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이란, 반정부 시위대에 첫 사형 집행…“비인간적” 국제사회 맹비난[나우,어스]

2022. 12. 9.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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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군 위해 혐의 셰카리, 선고 한달만에 집행
고문 흔적 발견…인권단체 “불공정한 재판”
보안군, 여성 시위대 가슴·생식기 등에 사격
“당국의 강경대응이 시위 격화 부를 것” 전망
반정부 시위 도중 보안군을 다치게 했다는 혐의로 사형이 집행된 모센 셰카리[트위터 캡처]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이란 사법부가 반정부 시위가 발생한 뒤 처음으로 시위 참여자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 선고 한달 여 만에 사형을 집행하는가 하면, 시위에 참석한 여성의 신체에 산탄총을 난사하는 등 인권침해가 자행되고 있어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이란 사법부가 운영하는 미잔 통신에 따르면 반정부 시위에 참여해 ‘신에 대한 적대’ 혐의를 받은 모센 셰카리의 사형이 이날 집행됐다.

모하레베(Moharebeh)로 불리는 혁명법원은 지난 9월 25일 셰카리가 테헤란의 한 도로를 점거하고 보안군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죄로 지난 10월 23일 사형을 선고 받았다고 밝혔다.

사법부는 유족들에게 셰카리의 시신도 인도하지 않고 있다. 유족들은 당국으로부터 아들의 체포를 알리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으며 그의 얼굴에는 고문의 흔적이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란 반정부 시위대가 강경 진압에도 불구하고 저항을 이어나가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가디언]

테헤란을 비롯한 이란 주요 도시에서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가 체포돼 경찰서에서 의문사한 마흐자 아미니 사건으로 촉발한 시위가 3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아미니는 지난 9월 13일 테헤란 도심에서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도 순찰대에 체포된 이후 경찰 조사 과정에서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같은 달 16일 숨졌다. 이 사건은 이란 내 광범위한 반정부 시위를 촉발했다.

이란의 인권운동가통신(HRANA)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미성년자 64명을 포함해 469명의 시위 참가자가 사망했다. 구금된 시위자는 1만8000여명에 달한다.

인권단체들은 반정부 시위자 10여명의 사형 집행이 임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11월 말 현재 이란당국은 이번 시위와 관련해 최소 21명에 대해 사형을 구형했다.

국제사회는 즉각 비난 성명을 내놓았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유죄 판결을 받은 지 한달 밖에 안된 상황에서 이뤄진 사형 집행은 이란 사법 체계의 비인간성을 드러낸다”고 날을 세웠다.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9개국 외교장관들도 성명을 통해 이란 사법부의 사형 집행과 폭력적 시위 진압을 비판했다.

성명은 “마흐사 아미니의 비극적인 죽음 이후 전국적으로 시위를 이끌고 있는 용감한 이란 여성과 소녀들이 직면한 극도의 폭력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란 당국은 기술을 활용한 젠더 기반 폭력을 비롯해 시위대에 대한 잔혹한 탄압을 확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외교장관들은 “이런 폭력은 민주주의 운동을 중단시키고 정치적 권력을 강화하려는 전 세계 반자유주의 행위자들이 사용하는 계획적인 전술”이라며 “우리는 이란 여성 및 소녀들과 연대할 것이며, 온·오프라인에서 그들의 권리를 자유롭고 안전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전 세계 여성을 지원하는 방안을 지속해서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형을 놓고 이란 지도층 내부에서도 시위대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온건론이 대두되고 있다.

개혁파로 분류되는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은 “정부가 너무 늦기 전에 시위대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호소했다. 저명한 이란 수니파 성직자 몰라비 압둘하미드 이스마엘자히 역시 “교도소에서 여성을 학대하는 사건을 조사하고 기소하라”고 촉구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학생의날 기념행사에서 이란 대학생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AFP]

한편 영국 매체 가디언은 이란 보안군이 근거리에서 시위대에게 산탄총을 발포했으며 특히 여성들의 경우 얼굴과 가슴, 생식기에 집중적으로 사격을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이란 내 10여명의 의료진을 인용해 “주로 다리나 엉덩이, 등에 산탄총을 맞은 남성 시위대와 달리 여성 시위대의 경우 생식기 쪽에서 산탄총 파편이 발견된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의료진 일부는 “보안군이 중요한 장기 손상을 피하기 위해 발과 다리에 무기를 발사하라는 진압 수칙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란 당국의 무자비한 탄압과 사형 집행이 시위의 불길에 기름을 끼얹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타지 아자다르마키 테헤란대 사회학 교수는 “정권이 시위대를 처벌하면 사람들의 인내심이 바닥나고 급진적으로 변할 것”이라며 “계속 사형과 장기 징역형을 선고한다면 사람들은 근본주의적인 변화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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