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춘추] 우크라참상 남의 일인가!

임양수 화가·시인 2022. 12. 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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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은 연이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한국을 불안한 국가로 여긴다.

전쟁이 일어나면 생과 사, 혼란의 연속이다.

참혹한 6·25전쟁을 경험한 세대들은 정쟁(政爭)만을 일삼는 정치 현실에 민감하다.

프로야구 꼴지 팀에 보내는 보살 정신도, 늦은 밤에 월드컵 16강 응원도, 애향심이며 애국심이 아니겠는가! 이 시간에도 러시아의 폭격으로 엄동설한에 굶주리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사태가 남의 일 같지 않아 늘 노심초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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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양수 화가·시인

외신은 연이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한국을 불안한 국가로 여긴다. 필자도 초등학교 시절에 겪은 한국전쟁 3년을 기억해본다.

전쟁 중에 대전 선화초등학교 목조건물 한 동은 군대 막사였다. 운동장에서는 불같은 훈련대장의 호령소리와 보충병들의 대답 소리로 쩌렁댔다. 약식훈련을 마치고 출병하던 날 구령 소리와 가족들의 울부짖음이 슬픔으로 뒤섞였다. 희뿌연 흙먼지 일구며 전선으로 떠나간 빈자리엔 주인 잃은 고무신짝과 눈물 젖은 헝겊들이 바람에 나뒹굴었다.

학교 앞길에 미군을 실은 트럭이 다가오면 꼬마들은 떼 지어 몰려가 "할로, 오케이 기브 미 초코렛"을 외쳐댔다. 미군들은 웃어댔고, 과자류를 던져주며 셔터를 눌러댔다. 양담배 한 갑을 받으면 큰 횡재였다. 얻은 것을 와이셔츠 주머니에 담아 대전역에 나가 팔았다.

전쟁터는 같은 모양새인지 필자도 월남전(1969년)에 참여해 꼬마들에게 똑같이 껌과 초콜릿을 던져주던 때가 있었다. 헬기소리가 들리면 운동장에 사람들이 하얗게 모여 들었다. UN의 구호품을 투하하고 다른 지역으로 떠나기 때문이다. 먼저 잡은 사람이 주인이니 아수라장이다. 전쟁이 일어나면 생과 사, 혼란의 연속이다. 그러나 이태원 같은 참사는 일어나지 않아 다행이었다.

동수 누나 손잡고 가족과의 약속 장소로 뛰었다. 물 담은 논에 대포알이 떨어지면 흙탕물이 마을 전체를 뒤덮었다. 벼 심은 논물은 시체들의 핏물로 벌겋고 교전 중에 눈뜨고 죽은 인민군 소년병사는 도랑가에 처박혔다.

전쟁통에 아버지의 엉성한 턱수염도 기억난다. 옛 충남 연기군 대평리 감성 입구에서 불심검문을 당했다. 허리춤에 권총을 찬 내무서원은 아버지의 손을 만져 보더니 "동무는 검지손가락에 굳은살을 보니 총잡이 경찰이 분명하지! 갑시다" 끌려가기 직전에 엄니의 외마디 비명소리가 들렸다. "아이고, 그 굳은살은 농사일로 낫질, 삽질 많이 해서 그래유!" 울먹이며 항변하는 바람에 위기를 넘겼다. 전쟁 나면 '생존' 만이 희망이다. 동냥아치 때문에 밥 숟가락 소리도 죽여야 했다. 새벽 아침 대문 앞 작은 도랑 가에는 꼬망생이들이 일렬로 날 엉덩이 깐 채 응가 보느라 끙끙거렸다.

오늘에 이르러 러시아의 대통령 푸틴은 구 소련의 미련을 못 버리고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1만3000여명이 죽어갔고 식량과 에너지를 차단해 세계 경제에 파탄을 일으켰다. UN의 참전은 3차 대전과 핵 확산 관계로 경제 제제에만 의존하고 있다. 러시아, 중국, 북한 등 공산협력의 움직임이 노골적이다.

참혹한 6·25전쟁을 경험한 세대들은 정쟁(政爭)만을 일삼는 정치 현실에 민감하다. 설마 하면서도 안보 불감증을 떨쳐낼 수가 없다. 프로야구 꼴지 팀에 보내는 보살 정신도, 늦은 밤에 월드컵 16강 응원도, 애향심이며 애국심이 아니겠는가! 이 시간에도 러시아의 폭격으로 엄동설한에 굶주리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사태가 남의 일 같지 않아 늘 노심초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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