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부 집들이] 코로나로 문 닫았다 1년 만에 부활…경북 대표 산악부

한효희 2022. 12. 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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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산악부] 하계·동계 자체훈련이 산악부 목표
추계 훈련 영남알프스 장거리 종주.

무덤까지 갔다 되살아난 산악부가 있다. 경북대산악부는 2020년 코로나 직격탄을 맞아 활동하는 재학생이 없어 소멸했다. 1956년 창설되어 환갑 넘은 유서 깊은 산악부지만 시대의 변화 앞에는 장사가 없었다.

병 주고 약 준 코로나

경북대산악부는 비교적 최근까지 활발하게 활동해 왔다. 2016년에는 창립 60주년을 맞아 재학생 위주로 구성된 원정대가 중앙아시아 캉텐그리(7,010m)를 등반했다. 경북대산악부 출신의 젊은 산악인 구교정은 2017년 김창호 대장과 함께 히말라야에 코리안웨이 신 루트를 개척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점점 산악부 활동을 하는 재학생이 줄어들었고, 2020년 코로나로 인해 대학가의 대면활동이 일체 중단되며 경북대산악부는 소멸했다. 2000년대 소리 없이 사라진 많은 대학산악부처럼 경북대산악부도 그렇게 영영 사라지는 것 같았다.

산악부가 없어진 지 1년 만인 2021년, 경북대산악부는 화려하게 부활했다. 산악부 소멸을 개탄스레 여긴 17학번 기우석의 노력으로 산악부가 되살아난 것이다. 다른 대학산악부처럼 경북대산악부도 코로나 덕을 봤다. 대면활동이 제한되자 대학생들은 산으로 향했고, 산악부의 인기는 치솟았다. 현재 경북대산악부에는 50여 명의 재학생이 활동하고 있다. 올해 1학기에만 80여 명 넘는 지원자가 몰려들었다. 코로나가 산악부를 죽였고, 다시 살려냈다.

2학기에는 30명 정도의 신입부원이 가입했다.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대면활동이 활발해지며 산악부의 인기가 조금 식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감당하기 힘들 만큼 많은 숫자다.

"1학기보다는 지원자가 줄어들었어요. 그래도 어중이떠중이 들어와서 활동도 안 하고 나가는 것보다는 산악부에 관심 있는 소수의 인원이 들어와서 열심히 활동하는 게 나은 것 같습니다."

경북대산악부 재학생 대장은 21학번 송재흔씨다. 산악부에 들어온 지 1년이 채 안 됐지만 벌써 대장을 맡았다. 산악부의 명맥이 끊어지며 고참 기수가 없어 발생한 현상이다. 산에서 지낸 시간은 길지 않지만 그의 꿈은 빙벽과 고산 등반에도 능통한 진짜 산쟁이가 되는 것이다.

한국외대산악부와 자매결연

산악부가 궤멸했다가 부활하며 여러 모습이 바뀌었다. 이 중 가장 큰 변화는 기수제다. 예전 경북대산악부에는 기수제 문화가 있었다. 하지만 산악부가 재탄생하면서 기수제도 사라졌다. 새로운 산악부는 이전에 비해 더 평등하고 부드러운 조직이 되었다.

"그래도 산에서는 '형'이나 '대장'이라고 불러요. 산에서는 그 말이 더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경북대산악부는 매 주말 산행을 떠난다. 수도권 대학산악부에 북한산이 있다면 경북대산악부에는 팔공산이 있다. 팔공산에서 워킹 훈련을 하거나 슬랩, 남벽·북벽 하드프리, 병풍바위 리지를 등반한다. 한 번 산행에 10명 내외의 재학생이 참여한다. 평일에는 학교 근처의 실내암장에서 운동한다.

타 대학산악부와의 교류도 잦은 편이다. 경북대산악부는 오래전부터 한국외대산악부와 자매결연을 맺어 산행을 함께했다. 2016년 경북대산악부60주년 기념 해외등반에 한국외대산악부 재학생 2명이 참여하기도 했다. 지난겨울에는 외대산악부와 함께 명지·연인산에서 동계 종주 훈련을 함께했고, 9월에는 소백산에서 합동산행을 진행했다.

이외에도 경북대산악부는 올해 5월 계명대, 조선대, 전남대 등 10개 넘는 대학산악부가 함께한 영호남합동산행에 참여했다. 여름과 겨울에는 대구학생연맹에서 진행하는 하계·동계 훈련에 참가한다.

경북대산악부는 OB와 거리낌 없이 지낸다. 동계·하계 훈련이나 평소 등반에도 OB 선배가 함께하는 경우가 많다. 매년 '요델의 밤'이라는 행사에서는 OB와 재학생이 한데 모여 친분을 다진다. 특히 경북대산악부에는 30대의 젊은 OB가 많다. 재학생 대부분이 1~2년차이기 때문에 젊은 OB들이 재학생 등반 및 선등 교육에 큰 역할을 한다.

설악산 하계훈련에서 '몽유도원도'와 '한 편의 시를 위한 길'을 등반했다.

동계·하계 훈련이 산악부의 목표

"자체 훈련을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계·동계 훈련 가는 게 산악부의 목표입니다. 1학기는 하계, 2학기는 동계 훈련을 가기 위한 준비의 일환으로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동계·하계는 대학산악부의 꽃이었다. 과거 산악부는 한 달 넘게 설악동 야영장에서 먹고 자며 바위를 올랐다. 야영장에 가마솥을 이고 갔다는 이야기는 전설처럼 전해 내려온다.

찬란한 과거에 비하면 요즘 대학산악부의 동·하계 훈련은 초라하다. 지금도 자체적으로 동·하계 훈련을 진행하는 대학산악부는 많지 않다. 수도권 지역에서는 한국대학산악연맹에서 진행하는 3일간의 등산아카데미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경북대산악부는 옛날 냄새 물씬 풍기는 전통파다. 이들은 춘하추동 자체 훈련을 진행한다. 올해 봄에는 25명의 재학생이 춘계 훈련으로 해파랑길을 걸었다. 하계 훈련 때는 설악산에서 8명의 대원이 6일간 야영하며 바위길을 등반했다. 추계 때는 영남알프스에서 장거리 종주를 했다.

산악부의 명맥이 끊어진 이후 현재 경북대산악부 재학생 중에는 예전의 동·하계 훈련을 경험해 본 인원이 없다. 그럼에도 이들은 스스로 춘하추동 훈련을 기획했다. 이는 선배들이 남긴 자료 덕분이다.

"예전 선배들이 작성한 일지나 보고서를 보면서 하계·동계 훈련을 알게 되었습니다. 선배들의 기록을 보면 산행 목표가 생기고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습니다."

겨울이 가까워진 요즘 경북대산악부는 동계 훈련 준비에 돌입했다. 등반시즌이 끝나면 팔공산에서 하중 훈련을 진행하고 앞산 해골바위에서 믹스 등반을 훈련할 계획이다.

3인 미니 인터뷰

송재흔 21학번 한문

고등학생 때부터 코로나 세대여서 활동적인 걸 하고 싶어 가입했다. 명지·연인산에서의 동계 훈련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입부 후 첫 산행이었는데 배낭 무게가 20kg이었다. 물이 얼어 마시지 못했고 칼바람이 볼을 에었다. 밥을 하다 텐트가 홀라당 타버려 플라이만 쳐서 옹기종기 모였다. 하산하며 다시는 산에 오지 않겠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대장까지 하고 있다.

서정우 22학번 전자공학부

30년 넘게 산악회 활동을 한 고모가 대학에서 산악부 활동을 해보라고 추천해 주셔서 들어왔다. 비만에 체력도 별로지만 산에 올라가면 항상 기분이 좋고 성취감이 들었다. 설악산 하계 훈련에서 첫 리지 등반으로 '한 편의 시를 위한 길'을 올랐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박승우 17학번 컴퓨터학부

'산에 갔다 와서 마시는 막걸리가 그렇게 기가 막히다'는 친구의 꼬임에 넘어가 늦은 나이에 산악부에 들어왔다. 올해 설악산 하계 훈련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울산바위에서 달리기 시합을 했던 것, 늦은 밤 동료의 헤드랜턴 불빛에 의지해 힘겹게 탈출했던 것, 속초 앞바다 모래사장에서 아무 생각 없이 햇볕을 쬐었던 것… 이런 기억들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월간산 1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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