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상태도 아닌데 8시간 단전…이것 고장나자 암흑천지로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이 지난 7일부터 6단계 로드셰딩(순환단전)에 들어갔다. 지난 9월 17일 이후 약 석달만에 다시 대규모 6단계 순환단전에 도입한 것이다.
8일(현지시간) 남아공 국영 전력공사 에스콤은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일부 발전소 고장 및 재가동 지연으로 4단계에 있던 순환단전을 6단계로 상향한다고 설명했다.
순환단전이란 전력 수요 급증에 따른 전력망 마비를 방지하기 위해 지역별로 돌아가며 단전을 시행하는 조치다. 6단계 순환단전이 시행되면 전체 전력 공급에서 6000메가와트(MW)가 감소된다. 지역별로는 하루 총 8시간 단전을 겪게 된다.
에스콤은 당초 무기한 6단계 로드셰딩을 발표했다. 다만 여론 악화로 인해 뒤늦게 “9일 오전 5시까지 진행하고 그 이후부터 5단계로 10일 오전 5시까지 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매체에 따르면 에너지 전력난은 향후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8일 예정대로 남아공 내 쿠벅 원전 1기의 장기 정비가 시작되면 사상 최악인 7단계 혹은 8단계까지 로드셰딩이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에스콤은 이를 의식해 전력 시스템의 일부 안정을 위해 원전 정비를 연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도 시민들은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냉장고에 고기를 쌓아놨는데 로드셰딩 때문에 축제를 망치게 됐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현재 부패 의혹으로 곤경에 처한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이 자신의 스캔들로부터 국민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여론이 악화하자 프라빈 고드한 공기업부 장관은 8일 성명에서 6단계 순환단전으로 가계와 생활, 경제에 타격을 준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에스콤에 신속한 대책 마련을 지시하고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남아공의 전력 상황은 2018년 이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2020년 844시간이었던 남아공의 총 정전 시간은 2021년 1153시간, 2022년에는 1949시간까지 늘어났다. 남아공의 전력난은 발전소 노후에 따른 잦은 고장 때문이다. 지난 9월에 발전 시설 45개가 동시에 고장나면서 발전량이 급격히 감소했고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남아공의 전력난은 역내 기업 활동과 생산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올해 2분기 남아공 국내총생산(GDP)는 전분기 대비 -0.7% 감소했는데, 전력난이 기업 활동과 조업을 방해하여 역성장을 야기한 가장 큰 원인으로 거론된다. 남아공 정부의 경제연구부는 역시 지난 9월에 발생한 정전사태가 3분기 경제성장률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사울 레빈 남아공 무역산업정책전략 연구소장은 “발전기나 태양광 발전시설로 부족한 전력을 보완할 수 있는 대기업과 달리 자체 발전기를 가동할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전력난으로 특히 큰 타격을 입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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