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블록화, 중국의 전환기, 한국의 어려움

입력 2022. 12. 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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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지리학자들의 시선] 2023년 글로벌 경제위기, 한국의 대응은

[최자영 동국대학교 지리교육과 강사]
신냉전의 시작,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2022년 2월 24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전면 침공을 감행하면서 양국의 전쟁이 발발되었다. 대부분의 국가들에서는 전쟁 초반 러시아의 압도적인 우세를 점치며 빠른 시일 내에 전쟁이 종결될 것으로 예상했다.

2014년 2월 크림 자치공화국이 우크라이나의 유로마이단(Euromaidan) 혁명에 반발하며 쿠데타를 통해 분리독립을 선언했었고, 러시아가 크림반도 내 러시아 민족 계열 주민의 보호를 위해 놀랍고도 빠른 속도로 크림 자치공화국을 병탄해버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후 여전히 서방국가들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탄을 인정하지 않지만 러시아가 세계 2위의 군사강국이었던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이기에 우크라이나의 조기 패전을 예상했던 것이다. 물론 현재는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말이다.

경제지리학적 관점에서 우리가 이 전쟁을 주의깊게 보는 것은 전쟁의 파급력이 국지전에서 끝나지 않고 글로벌 스케일의 경제공간에 큰 파장을 미쳤다는 점이다. 두 국가의 주요 수출품이었던 원자재, 정유, 곡물 등 세계적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던 부문들의 가격은 치솟았고, 그로인해 전 세계 물가는 폭등하면서 안정성을 급격하게 상실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전쟁의 진짜 함의는 팬데믹으로 혼란해진 글로벌 경제공간에 그나마 운영원리로 작용했던 신자유주의의 마지막 숨통을 끊어놨다는 점이다. 이제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은 신냉전, 신보호주의의를 자연스럽게 국가 정책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국지적으로 일부 국가들끼리 연대를 형성해 그들만의 경제권을 형성함으로써 파편화된 글로벌 환경에 대응하고 있다.

한국 역시 이러한 상황에 맞추어 다양한 협약을 통해 연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한국의 경제는 여전히 불안하다. 러시아발 곡물 및 에너지 자원 공급 부족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공간의 불안정은 과연 전쟁이 종료되면 끝날 수 있을까?

경기침체로 향하는 프로세스

최근 글로벌 경제환경에 대해 상당수의 전문가들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그동안 치솟았던 원자재, 정유, 곡물의 가격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시장 안정에 따른 가격 하락이라기보다 시장에서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가격하락이 나타난 것으로 2023년 시장환경 악화가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가와 원자재가가 다 높다보니 기존에 계약 시점에 산정된 생산 비용보다 높은 비용이 소진되어 결국 손해가 늘어나는 생산구조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비용 상승분은 다음 단계의 행위자에게 전가됨에 따라 전체적인 제품 가격 상승 및 전체 물가상승을 유발한다.

높아진 물가상승률로 인해 일반 노동자들 역시 자연스럽게 임금인상을 요구하게 되고 기업환경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기업 도산이 증가하게 되며, 자연스럽게 실업자를 양산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장의 수요까지 감소되면 결국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루틴'(routine)이 완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각 국은 경기침체에 조기 대응하기 위해 물가를 잡으려하고 있고, 이를 위해 중앙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다. 시장에 풀린 돈을 은행으로 회수시켜 기업의 신규투자를 감소시키고 내실있는 구조를 만들어 2023년에 예상되는 경기침체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이다. 문제는 이러한 대응 환경 조성에 있어서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여 신냉전 체제 및 신보호주의를 촉진시키는 국가들이다.

자국의 이익만 추구하는 미국

첫째는 미국이다. 미국은 세계 경제를 선도하는 역할을 해왔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통해 중앙은행 기준금리를 정하는데, 이곳의 기준금리가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를 선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기준금리 상승에 대한 의미가 다른 때와는 확연하게 다르다. 미국은 다른 국가와 다르게 팬데믹과 러-우 전쟁으로 인해 오히려 경기가 빠르게 살아났고, 자신들의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다.

미국 노동부의 11월 고용상황 보고서에서 고용지표가 전망치를 상회했는데, 비농업 부문 26만3000개, 레저 및 숙박업에서 8만 8000개, 보건의료업 4만 5000개, 정부 공공직에서 4만 2000개 등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이러한 지표를 근거로 미국은 자국의 경제를 과열로 판단하고 지속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해외로 빠졌던 자본들까지 회귀시키는데 결국 미국만 팬데믹과 러-우 전쟁의 이익을 만끽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다른 나라에서는 미국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자국의 실정과 맞지 않는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게 되면서 답답한 경제상황에 만들어지게 된다.

또한 칩포동맹(chip4)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대표되는 미국 중심의 거버넌스 구조의 강요 역시 문제다. 특히 IRA 법안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완화시키기 위해 기후변화 대응, 의료비 지원, 법인세 인상을 골자로 하지만 실질적인 내용은 중국을 주요 산업의 공급망 구조에서 배제시키고, 미래 신성장동력산업의 가장 대표적인 산업인 전기차와 이차전지 분야에서 핵심적인 행위자들을 미국 내로 들여와 독자적 생태계를 확립하는데 목적이 있다.

중국으로의 반도체 수출을 제한하는 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적대국의 원자재나 부품 사용을 제한하거나 미국 내 생산시설을 입지시켜야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조절 행위를 통해 자국 우선주의의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즉, 미국은 글로벌 경제공간의 위기 대응을 위해 동맹국의 이익조차 강탈하려는 대응 행태를 보여줌으로써 다른 경제블록들 역시 미국에 대응하기 위한 신 보조금제도의 도입 등 자기 이익 보호를 극대화하는 블록화를 강화하게 될 것이며, 이는 기존의 국가 간 신뢰체계를 훼손시키게 될 것이다.

▲ 지난 8월 16일(현지 시각)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기후변화 대응 및 의료보장 확충 등의 내용을 포함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전환기의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중국

둘째는 중국이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폭발적인 경제성장률을 보였고, 이미 세계의 공장이 아닌 세계의 시장으로써 포지션 변화가 나타났다. 문제는 공산주의에서 수정 자본주의 체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장기 독재체제 및 각종 부정부패와 같은 시장의 건전성을 위해하는 일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으며, 심지어 이러한 문제들의 심각성이 점점 커져가는 전환기적 특성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최근에 발생했던 폭스콘(Foxconn)의 노동자 탈출, 거대 부동산 기업인 헝다(恒大)그룹의 부도, 중국에 투자했던 해외기업의 리쇼어링과 해외이전 등과 같은 사건은 현재 제로 코로나와 기본권에 대한 낮은 인식, 시장과 고객에 대한 경시 풍조, 투자금과 공적자금의 개인자산화, 방만한 경영방식 등 중국 사회 전반에 뿌리깊게 자리 잡은 구조적인 원인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정치권에서 제시하는 사회구조 개혁이 올바르게 수행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중국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정부 관리의 부패, 공산당의 독재체재, 시장의 원칙이 무시되는 경제체제, 공동부유(共同富裕, 함께 잘 살아보자는 의미로 사교육 금지, 부자 증세, 연예인 탈세 단속을 통해 ‘분배’를 강조)를 주장하면서도 심화되는 계층과 지역 간 불균형 등과 같은 문제의 이면에는 사회 구조 개혁 요소들이 여전히 잘 작동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최근 발생한 우루무치 화재로 인한 백지운동은 인간의 기본권과 생존권이 무시되는 과정에서 불만이 표출된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을 뿐이다. 월드컵을 시청하면서 마스크를 하지 않고 축제를 즐기는 전 세계인들을 바라본 중국인들이 가혹한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해 폭발한 것이다. 그래서 '할 말은 너무나 많지만, 너무 많아서 못 쓰겠다'는 식의 백지를 들어보인 것이다.

게다가 시진핑의 모교인 칭화대를 비롯, 베이징대, 푸단대 등 중국의 엘리트들이 배출되는 중요 대학들에서 학생들이 시진핑의 하야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현 중국정부를 지탱하는 세 개의 축(붉은 자본가, 신(新) 홍위병, 공산당) 중에서 신 홍위병 세력의 이탈이 발생한 것이다. 이들은 근 시일 내 각 기업에서 중요한 일을 할 핵심인재들이다. 그리고 지식과 부를 축적하면서 중국을 운영할 '세금'을 바쳐야 하는 미래의 붉은 자본가들이다.

백지운동의 효과는 이후 중국 정부의 정책적 기조에 대한 모호성을 가중시켰다는 점이다. 성난 민중을 달래기 위해 코로나 검사소나 방역 바리케이드를 철거하는 등의 행정조치를 취한다고 발표를 했지만, 사복경찰을 투입해 거리시위 등을 선도하거나 참여한 일반인 및 대학생들을 체포하는 이중적 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제로 코로나에 찬성하며 백지혁명을 반대하는 흑지운동과 미국이 돈을 풀어 백지시위를 조장했다는 흑색선전까지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중국정부의 대응조치에 대해 '제2의 텐안먼 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으며, 해외투자자본은 더 이상 중국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인식하지 않을 것이다.

설상가상의 한국

전술한 미국과 중국의 상황은 2023년 한국에게 많은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국은 전형적으로 수출비중이 높은 국가이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은 한국의 가장 중요한 교역 대상국이다. 즉, 우리는 양 국가 사이에서 생산과 소비 모든 부문에 강하게 얽혀 빠져나오기 힘든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

미중 모두 한국의 이익은 보존해주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영역과 공급망에서 한국의 역할만 강조하고 있다. 게다가 2023년 중국은 현재 발생한 백지혁명에 대한 후속조치가 강하게 사회 전반을 흔들면서 경제적 폐쇄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2023년의 중국 경제상황은 너무 불투명하며 우리 역시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데 있어서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계속 나아가야 한다. 선도 분야에서는 초격차 전략을, 타국에 공급망과 관련해서는 입지 우위, 공급망 내 포지션 확보, 신규 시장개척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공간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2023년 글로벌 경제는 우리에게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위기를 조성하겠지만, 이후 위기를 이겨내면 우리는 분명 작지만 강력한 포지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 필자소개
최자영 박사는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지리학 박사학위를 취득,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 연구원,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한신대 평화교육센터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현재 동국대학교 지리교육과 강사 및 한국경제지리학회 미디어홍보위원회 이사로, 전기차와 이차전지 산업, 중국 경제 및 산업, 지역혁신산업정책 등과 관련된 연구를 활발하게 수행하고 있다.

[최자영 동국대학교 지리교육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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