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은 겨울이 좋다, 돌아온 집이 따뜻하니까 [책&생각]

한겨레 2022. 12. 9.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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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동이 지난 지가 한참인데 동네 공원에 장미가 활짝 피었다.

기분 탓인가 했는데 같은 공원에 연꽃이며 개나리까지 핀 것을 보고는 심란해졌다.

추위를 즐길 줄 모르는 데다 유난히 추운 지역에 사는 내가 이런 생각을 할 줄 몰랐지만, 겨울이 그리웠다.

춥대장과 눈대장은 처음엔 놀이를 북돋워 주지만 방심하면 끝내 무서워지고 마는 한겨울 추위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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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워라 춥대장 나와라 눈대장
코이데 야스코 지음, 박숙경 옮김 l 한림출판사(2006)

입동이 지난 지가 한참인데 동네 공원에 장미가 활짝 피었다. 해가 잘 드는 자리라 한겨울에 꽃이 핀 적이 더러 있었다. 문제는 계절을 착각한 꽃이 올해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기분 탓인가 했는데 같은 공원에 연꽃이며 개나리까지 핀 것을 보고는 심란해졌다. 기후위기라는 말이 새삼 실감 났다. 꽃을 보고 이렇게 두려웠던 적은 없는 것 같다. 추위를 즐길 줄 모르는 데다 유난히 추운 지역에 사는 내가 이런 생각을 할 줄 몰랐지만, 겨울이 그리웠다.

‘겨울이 돌아왔구나!’ 하고 느낀 건 역시 어린이 덕분이다. 오후 들어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진 날, 급변하는 날씨에 오히려 걱정이 커지는 참이었다. 볼이 빨개진 어린이들이 “귀가 떨어지는 것 같아요!”라며 교실에 들어섰다. 외투를 받아드니 바깥쪽은 언 듯이 차가운데 안쪽은 어린이의 체온으로 따뜻했다. 추운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온기에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추워라 춥대장 나와라 눈대장>은 겨울만의 모험을 그린 책이다. 그것도 눈이 펑펑 내리고 정신이 쏙 빠질 것처럼 추운 겨울날, 바깥에서 뛰어노는 어린이들만 할 수 있는 모험이다. 여우 키코와 족제비 친구들은 키코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새 망토를 입고 썰매를 타러 나간다. 할머니가 이렇게 눈이 많이 오는 날에는 ‘눈거인’이 나온다며 “얌전히 집에 있는 게 최고야”라고 당부하지만, 어서 새 망토를 입고 싶은 마음과 신나게 놀고 싶은 마음을 누를 수는 없다. 내리는 눈을 보고도 자제심을 발휘하는 어린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썰매를 끌고 산을 오르는 사이 눈이 그치고 해가 난다. 키코와 친구들은 자신만만해져서는,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춥대장’ ‘눈대장’ 나오라고 큰소리를 친다. 그때 꼬마 눈사람들이 나타난다. 그저 귀엽기만 한 춥대장, 눈대장과 함께 아이들은 땀이 날 만큼 열심히 썰매를 타고 논다. 모자와 목도리를 그들에게 맡기고 그들이 내주는 빙수도 실컷 먹는다. 모르는 사이 차차 추위가 아이들에게 스며든다. 어느 순간 눈사람들은 눈거인이 되어 눈보라를 쏟아내면서 아이들을 위협한다. “춥다”고 말하라는 것, 즉 추위에 굴복하라는 것이다. 키코와 친구들은 어떻게 산보다 큰 눈거인들을 물리칠 수 있을까?

춥대장과 눈대장은 처음엔 놀이를 북돋워 주지만 방심하면 끝내 무서워지고 마는 한겨울 추위를 뜻한다. 이런 추상적인 내용을 구체적인 이미지로 만들어냈다는 점이 볼 때마다 재미있다. 할머니의 말씀을 듣지 않아서 고생을 했다거나, 아무리 추워도 어린이는 끄떡없다거나 하지 않는 점도 좋다. 추워도 어린이는 나가야 하고, 때로는 어마어마한 위기를 맞이하기도 한다. 그러고서 돌아온 집은 더없이 따뜻하다. 겨울 모험만의 묘미이다.

나는 이번 겨울을 어느 때보다 귀하게 대접하기로 했다. 겨울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싶고, 알아낸 모든 것을 어린이에게 가르쳐주고 싶다. 충분히 추워한 다음에 봄을 기다리고 싶다. 기후만이 아니라 여러 면에서 위기를 느끼는 요즘이지만, 어린이 덕분에 현재를 산다.

김소영/독서교육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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