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근접취재'에서 배제된 MBC기자들… 순방 보도에 대한 보복?

노지민 기자 2022. 12. 9.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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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취재진, 비속어 논란 있었던 9월 해외순방 후 대통령 근접취재 못해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1월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마친 뒤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순방 때 대통령 전용기에 타지 못한 MBC 취재진이 대통령 일정에 대한 근접 취재에서도 사실상 배제되고 있다.

대통령 근접 취재는 대통령실에 출입하는 언론사 중 49개 매체가 번갈아 취재하고 그 내용을 기자단 소속 매체들과 공유하는 '풀'(pool) 체제로 돌아간다. 일반적으로 한 일정당 언론사 2곳 안팎의 취재기자들이 배정된다.

미디어오늘이 주요 방송사들의 대통령실 풀 취재 현황을 분석한 결과 MBC는 지난 9월 윤 대통령의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을 기점으로 근접 취재를 맡지 못하고 있다. 9일 기준 MBC 취재진의 대통령 근접 취재는 9월22일(캐나다 현지 시간) 토론토 동포 간담회가 마지막이다. 국내 일정의 경우 8월31일 부산 신항에서의 제7차 비상경제민생회의 취재가 마지막이었다. 공교롭게도 윤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비속어를 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순방을 끝으로 MBC 기자들이 대통령 일정에 동행하며 취재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10월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중인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MBC의 경우 타 방송사에 비해 근접 취재 경험이 현저히 적은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5월10일 윤 대통령의 취임식부터 12월8일에 이르기까지 지상파 3사(KBS·MBC·SBS), 종편 4사(TV조선·채널A·JTBC·MBN), 보도전문채널 2사(YTN·연합뉴스TV) 등 9개 방송사가 담당한 대통령 근접 취재 일정은 총 72건이다.

취재 일정별로 작성되는 풀 자료 기준으로 방송사별 근접 취재 건수는 SBS 12건, MBN·연합뉴스TV 각 9건, YTN·KBS 각 8건, JTBC·TV조선·채널A 각 7건, MBC 5건이다. 한 지역에서 여러 건의 일정을 취재하는 경우를 감안해 일자별 횟수를 계산하면 KBS·YTN·연합뉴스TV 8건, SBS·채널A 7건, JTBC·TV조선·MBN 6건, MBC 5건이다. MBC가 맡은 5건 중 2건은 해외순방 동행 취재진이 분담하는 일정으로, 국내 일정을 동행한 경우는 3건이다.

MBC의 대통령실 출입기자에게 매체별 근접 취재 편차에 대한 의견을 묻자 대통령실에 관련 문의를 해왔다고 답했다. 이 기자는 8일 미디어오늘에 “대통령실에 순번이 안 돌아오는 것 같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를 했다”며 “그런데 '순서대로' 돌아가고 있을 거라는 답만 들었다”고 밝혔다.

다만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은 명확한 순번보다 대통령실의 결정에 따라 취재 담당 매체·기자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한 출입기자는 “대통령실이 전날쯤 출입기자들에게 연락을 하면 다음날 해당 기자가 일정을 담당하는 식”이라며 “종교, 경제 등 일정에 따라 관련 분야 매체가 맡기도 하고, 언론사끼리 바꾸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12월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2022 카타르 월드컵 국가대표팀 초청 만찬. 박수를 치는 윤석열 대통령(맨 왼쪽) 옆에서 김건희 여사가 이강인 선수에게 유니폼을 받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지난 8일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축구 국가대표팀을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청한 만찬을 앞두고는, MBC가 맡을 예정이었던 취재 기회가 타사로 넘어갔다는 이야기가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돌기도 했다. 대통령실 측이 MBC 취재진에게 근접 취재를 예고했다고 알려지면서다. 하지만 이날 취재는 YTN, 연합뉴스TV, 남도일보 기자들이 맡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MBC 취재진이 수개월째 대통령 근접 취재를 하지 못한 이유와 타 방송사 대비 MBC의 근접 취재 횟수가 적은 이유, 월드컵 국가대표 초청 만찬에 대한 취재진 배정 등에 대한 미디어오늘의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그간 '대통령 비속어' 보도를 이유로 MBC 취재진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배제하고, MBC 기자의 질문을 문제 삼아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중단하고, MBC 취재진에 대한 징계를 추진하며 언론자유 침해 논란을 부른 대통령실이 매체별 취재기회를 차별적으로 부여한다는 불공정 논란마저 자초하고 있다.

일련의 대통령실 대응은 국제사회에서도 연일 우려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매년 세계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해온 국경없는기자회는 지난 5일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공영방송 MBC에 대한 언어적 공세와 차별적 조치가 우려스럽다”며 “한 국가의 정상은 어떤 상황에서도 어느 언론이 국가 정상의 활동을 보도할 수 있는지, 어떻게 보도하는지, 어떤 질문이 적합한지를 정해서는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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