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받고, 자본차익 누리고, 절세까지…채린이 대거 유입

권소현 2022. 12. 9.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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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개미 시대]
장외 회사채 매수 사상 첫 7조 돌파
특수채 인기, 한전채만 올해 1.6조 매수
표면금리 낮은 국채로 절세효과 노려
저금리 시대 다시 오면 자본차익 가능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지난달 초 한 채권투자 관련 카페에 두산퓨얼셀 회사채에 대한 정보가 올라왔다. 신용등급은 BBB이지만 매입수익률이 세전 기준 8%, 매도수량은 총 20억원이었다. 만기가 내년 9월15일로 1년이 채 안 남은 회사채였다. 자산운용사가 환매 요청에 대응해 장내 시장에서 팔려고 내놨는데 이 글이 올라오자마자 2분 만에 완판됐다.

채권, 특히 회사채는 없어서 못 판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개인투자자들의 채권투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회사채나 만기가 짧아 투자부담이 덜한 전자단기사채에 국한돼 있던 채권개미의 관심이 특수채, 국채로도 확대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금리 높다고 묻지마 투자하기보다는 만기와 신용등급 하향조정 가능성, 기업 재무안정성, 유동성 등을 살펴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개인 바구니엔 국채·한전채 가득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장외 채권시장에서 올 들어 전일까지 19조549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그간 개인 채권 순매수 규모는 연간 7조원을 넘은 적이 없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5%대였던 2007년과 2008년에도 순매수 규모는 6조원대에 머물렀다. 그런데 기준금리 1.25%에서 시작해 3.25%로 올린 올 한해 개인들은 채권을 무섭게 사들였다.

한국거래소의 장내 채권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개인은 지난 2012년부터 작년까지 줄곧 채권 순매도를 보이다 올해 5500억원 순매수로 돌아섰다. 2007년과 2008년엔 각각 2491억원, 4434억원 순매수하는데 그쳤다.

그간 채권시장은 기관투자자와 외국인들이 주로 사고 파는 ‘그들만의 리그’였지만 금리상승기로 접어들면서 개인들이 채권시장 주요 매수주체로 부상한 것이다.

올해 개인에게 슈퍼스타였던 채권은 바로 한국전력채권(한전채)이다. 올 한해 한전채 순매수 규모만 1조6412억원에 달한다. 특수채 순매수 금액 1조9202억원 중 85%를 한전채에 쏟아부은 셈이다. 특히 지난 5월 표면금리 3.75%에 발행한 한국전력1192 한 종목만 52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회사채는 개인에게 꾸준히 인기를 끌면서 올해 처음으로 순매수 7조원을 넘어섰다. 작년 같은 기간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국채도 개인에게 인기였다. 올들어 개인의 국채 순매수 규모는 2조8652억원으로 전년동기 707억원 대비 40배 가량 급증했다. 시중은행의 예금금리마저 5%에 육박하는 와중에 자산가들이 표면금리 1% 안팎인 국채를 찾는 데에는 절세 목적이 크다. 채권 보유기간 받는 이자에 대해서만 소득세를 내고 채권값 올라서 얻는 자본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기에 잔존만기가 길고 가격이 낮은 채권을 골라 담은 것이다.

올들어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찾은 국채는 표면금리 0.875%인 3년 만기 20-8로 627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어 표면금리 1.125%인 20년 만기 19-6을 3809억원어치 사들였고, 10년 만기인 20-4도 304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신동준 KB증권 WM솔루션 총괄본부장은 “올해 1분기에는 금리가 높았던 신종자본증권에 관심을 보였고 브라질 채권도 반짝 떴다가 2분기로 넘어오면서는 여전채, 단기 회사채가 중심이었고 7~8월 이후로는 장기 국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특히 2019년 저금리 시기에 발행된 국채의 경우 표면금리가 낮아 절세효과도 크기 때문에 거액 자산가들의 수요가 상당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주식처럼 거래하는 채권…당분간 관심 지속

한동안은 개인투자들의 채권 투자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높다. 금리인상이 내년이면 거의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내년 개인투자자들의 채권매수는 올해보다는 주춤할 수 있지만, 절대금리 수준이 높다면 이자 수취 목적의 투자는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자보다 채권 자본차익을 노리고 들어온 이들은 주식 매매하듯 채권을 거래한다는 점도 채권투자 대중화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를 가능케 한다. 과거에는 채권 거래단위가 컸고 투자정보를 얻기도 쉽지 않았지만, 이제 소액투자가 가능해졌고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을 통해 손쉽게 거래할 수 어 주식처럼 하나의 투자자산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신 본부장은 “주식 대신 채권 매매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져서 내년 개인투자자들의 채권투자 여부는 증시 흐름에 달려 있다”면서도 “은행 예금 대체재로 채권을 택한 투자자들의 경우 은행 예금보다 은행채 금리가 높기 때문에 내년 1분기까지는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채권도 선별해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채권은 이자와 함께 만기때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고, 만일 보유 중에 금리가 하락하면(채권값 상승) 매도해 자본차익도 챙길 수 있다. 하지만 금리가 오르면 자본손실을 입을 수 있고, 극단적으로 기업이 채무불이행을 선언할 경우 채권 원금을 못 받는 경우도 생긴다. 특히 BB+이하 투기등급 회사채의 경우 기업 분석은 필수다.

공동락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채권도 주식과 똑같이 신용등급이나 재무구조 등을 뜯어보고 옥석을 잘 가려야 한다”며 “채권은 안전자산이라고 얘기하는데 사실 시의적절하게 사지 않으면 평가손실을 입을 수 있으니 매매 타이밍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소현 (juddi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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