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생산’ 외치는 시대 … 폐기물 새 쓰임 찾는 ‘분해력’

최현미 기자 2022. 12. 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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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선으로, 개념 하나를 끌어오자면 어떤 '프레임'으로 보느냐에 따라 세상은 달라진다.

일본 농업사학자 후지하라 다쓰시 교토(京都)대 교수는 '분해'라는 프레임을 호소한다.

분해라는 프레임으로 봐야 인간을, 생명을,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을 풀 수 있다고 한다.

현대 문명의 최대 현안이 된 환경, 생태, 선순환, 지속가능성도 분해력에 달렸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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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해의 철학 │ 후지하라 다쓰시 지음 │ 박성관 옮김 │ 사월의책

어떤 시선으로, 개념 하나를 끌어오자면 어떤 ‘프레임’으로 보느냐에 따라 세상은 달라진다. 일본 농업사학자 후지하라 다쓰시 교토(京都)대 교수는 ‘분해’라는 프레임을 호소한다. 분해라는 프레임으로 봐야 인간을, 생명을,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을 풀 수 있다고 한다.

사전을 찾아보면 분해란 ‘여러 부분이 결합돼 이뤄진 것을 낱낱으로 나눔’이다. 화학적으론 한 종류의 화합물이 두 가지 이상의 간단한 화합물로 변화 또는 그런 반응이다. 하지만 저자에게 일본 최고의 학술상인 산토리 학예상을 안겨준 이 책이 말하는 ‘분해력’은 이 같은 공식적인 정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저자가 분해력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동네 청소 아저씨였다. 이 청소 아저씨는 저자가 사는 공공주택을 청소하는 데에 머물지 않고 쓰레기로 여러 가지를 만든다. 골판지나 스티로폼으로 공룡, 자동차 같은 장난감을 만들어 동네 아이들에게 선물로 주는 식이다. 저자는 아저씨를 보면서 마치 부패해가는 쌀에서 알코올을 산출하는 미생물, 혹은 그 미생물을 이용해 술을 빚는 양조의 달인을 떠올렸다. 그때 저자는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분해력이구나라면서.

그가 떠올린 분해는 전체가 낱개로 나뉘는 보통의 정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분해된 것으로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까지를 말한다. 쓰레기가 된 골판지로 장난감을 만들고, 폐차된 자동차에서 나온 부품이 여러 자동차에 쓰이고, 동물의 사체가 부패해 수많은 미생물의 먹이가 되는 것이다.

저자는 근대 이후, 현대 문명은 생산량 증가의 틀로 달려가고 있다고 본다. 더 성능 좋고, 더 매끈한 물건을 더 많이 만드느냐에 매달려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분해력, 즉 폐기에 이른, 죽음에 이른 일종의 쓰레기를 어떻게 분해해, 새로운 쓰임을 만들어내느냐에 달렸다고 한다. 현대 문명의 최대 현안이 된 환경, 생태, 선순환, 지속가능성도 분해력에 달렸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네그리와 하트의 ‘제국’, 프뢰벨의 나무 장난감, 카렐 차페크의 과학소설, 쓰레기 줍는 사람들의 역사, 쇠똥구리 등 자연의 분해 등을 아우르며 호소의 강도를 높인다. 재활용이라는 말이 떠오르며 꽤 익숙한 듯하지만 프레임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진다. 프레임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기보다 어쩌면 최고 강조점을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396쪽, 2만3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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