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위기의 마블 유니버스…'마블 영화'가 불안하다

김지혜 2022. 12. 9.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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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영화는 테마파크"]


2019년,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감독 마틴 스콜세지는 마블의 히어로물에 대해 영화(Cinema)가 아닌 테마파크(Theme parks)라고 말했다가 전 세계 마블 팬들의 원성을 산 바 있다. '비열한 거리', '좋은 친구들', '택시 드라이버', '성난 황소'로 일찌감치 거장 반열에 오르고, 최근 '아이리시맨'을 만들며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그는 이 한 마디로 살면서 먹을 욕을 다 먹다시피 했다. 

스콜세지가 말한 '테마파크'의 의미는 부정적이다. 시네마는 오랫동안 종합 예술의 위치를 지키며 오락과 예술 영화 사이의 미묘한 줄타기를 해왔다. 스콜세지는 무비(Movie)나 필름(Film)과는 또 다른 개념으로 시네마(Cinema)를 언급했지만 '마블 영화=테마파크'라는 그의 견해는 히어로물을 '놀이동산' 취급하는 비하의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마블 영화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밝혀온 건 스콜세지뿐만이 아니다. '타이타닉'과 '아바타'를 만든 제임스 카메론도, '버드맨', '레버넌트'를 만든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도 선과 악으로 나눠진 단선적인 스토리 라인과 파괴적인 액션 구성에 비판을 가해왔다. 


할리우드 거장들의 마블 영화를 향한 비판이 범대중에게 큰 호소력을 얻지 못한 것은 누가 뭐래도 마블 영화가 최근 10여 년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정수 같은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마블 코믹스를 기반으로 한 매력적인 캐릭터와 할리우드의 최첨단 기술력이 만나 완성된 히어로 무비는 상상만으로는 와닿지 않았던 세계를 시청각의 매체인 영화를 통해 구현하며 열광적인 팬덤을 형성했다.  

그러나 최근의 마블 영화는 스콜세지가 말한 놀이동산의 기능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인피티니 사가'가 막을 내린 후 시작된 '멀티버스 사가'에서 여러 문제점이 동시에 노출됐다. 영화의 만듦새 문제는 차치하고, 그 어떤 영화와 견줘도 뒤지지 않았던 재미 면에서도 낙제점을 받고 있다. 장장 14년, 29편의 히어로 영화를 통해 구축해온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아성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위기의 마블, 무엇이 문제일까. 

[대표 히어로의 은퇴... 매력 없는 새 얼굴들]


마블 히어로 무비는 주요 시간대별로 묶어 페이즈(Phase: 마블 시리즈 영화를 시대와 시간 순서대로 이야기의 변화의 단계별로 묶은 이야기)로 구분한다.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해 2019년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을 끝으로 페이즈3가 막을 내렸다. 여기까지를 MCU의 1막인 '인피니티 사가'(페이즈1~3까지)로 부른다. 이 기간 동안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 토르, 헐크, 블랙 위도우, 호크 아이, 앤트맨,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등의 히어로가 어벤져스로 활약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사실상 페이즈3의 대미라 할 수 있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MCU의 양축이었던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작별을 고했다. 이 결정에 대한 팬들의 충격은 컸지만 동시에 페이즈4부터 시작될 MCU 2막에 대한 기대도 적잖았다. 

이른바 '멀티버스 사가'로 불리는 2막(페이즈4~6까지)은 지난해 7월 개봉한 '블랙 위도우' 솔로 무비로 포문을 열었다. 뒤이어 마블 최초의 아시안 히어로 '샹치'가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을 통해 베일을 벗었고, '이터널스'를 통해 초인 히어로 10명이 그 위용을 드러냈다. 또한 기존 히어로 시리즈인 '토르: 러브 앤 썬더'의 러브와 마이티 토르,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에서는 아메리카 차베즈라는 새 얼굴이 등장했다. 그리고 페이즈4의 마지막 작품인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를 통해 슈리가 채드윅 보스만의 빈자리를 채울 2대 블랙 팬서로 등극했으며 향후 '아이언 하트'로  활약하게 될 리리 윌리엄스도 첫선을 보였다. 

 
안타깝게도 페이즈4에서 소개된 새 얼굴들은 팬들에게 이렇다 할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캐릭터 하나하나에 개성과 매력을 부여하고, 드라마틱한 서사를 통해 재미와 긴장의 밀도를 높였으며, 강력한 필살기를 통해 액션의 동력을 마련했던 어벤져스 군단의 히어로들과 비교하면 신상 히어로들은 긴 생명력을 부여받을 만큼 매력적이지 못했다. 캐릭터의 실패는 영화에 대한 평가와 흥행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새 히어로들은 페이즈6까지 계속될 '멀티버스 사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페이즈4에서는 팀업 무비가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향후 기획을 통해 팀으로 합칠 가능성이 열려있다. 그러나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신생 히어로의 캐릭터 구축이나 매력 어필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벤져스'와 같은 팀업 영화는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다. 
 

[무리한 세계관 확장... PC에 대한 반감↑]


단지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은퇴했다고 해서 14년간 이어져 온 MCU의 아성이 위태해질 수가 있단 말인가. 페이즈4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캐릭터뿐만이 아니었다. 

시대의 흐름을 의식적으로 좇다가 히어로 무비 본연의 강점을 잃었다. '화이트 워싱'(미국 할리우드에서 무조건 백인 배우를 캐스팅하는 행태) 비판에서 벗어나 다원주의를 수용하려는 마블의 시도는 페이즈3에서부터 이미 시작됐다. 이른바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 주의다.

그 시도가 초반에는 꽤나 성공적이었다. 최초의 여성 히어로 '캡틴 마블'이 대중의 동의와 호응을 얻었고, 최초의 흑인 히어로 '블랙 팬서'는 흥미로운 상상력과 매력적인 배우의 활약에 힘입어 신뢰와 사랑을 얻었다. 


페이즈4에 이르러서는 이 경향이 두드러졌다. 성별과 인종, 성향의 대표성을 띄는 히어로들이 새 얼굴로 대거 등장하며 거대한 흐름을 형성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들이 서사와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상업영화에서 메시지는 재미와 어우러질 때 의미가 강화된다. 두 요소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자칫 영화가 관객을 가르치려 든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더욱이 마블 히어로물의 본질이 오락 영화이기에 팬들의 반감이 적잖았다. 

멀티버스 설정도 개연성 부족의 방패막이로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멀티버스 설정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을 통해 제대로 효과를 봤다. 세 명의 역대 스파이더맨을 소환해 세대별 팬들의 대통합을 이뤄냈고,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그러나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의 경우 멀티버스로도 개연성 부족의 서사를 매우지 못했다.

[개성 잃은 액션... 볼거리의 질적 하락]


마블 영화의 최대 강점인 볼거리도 약해졌다. 페이즈4 영화들의 제작비는 평균 2억 달러를 육박했지만 액션이나 CG 등의 볼거리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새롭게 선보인 캐릭터들의 특장점이 보이지 않는 데다 이들의 활약을 시각적으로도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터널스'와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의 액션 디자인은 단조롭고 투박해 마블 초기 영화보다도 못하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이터널스'에서 활약한 10인의 초인 히어로는 다양한 필살기를 가졌지만, 액션 디자인이 단순하게 짜여 그 힘과 에너지가 효율적으로 드러나지 못했다. '블랙 팬서2'의 와칸다 전사들은 1편과 마찬가지로 창을 들고 백병전을 벌였다. 액션과 특수효과는 볼거리로서 기능하기도 하지만 서사와 캐릭터를 시각적으로 보강하는 역할도 한다. 이 영화들은 빈약한 결과물로 '보는 재미' 마저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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