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녹색 민주주의’ 깃발 아래 ‘우리’를 만들어라

최원형 2022. 12. 9.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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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손을 잡은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고착된 국면에서, 정치철학자 샹탈 무페(79)는 에르네스토 라클라우와 함께 쓴 <헤게모니와 사회주의 전략> (1985)을 통해 '민주주의를 급진화'하여 사회주의적 가치들을 성취해내는 전략을 제시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포퓰리즘의 발흥으로 이어질 무렵 무페는 <좌파 포퓰리즘을 위하여> (2018)를 통해 중도 우파와 중도 좌파가 손 잡은 '탈정치'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좌파 포퓰리즘' 전략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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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게모니 이론에 근거해 ‘좌파 포퓰리즘’을 말해온 정치철학자 샹탈 무페. 위키미디어 코먼스

녹색 민주주의 혁명을 향하여
좌파 포퓰리즘과 정동의 힘
샹탈 무페 지음, 이승원 옮김 l 문학세계사 l 1만5000원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손을 잡은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고착된 국면에서, 정치철학자 샹탈 무페(79)는 에르네스토 라클라우와 함께 쓴 <헤게모니와 사회주의 전략>(1985)을 통해 ‘민주주의를 급진화’하여 사회주의적 가치들을 성취해내는 전략을 제시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포퓰리즘의 발흥으로 이어질 무렵 무페는 <좌파 포퓰리즘을 위하여>(2018)를 통해 중도 우파와 중도 좌파가 손 잡은 ‘탈정치’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좌파 포퓰리즘’ 전략을 내놓았다. <녹색 민주주의 혁명을 향하여>(2022)는 그가 새롭게 내놓은 좌파 정치 전략에 대한 압축적 구상으로, 이번 책이 나온 국면은 “팬데믹의 사회경제적 결과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와 지구 온난화 효과로 인한 기후 비상사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라는 이중 도전으로 특징지어”진다.

다원주의, 헤게모니, 정동(affects) 등 사유의 기본적인 재료와 틀에 큰 변함은 없다. 어떤 계약으로도 근원적인 갈등을 없애는 합의에 도달할 수 없기에, 지은이는 서로를 파괴하는 ‘적대’(antagonism)가 아니라 서로를 죽이지 않고서도 반대할 수 있는 ‘경합’(agonism)에서 민주주의의 본질을 찾는다. 여기서 기존 좌파 합리주의는 ‘대중’을 단지 사회학적 구성물로만 보고, 보호에 대한 욕망 등 대중의 정념(passion)을 외면하여 적수들(주요하게는 우익 포퓰리즘)에게 밀리는 패착을 저지른다. 이때 정념은 “우리/그들이라는 동일화의 형태를 구성하는 과정 속 정치 영역에서 중요한 부분인 ‘공통(common) 정동’을 의미한다. 지은이는 “사람들이 행동하도록 움직이게 하는 것은 (추상적 관념이 아니라) 정동, 그리고 이러한 정동이 새겨지는 동일화 과정”이라 주장한다.

‘팬데믹 이후’는 지은이가 자신의 이런 생각을 좀 더 굳건하게 다듬는 계기다. 코로나19가 이미 존재하는 불평등과 위기를 악화시켰기 때문에 일각에선 앞으로 진보적 가치를 요구하는 대중 투쟁이 활발해지리라 기대하지만, 지은이는 “신자유주의의 생명이 한동안 연장될 수 있을 거라 우려”한다. 팬데믹은 취약성, 안보, 보호 등에 대한 정동을 날카롭게 일깨웠는데, 좌파가 이런 요구에 제대로 답을 하지 않는다면 대중은 권위주의를 중심으로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생태적 위기도 중요한 계기다. 급진 민주주의 전략으로 사회운동을 노동운동과 접합시키려 했던 지은이는, 이제 반신자유주의 투쟁과 생태주의 투쟁을 접합하여 ‘녹색 민주주의 혁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구 그리고 이 지구가 거주 가능한 곳이 되도록 하는 조건을 존속시키는 것은 이질적인 요구들에 기초한 다양한 운동뿐만 아니라, 수많은 대중을 염두에 두는 목표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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