보1배를 시작했다. 2006년에는 대법원이 ‘새만금사업 승인처분 무효화’를 해달라는 환경단체에 “새만금사업을 중단할 정도로 사업계획의 경제적 타당성이 낮거나 환경파괴 정도가 심각하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같은 해 황 감독은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당장 갯벌을 기록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촬영은 오래가지 못했다. 2006년 전북 부안에 살던 어민 류기화씨가 바다에서 세상을 떠나자 황 감독은 새만금을 기억에서 지우려 했다. 류씨는 황 감독이 촬영하러 갔을 때 생합탕을 끓여주고, 잠자리를 제공해줬던 “언니”다. 2015년 우연히 오 단장을 만나기 전까지 황 감독은 새만금 갯벌을 떠나 있었다. 황 감독은 “너무 쉽게 포기했던 내가 부끄럽고 미안했다”며 “습관처럼 들고 다니던 카메라를 꺼내 그때부터 다시 촬영했다”고 말했다.
지난 7년간 황 감독은 ‘수라갯벌’의 사계절을 담았다. 푸르른 수라갯벌의 염생식물들이 바람에 춤추는 모습, 눈이 휘날리는 겨울 잿빛개구리매가 하늘을 나는 모습이 담겼다. 황 감독은 “보이지 않는 힘이 도와주는 느낌도 들었다”고 말했다.
황 감독이 <수라>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흙빛 바닥에서 주먹보다 작은 쇠제비갈매기 새끼가 어미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황 감독은 “(갯벌을 메운) 남북도로 건설 공사장 인근에서 알에서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두 마리가 눈을 감고 있었다”며 “너무 사랑스러워서 꼭 영화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수라갯벌에 새만금신공항이 지어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황 감독은 “정부는 늘 새만금이 육화됐다고 하고 보호 가치가 없다고 하지만, 법정 보호종이 50종 이상 사는 생태적 가치가 매우 뛰어난 곳”이라며 “보호하지 않을 거라면 왜 법정 보호종을 지정하냐”고 물었다. 이어 “오 단장이 나를 수라로 인도해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줬는데, 이제 영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수라를 소개하고 징검다리를 놓게 됐다”며 “영화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수라갯벌에 온다면 지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han.kr
플랫팀 기자 areumlee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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