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상상하며… 이야기 뒷부분 완성해볼래?

2022. 12. 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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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을 지은 사람 중 누군가는 감추어져 있다.

"글·그림 박연철과"에 이어지는 하얀 빈자리에 어떤 이름이 들어가게 될지 알지 못한 채 독자는 책을 펼친다.

그의 그림책은 이미지의 콜라주이면서 동서고금 여러 이야기의 콜라주이기도 했다.

피사의 사탑처럼 사선으로 기울어진, 피터 뉴웰의 1910년작 '기울어진 책(The Slant Book)'이 떠오르는 평행사변형 프레임은 근본부터 이 세계와 세계 속의 이야기들을 의심해보라고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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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 책

유령 가족과 기울어진 탑

박연철 지음 │미래아이

이 그림책을 지은 사람 중 누군가는 감추어져 있다. “글·그림 박연철과”에 이어지는 하얀 빈자리에 어떤 이름이 들어가게 될지 알지 못한 채 독자는 책을 펼친다. 작가는 “나는 일부러 어떤 주제를 내세우려 한 적이 없어요. 주제가 나를 찾도록 내버려 둔 채 거리를 걷고”라는 보르헤스의 말을 인용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박연철 작가는 구술 서사의 전통을 입체적으로 계승해왔다. 그의 그림책은 이미지의 콜라주이면서 동서고금 여러 이야기의 콜라주이기도 했다. 종종 자신이 카메오로 출연하면서 이 책 뒤에는 ‘작가’가 있음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는 허무맹랑하다고 여겨지는, 오래된 헐거운 이야기의 틈에서 진실의 위치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너는 진짜 네 엄마 아빠의 자식일까?” 같은 해묵은 질문은 박 작가의 검색대를 거쳐 재조명된다. 그는 ‘새 이야기’를 만드는 옛이야기의 장인이다.

‘유령 가족과 기울어진 탑’은 작가의 창작 과정으로부터 시작한다. 이번에는 박 작가 본인 대신 셰익스피어가 등장한다. 흔한 이야기들은 골라서 버려버리겠다는 셰익스피어에게 발끈한 이야기 속의 인물들이 그에게 맞서 스스로 이야기를 만든다. 그 새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최고의 불가사의인 피사의 사탑과 마주친다. “세계가 기울어져 있다”는 사실은 인식의 기반이 중대하게 흔들린다는 의미다. 피사의 사탑처럼 사선으로 기울어진, 피터 뉴웰의 1910년작 ‘기울어진 책(The Slant Book)’이 떠오르는 평행사변형 프레임은 근본부터 이 세계와 세계 속의 이야기들을 의심해보라고 권한다. 책 속에서 되풀이되는 기이한 반복은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결국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이는 독자다. 이야기의 뒷부분을 완성하며 협업을 마친 독자는 열쇠를 들고 저자의 자리에 오른다. 어린이가 마음껏 상상을 펼칠 수 있는 열린 여백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책의 각도는 달라질 것이다. 똑바로 세우는 역할은 독자에게 맡겨져 있다. 56쪽, 1만8000원.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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