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대맛] 겨울 별미 과메기…청어 vs. 꽁치 한판승부 결과는?

이문수 2022. 12. 9.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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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대맛 (35) 겨울 별미 과메기 청어 vs 꽁치
식감 부드럽고 바다향 가득…탄탄한 살점, 씹는 맛 일품

계절이 바뀌면 미식가는 분주해진다. 겨울이 바투 다가온 이맘때쯤 전국을 쫀득함으로 사로잡을 먹거리가 나온다. 바로 과메기다. 한데 과메기 재료가 되는 물고기는 한 종류가 아니다. 하나는 청어고 다른 하나는 꽁치다. 같은 과메기인데 맛이 다르려나. 해답을 얻고자 과메기 일번지로 통하는 경북 영덕과 포항 앞바다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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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
18세기 동해 일부지역 특산물 ‘관목’
발음하기 쉽도록 ‘과메기’로 바뀐 듯
과거 청어로 만들었지만 꽁치가 대세
현재 지구온난화로 두어종 어획 줄어
원양어선으로 잡거나 대만에서 수입

◆가난한 선비의 배를 채워준 착한 물고기=서울에서 차로 영덕이나 포항에 가려면 어림잡아 4시간 이상 걸린다. 동해 명물 과메기를 먹을 생각에 자꾸만 속이 구쁘다. 긴 시간 허기를 잊으려고 과메기 역사와 특성을 살펴봤다.

내장과 머리를 떼고 말려 먹는 과메기는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 정확한 연대를 추정하긴 어렵다. 다만 1800년대 초반 출간한 것으로 알려진 빙허각 이씨의 <규합총서>에 ‘관목(貫目)’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한자어대로라면 ‘눈을 꿰뚫어 말린 고기’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관목어가 발음하기 쉽게 과메기로 바뀌었다는 설이 꽤 설득력 있다.

1870년대 나온 황필수의 <명물기략>이라는 책에서는 기름기 많은 과메기를 ‘비유어(肥儒魚)’라고 명명했다. ‘가난한 선비를 살찌게 하는 물고기’라는 뜻이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사람이 쉽게 접할 만큼 저렴했고 또 흔했을 것이다. 조선 영조 때 편찬한 <여지도서>를 보면 관목이 공물 명세에 포함됐는데 이는 과메기가 18세기 동해 일부 지역의 특산물임을 증명한다.

포항에는 과메기를 먹기 전 한번쯤 들러볼 만한 명소가 있다. 구룡포과메기문화관에서 과메기 산업이 발전해온 과정, 과메기 만드는 전통방식 등을 살펴볼 수 있다.
 

경북 영덕군 영덕읍 창포리에 있는 청어 과메기 덕장.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살이 두껍고 윤기가 흐른다. 영덕=현진 기자


◆청어냐 꽁치냐…어획량이 결정짓다=본래 과메기는 청어로 만들었다. 그러다가 꽁치가 대세가 됐다. 왜 그럴까. 답은 어획량에서 찾을 수 있다.

1960년대까지 흔하디 흔했던 청어가 해가 갈수록 급감했다. 그래서 청어 대신 잘 잡히는 꽁치가 빈자리를 비집고 들어왔다.

지구온난화 탓에 최근 들어 상황이 또 바뀌었다. 청어와 꽁치는 한류성이라 둘 다 점점 모시기 어려운 귀한 물고기가 됐다. 올해 2월 통계청 농어업동향과에서 내놓은 ‘어업생산동향조사’ 자료를 보면 2017년 3만2519t이었던 청어 생산량은 2020년 2만1035t으로 크게 줄었다.

꽁치는 더 열악하다. 지금 국내에서 유통하는 과메기용 꽁치는 거의 동해안 출신이 아니다. 먼바다에서 원양어선이 잡아오거나 대만에서 수입해온다. 원양어업으로 잡아들이는 꽁치 역시 2017년 1만4801t에서 2020년 5993t으로 3년 새 무려 60%가량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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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치
청어과메기, 영덕 창포리 마을이 유명
직접 잡아 덕장서 전통방식으로 말려
송진처럼 진한 기름 빛나 입안에 군침 
꽁치과메기, 안전한 해썹시설서 생산
미역·말린김·꼬시래기 등 곁들여 인기


◆기름진 청어 vs 속이 꽉 찬 꽁치=자, 공부는 그만하고 이제 겨울 진미를 맛봐야 할 차례. 제대로 된 청어 과메기를 먹으려면 경북 영덕군 영덕읍 창포리로 가야 한다. 여기에선 마을주민이 모여 만든 영덕청어과메기영어조합법인이 청어를 취급한다. <영덕 청어 과메기>는 지리적표시제에 등록되며 브랜드가 됐다.

“하이고∼ 꽁치랑 비교할 거면 그냥 가소. 과메기는 청어가 진짜지! 그것도 모르고 취재 왔는교?”

영어법인 대표이자 거북바위회식당 주인인 윤정길씨(65)는 청어 과메기에 대한 자부심이 하늘을 찌른다. 그의 말은 과언이 아니다. 갓 잡아 덕장에 널어놓은 청어는 은비늘이 윤슬처럼 빛나고, 송진처럼 진한 기름이 뚝뚝 떨어진다. 보고만 있어도 군침이 돈다.

윤씨가 과메기를 숭덩숭덩 썰어 내온다.

“진짜 맛을 보려면 쌈을 싸 묵지 말고 고기만 드시소.”

그의 말마따나 한입 베어 무니 살은 보드랍고 고소한 기름기가 혀를 찬찬히 감싼다. 꽁치보다 큰 고기라 살이 꽤 두껍다. 해풍으로 말려 바다향이 진하게 배어 있다. 원조 명성이 어디 갈 리가 있나.

포항시 남구 구룡포에서는 꽁치 과메기가 기다린다. 그런데 눈 씻고 찾아봐도 덕장이 없다. 지나가던 주민에게 물어봤다. “요즘 꽁치를 누가 밖에서 말립니꺼. 다 시설에서 말리지∼.”

김건희 포항시 수산진흥과 주무관이 말을 보탠다. “청정한 환경에서 양질의 과메기를 생산하려고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해썹·HACCP) 시설 지원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해 포항에서 생산한 과메기만 1900t에 이르고요.”

포항엔 과메기 전문점이 따로 없다. 주로 대게집에서 곁다리로 판다. 구룡포 과메기는 화려하다. 미역, 꼬시래기, 말린 김, 쌈채소, 쪽파가 한접시에 그득 담긴다. 전국에 꽁치 과메기가 널리 퍼진지라 맛은 설면하지 않다. 청어보다 쫀득쫀득하고 살점이 탄탄해 씹는 맛이 일품이다. 쪽파의 알싸함, 쌈채소의 달큼함, 꼬시래기의 운율감 있는 식감이 더해져 쌈을 한입 넣어 씹는 순간 오묘한 조화로움에 저절로 눈이 감긴다.

갈수록 길어지는 겨울 저녁 과메기 두종류를 같이 주문해 가족과 함께 품평회를 열어보는 것도 좋겠다. 겨울이 돼서 과메기를 먹는 것이 아니라 과메기를 먹어야 제대로 겨울을 맞이하는 게 아니겠는가.
영덕=이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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