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계획 없다? 그 수법은 꽤 오래된 것이다 [소셜 코리아]

김철 입력 2022. 12. 9.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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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코리아] 공공기관 기능축소·자산매각은 결국 민영화... 피해는 다수 국민에게

한국의 공론장은 다이내믹합니다. 매체도 많고, 의제도 다양하며 논의가 이뤄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많은 논의가 대안 모색 없이 종결됩니다.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는 이런 상황을 바꿔 '대안 담론'을 주류화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근거에 기반한 문제 지적과 분석 ▲문제를 다루는 현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셜 코리아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상생과 연대의 담론을 확산하고자 학계, 시민사회, 노동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 또는 기고 제안은 social.corea@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기자말>

[김철]

[소셜 코리아 연속 기획]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

윤석열 정부가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철도, 전기, 의료 등의 공공기관을 영리화하기 위해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특히 인플레이션, 환율 급등 등으로 서민의 경제 여건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에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영리화의 본질은 무엇이며, 그 방향은 타당한 것인지 짚어보고, 국민을 위한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합니다.(연재 주제와 순서는 사정에 따라 바뀔 수 있습니다.)

①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 공격하는 이유
② 공공기관 방만경영? 부채비율 오히려 낮아졌다
③ 공공기관 길들이기에 공공성 실종됐다
④ 공공기관 개혁은 민영화 꼼수?
⑤ 전력 공기업 재편, 멀리 내다보자
 
 지난 5월 17일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지분 40%가량을 증시 상장을 통해 민간에 매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 공동취재사진
조규홍 "의료·복지 민영화 반대…민간 공급 체계화할 것"
"민영화 움직임" 철도노조 반발…총파업 나서나
에너지 위기 핑계로 '한전 민영화' 꺼내는 언론의 속셈은?
공공기관 보유 YTN 지분 31% 매각 공식화…민영화 논란 넘을까
"지금이 매각 적기"…HMM 민영화 시동 건 산은

최근 언론에 민영화와 관련한 기사가 자주 올라온다. 철도, 전력, 보건의료, 복지·돌봄, 언론 등 민영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영역이나 형태도 매우 다양하다. 정부는 민영화가 아니라고 하고 앞으로도 민영화를 할 생각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를 전부 민영화와 연결시키는 건 과도한 것인가? 쓸데없는 걱정은 아닐까?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난 민영화 관련 기사의 진실은 무엇일까?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4월 28일 '에너지 정책 정상화를 위한 5대 정책 방향'을 발표하고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5월 17일 "인천국제공항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고 발언함으로써 민영화 논란이 촉발됐다가 6월 지방선거 이후 잦아들었다. 6월 16일 발표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의 전반적인 기조는 부자감세와 규제완화였지만, 민영화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 전에 인수위가 발표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공기업 민영화를 우려하는 야당의 지적에 지난 5월 27일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정부는 공기업 민영화를 검토한 적도 없고 현재 추진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자신이 했던 인천공항 지분매각 발언은 "과거 저서에서 언급한 개인적인 의견을 말한 것"일 뿐 "새정부의 정책 방향을 말한 게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민영화 검토한 적도 없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5월 19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질의 과정에서 "현재로서는 민영화 계획이 없다"고 답변했고, 6월 26일 한 방송에서도 "우리 국민 전반의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기업들, 특히 철도·전기·가스·공항 등 민영화는 검토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7월 29일 '새 정부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에서 "민간과 경합하거나 비핵심적인 기능 축소·폐지, 자산 매각 등과 관련하여 민영화는 추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도 9월 5일 '새 정부 지방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에서 "지방공공기관의 구조개혁과 재무건전성 강화 과정에서 기관 민영화는 배제할 계획"이라며 "논란이 된 민간 경합사업 정비도 기관 자체를 민간에게 이양하는 민영화와는 다르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이 발언들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있을까? 민영화를 '공기업의 완전한 매각'으로만 제한적으로 정의하여 민영화 논란을 회피해보려는 수법은 꽤나 오래된 것이다. 정부 자산 매각을 비롯해 소유권 이전만을 민영화로 보는 입장은 가장 좁은 의미의 해석이다. 민영화 이론의 대부인 임마뉴엘 사바스에 따르면 민영화는 단순히 재정적 혹은 관리적 조치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데 있어 정부의 역할을 줄이거나 민간 기관의 역할을 증가시키는 조치"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민영화와 관련하여 우려하는 것은 민영화 자체가 아니라 국가나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을 민간이라고 표현되는 '시장', '기업'에 맡기는 것이다. 민관협력사업이나 민간투자사업, 민간위탁·외주화를 문제 삼는 것도 단지 민영화라서가 아니다. 책임져야 할 공적인 주체가 사라져버리고 공공서비스를 경쟁 논리와 이윤추구에 내던져버리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 혁신 명목으로 추진하고 있는 공공기관 기능조정이나 자산·지분 매각 등도 민영화의 사전포석이라 할 만하다. 정부는 내놓는 공공기관 정책마다 민영화가 아니라고 밝혔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판박이다. 이 두 정부는 정권 내내 공공기관 선진화, 정상화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민영화를 추진했다.

더욱이 다양한 영역에서 민영화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기획재정부는 11월 11일 공공운영위원회를 열고 공공기관 자산 효율화 계획을 확정했다. 같은 달 23일에는 YTN의 지분을 21.43% 보유한 한전KDN이 이사회에서 YTN 지분 매각안을 통과시켰다. 이 때문에 TBS, MBC 등의 민영화 논란과 함께 언론 장악, 언론 민영화 이슈가 떠올랐다.

현물 급여 복지를 취약계층 위주로 지급하고, 돌봄, 요양, 의료, 교육 등 사회서비스 분야 전반을 민간 주도로 재편하겠다는 복지 민영화, 돌봄 민영화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경영부실과 적자경영을 이유로 매각이 공식화된 한편으로, 분기마다 조 단위 흑자를 내고 있는 HMM의 민영화를 해양수산부가 공식화하기도 했다.

또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공공의료에 매진했던 공공병원을 민간위탁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며, 영리병원을 설립하려는 시도가 제주도뿐 아니라 강원도에서도 일어나 의료 민영화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YTN의 지분을 21.43% 보유한 한전KDN은 이사회에서 YTN 지분 매각안을 통과시켰다. 서울 상암동에 있는 YTN 사옥.
ⓒ 셔터스톡
 
민영화 결과는 처참했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가 이러한 민영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민영화는 작은 정부, 재정 긴축, 민간 주도(기업 주도), 시장주의, 규제완화를 핵심 국정운영 기조로 하는 윤석열 정부의 당연한 귀결이라 할 수 있다. 자유, 공정, 혁신, 연대를 내용으로 하는 윤석열 정부 경제운용 비전의 본질은 공공부문을 구조조정·민영화하고, 에너지, 의료, 교통, 사회서비스 등의 공공서비스를 사기업에 넘기는 데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서발법) 입법 추진이다. 이태원 참사로 어수선한 가운데, 추경호 장관은 11월 18일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서발법 입법 추진 의지를 밝혔다. 서발법은 농·어업과 제조업을 제외한 보건의료·교육·언론·공공서비스 등 공공성이 강화되어야 하는 영역을 '서비스산업'으로 규정하여 전반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민영화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각 영역의 권한을 기재부 장관에게 부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둘째, 민영화 추진론자들에게 민영화는 절대 선이다.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작은 정부를 위해 가장 중요한 방편으로 도입한 것이 민영화다. 시장 개혁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분명하게 표명하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셋째, 민영화의 직접적인 목적은 국가의 재정수입을 확보해서 재정적자를 해결하는 것이다. 민영화는 부유층과 대기업에 조세부담을 지우지 않으면서 법인세 인하 등 친기업적 감세정책으로 발생하는 재정적자를 축소하고 세입을 증가시킬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다. 감세와 긴축재정을 표방한 윤석열 정부는 향후 대규모 재원이 필요하거나 경기 침체 등에 직면할 경우 공기업 민영화를 수면 위로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

민영화 신봉자들은 민영화가 소비자에게 이익이 된다고 주장하곤 한다. 실제 지난 30여 년간 세계 각국 정부는 이런 신자유주의 기조에 따라 공공부문의 비효율 제거, 서비스의 질 향상, 국가재정 확충 등을 명분으로 민영화를 추진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처참했다. 민영화로 인해 정부가 공공서비스 운영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버리게 되면서 공공요금은 폭등했고, 도서벽지에 대한 서비스가 끊어지는 등 서비스의 형평성은 저하되었다. 대대적으로 민영화를 추진했던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회적 부의 불평등 문제가 심각해졌다.

심지어 대형 사고도 빈발했다. 영국의 경우 당초 정부 부담을 줄이고 효율화하겠다는 목표로 철도 민영화를 추진했으나, 그 과정에서 누적적자와 저수익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무리하게 인력 감축과 경비 절감에 매달렸다. 그 바람에 철도산업이 마땅히 담당해야 할 안정성과 정시성, 신뢰성은 떨어지고 안전사고가 급증했다.

결국 영국 정부는 민영화 실패를 인정해야 했다. 또한 미국에서 최초로 전력 시장을 민영화했던 캘리포니아, 전력 공급을 민간에 맡기는 시장화 정책을 도입했던 텍사스는 대규모 정전사태를 겪어야 했다.

재벌에게 넘길까, 공공이 지킬까?
 
 해양수산부는 분기마다 조 단위 흑자를 내고 있는 HMM의 민영화를 공식화했다.
ⓒ 셔터스톡
이처럼 민영화의 수혜는 모두 시장 지배력이 강한 소수의 민간 자본에 돌아가고, 민영화의 수익증대 효과는 투자자 또는 주주들에게 편중 배분되는 반면, 그로 인한 피해와 부담은 사회의 각 개인에게 전가된다. 특히 사회 약자들이 민영화의 가장 큰 희생자가 된다.

위험·안전의 외주화도 민영화의 폐해 중 하나다. 이러한 안전·위험의 외주화는 세월호 참사의 구조적 원인 중 하나였다. 2016년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를 비롯하여 태안 화력발전소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민영화·외주화로 인한 사망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최근 대우조선해양과 HMM 등의 매각과 관련된 사안을 제외하고는 어디에서도 민영화라는 용어를 일절 꺼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 혁신정책 전반에 걸쳐 민영화 중심 정책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다. 전력·에너지, 보건의료, 사회서비스(돌봄), 철도, 언론, 지방공공기관 등 거의 모든 공공서비스 영역을 민영화의 대상으로 설정하고 있는 것이다. 공공서비스를 재벌에게 넘길 것인지, 아니면 공공의 것으로 지킬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촉발된 세계 주요 정부의 적극적 개입정책은 구조적-상시적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국가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보여줬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기후위기·저출산 고령화·디지털 전환 등 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공공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에서 드러난 것처럼, 국가와 정부는 스스로의 책임을 방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공이 해야 할 역할을 민간에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공공이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시민사회의 노력이 절실하다. 특히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민영화와 관련해서는 ▲ 공공서비스 민영화 금지 및 재공영화 기본법 제정 노력 ▲ 노동조합을 비롯한 관련 당사자의 민주적 통제 ▲ 민영화에 대항하는 담론과 프레임 투쟁 등이 필요할 것이다. 기후위기, 불평등의 시대에 공공의 역할을 강화해야 공공서비스, 공공성의 확장 또한 가능하다는 점을 사회적으로 공론화해야 한다.
 
 김철 /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김철
 
필자 소개: 이 글을 쓴 김철은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사회공공성의 시각에서 공공기관을 포함한 공공부문의 다양한 쟁점과 과제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을 합니다. 최근 공공기관 경영평가 위원으로 활동했고,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이사로도 재직했습니다. <공공부문 쟁점과 사례>, <공공기관의 현재와 미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의 길> 등을 공동저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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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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