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콘에 설득된 中 공산당?…"창업자 편지, 방역 완화에 결정적 역할"

궈타이밍, 中 지도부에 '방역완화' 촉구 서한 보내…"당국, 서한 수신 후 방역 정책 기조 변화 행보 보여"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사실상 폐기하기로 한 결정에 애플의 최대 협력 업체인 대만 폭스콘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궈타이밍 폭스콘 창업자가 중국공산당 지도부에 '제로 코로나' 정책이 유지 시 중국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와 함께 방역 정책 방향 전환이 필요성을 강조한 서한을 보냈고, 이후 당국의 방역 정책 기조가 바뀌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궈 창업자는 지도부에 보낸 서한에서 당국의 무관용 방역 정책이 국제 공급망에서의 막대한 영향력으로 '세계의 공장'이란 중국의 위치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폭스콘 중국 공장 노동자의 방역 문제 관련 투명성 제고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중국공산당의 고문과 보건 관리들은 당국이 엄격한 코로나19 통제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가속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고자 구 창업자의 서한을 입수했다"며 "몇 주 후 전국에서 발생한 '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는 정책 고문들에게 방역 완화 조치를 촉구할 수 있는 추가적인 탄약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베이징·상하이 등 중국 주요 도시에서 발생한 '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가 당국의 방역 완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이보다 앞서 중국 지도부에 전달된 궈 창업자의 서한이 공산당 내 방역 완화 입장에 힘을 실었다는 얘기다.

궈 창업자의 서한이 지도부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주장의 근거는 중국 경제에 대한 폭스콘의 비중과 관련이 있다. 폭스콘은 중국에서 약 30개의 공장과 연구기관에서 100만명 이상을 고용하는 중국 최대 민간 고용주 중 하나로, 중국 경제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전체 수출에서 폭스콘이 차지하는 비중은 3.9%였다.

특히 2019년엔 허난성 정저우 공장 한 곳에서만 320억 달러(약 41조6000억원) 상당의 제품을 수출했다. 애플 아이폰 생산의 80% 이상을 책임지는 정저우 공장은 허난성과 정저우시 총무역량에 각각 60%, 80%를 차지하는 등 중국 지역경제 성장에도 막대한 영향을 준다.

그러나 지난 10월 정저우 공장은 코로나19 감염 확산과 방역 문제로 대규모 인력 이탈하고, 사측의 방역 정책에 반발한 노동자들의 대규모 시위도 발생해 정상적인 생산이 불가능한 상태에 직면했다. 지난달 말 기준 정저우 폭스콘 공장에서 이탈한 인력은 2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정저우 공장 생산 차질은 폭스콘 매출 타격과 함께 애플의 '탈(脫)중국·폭스콘' 행보로 이어졌다. 이에 위기를 느낀 궈 창업자가 직접 중국 지도부 설득에 나섰고, 당국도 이에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아이폰 생산에 차질이 생기자 애플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인도·베트남의 비중을 늘리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는 전날 발표한 투자보고서에서 아이폰의 12월 출하량이 당초 예상보다 300만여 대 감소할 것으로 경고했다. 이는 지난달에 이은 두 달 연속 예상 출하량 감소 전망으로, 두 달 동안 아이폰 출하량이 900만대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본 것이다. 지난 11월 아이폰 출하량 예상치는 기존 대비 600대가량 하향 조정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