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스티븐 킹은 절대 실망시키지 않는다

한겨레 2022. 12. 9. 05: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 해의 마지막, 지나온 날을 돌아본다.

고작 1년도 안 된 일도 과거형으로 보면 새롭게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호러의 제왕, 스티븐 킹답게 역시 공포물이다.

장르 소설 독자에게 스티븐 킹의 작품은 마지막에 기댈 곳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현주의 장르문학 읽기][박현주의 장르문학 읽기]

나중에
스티븐 킹 지음, 진서희 옮김 l 황금가지(2022)

한 해의 마지막, 지나온 날을 돌아본다. 고작 1년도 안 된 일도 과거형으로 보면 새롭게 보이기도 한다. 세상 모든 일이 이렇게 돌아보면 다르게 느껴진다. 당시에는 일어나는 사건을 똑똑히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했어도 나중에는 다른 의미를 발견한다. 이렇게 시간이 흐른 뒤에 내가 몰랐다는 사실, 거기 스민 진실을 발견한다. 이제는 키가 자라지 않아도 이런 발견 자체를 성장이라고 할 수는 있을 것이다.스티븐 킹의 <나중에>는 죽은 자를 볼 수 있는 소년, 제이미 콘클린의 성장소설이다. 서술도 어린 시절의 나와 성인이 된 나의 시점이 혼합된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나중에>는 모든 성장소설이 그렇듯이 자신의 연약하고 부드러웠던 시절을 나중에 돌아보는 이야기이다. 또, 당시에는 결말을 알지 못했기에 미스터리였던 사건을 회상하는 소설이다. 그리고 호러의 제왕, 스티븐 킹답게 역시 공포물이다.

죽은 자를 보는 소년이라는 소재에서 많은 이들이 영화 <식스 센스>를 연상할 테고, 소설 내에서도 이 영화가 언급된다. 다만 여기에는 브루스 윌리스가 연기할 만한 크로우 박사는 없다. 대신 아이의 초능력을 이용하는 어른들과 죽은 빛이 스며들어 악령이 되는 죽은 자, 그리고 나중에야 발견할 수 있는 진심이 있다. 그 진심이란 반드시 따뜻하지만은 않지만,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던 감정이다.

미국발 금융위기 전후의 2000년대, 제이미는 문학 에이전트인 엄마 티아와 나름대로 즐겁게 살아간다. 그리고 그들의 삶에 엄마의 여자 친구인 경찰 리즈 더튼이 끼어든다. 한때는 신선했지만 썩어버린 관계가 다 그렇듯이 가족의 친구였던 리즈는 제이미의 인생에 위협이 되어 등장한다. 리즈는 제이미의 초자연적 능력을 이용해서 경찰 내에서 위기에 처한 자신의 입지를 구하려 한다. 자기 머리에 총을 쏘아 죽어버린 폭파범 테리올트의 유령과 대화를 나누어 설치된 폭탄의 위치를 알아내려는 것이다. 하지만 제이미가 테리올트에게 말을 걸었을 때 그는 또 다른 존재로 변모하여 제이미의 삶을 따라다니는 공포가 된다.

죽은 자를 볼 수 있는 능력은 축복보다 저주이다. 하지만 한 인간에게 주어진 능력이나 기질이 저주라고 해도 우리는 그를 끌어안고 살아야 한다. 이 말이 바로 저주를 푸는 주문이다. 제이미가 두려워하는 대상은 악귀이긴 하지만, 출생의 근원을 모르는 소년의 삶 자체이기도 하다. 결국 제이미는 말 그대로 악령을 끌어안아서 계약을 맺고 두려움을 넘어 인생의 다른 단계로 진입한다.

장르 소설 독자에게 스티븐 킹의 작품은 마지막에 기댈 곳이다. 그는 절대로 실망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개별 차이는 있을지언정, 모두 매혹적인 스토리텔링, 순전한 공포와 뒤섞인 애상, 몰입할 만한 캐릭터를 보여준다. 특히 그의 성장소설에는 늘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 아이들이 만나는 공포는 언젠가 우리가 느꼈던 두려움이며, 아이들이 잃어버린 아름다운 것들은 내가 삶에서 그리워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중에>를 읽고 있노라면, 크리스마스 때 백화점에서 파는 장난감들이 떠오른다. 지나치게 대중적이어서 익숙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갖고 싶었던 물건이다. 나중에 꺼내 볼 달곰쌉쌀한 추억이 그 안에 새겨진다.

박현주/작가·번역가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