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말 안 듣는 우리 아이?… 자신의 정체성 찾는 성장과정

2022. 12. 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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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던 아이가 왜 이런지 모르겠어요."

중고생을 데려온 부모에게 자주 듣는 말이다.

착한 아이라는 것은 다른 말로 '부모가 바라는 대로 잘 따르는 아이'라는 의미, 이제 더 이상 그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

이런 변화는 불가피한 과정이지만 부모는 받아들이기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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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과 의사의 서재

“착하던 아이가 왜 이런지 모르겠어요.”

중고생을 데려온 부모에게 자주 듣는 말이다. 1년 전까지만 해도 말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는 아들이었는데, 어느 날부터 화만 내고 무슨 말만 해도 하지 않겠다고 한다. 방에서 게임만 하더니 이제는 학교는 다니면 뭐하냐고 막무가내다. 우울증이 분명하다고 데려온 것이다. 하지만 이건 단순한 우울증이 아니라 밑바탕의 큰 흐름을 봐야 한다. 우울은 결과물이고, 원인은 10대의 ‘정체성 만들기’라는 발달 과제다. 청소년기가 시작되면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내 마음의 주인은 나여야 한다’는 고민이 무엇보다 앞으로 나온다. 나만의 가치관을 만들기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부모로부터 심어진 가치관들을 마음 밖으로 밀어내는 것이다. 착한 아이라는 것은 다른 말로 ‘부모가 바라는 대로 잘 따르는 아이’라는 의미, 이제 더 이상 그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 이런 변화는 불가피한 과정이지만 부모는 받아들이기 참 어렵다. 특히나 고학력자, 보수적 가치관을 가진 경우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부모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내 세계를 만들기 위한 고군분투를 다루는 만화, 정해나의 ‘요나단의 목소리’(놀)가 다루는 순간이다. 기독교 계열의 기숙형 고등학교에 입학해 룸메이트가 된 선우와 의영이 주인공이다. 목사의 아들이며 빼어난 목소리로 성가대의 솔로를 도맡아온 선우는 중학교 때 남자친구를 좋아하며 성 지향성을 깨닫고 괴로워한다. 자신의 존재를 받아들일 수 없는 숨 막히는 집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 학교에 들어왔다. 이런 선우와 친해지면서 찬송가만 아는 선우에게 자우림 같은 대중음악을 알려주고, 서로 가까워지면서 의영은 지금 감정이 우정인지 사랑인지 헷갈려지기 시작한다. 중학교 때 선우가 좋아했던 다윗은 개척교회 목사의 아들로 그런 자신이 싫어서 머리를 염색하고 집을 나와 고시원에 살면서 불량배들과 가까이하지만 어쩐 일로 선우와는 잘 어울렸었다. 두 소년의 고등학교 시절이 3권의 만화 안에 일상의 디테일들과 함께 빼곡히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겉으로 기독교 퀴어 만화라 페이지를 열기 전에 호불호가 생길 수 있지만, 내게는 부모로부터 벗어나 자기 세계를 만들어가기 위한 10대의 힘겨운 노력으로 읽혔다. 여기에 극적 장치로 보수적 기독교라는 문화적 규범과 동성애의 자각이라는 정체성 인식의 전면 충돌을 설정했을 뿐. 고학력 가정에서 자라다 학업에 흥미를 잃는 아이, 보수적 집안에서 힙합에 빠지는 아이, 리버럴한 집안에서 종교에 몰두하는 아이. 모두 가능한 조합들이고 10대의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이다. 맞는 길이라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거기서 벗어나야 한다는 욕구가 더 앞서는 시기가 10대 고민의 본질이니 말이다. 그래야 비로소 온전한 내가 될 수 있으니. 그런 면에서 ‘요나단의 목소리’는 보통의 10대 고민과 성장통을 따뜻한 눈과 섬세한 묘사로 상영해주는 한 편의 성장영화와 같았다.

하지현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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