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초음파, 꼭 필요한 환자만 건보 적용

최은경 기자 2022. 12. 9.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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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악화 부른 文케어 대수술… 중증·분만·소아는 지원 확대
‘의료 쇼핑’하면 본인 부담 최대 90%로 확대

정부가 보장성 강화를 내세우다 결국 의료남용,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는 ‘문재인 케어’를 수술대에 올린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급여 항목 가운데 남용 사례가 급증한 자기공명영상(MRI)·초음파 검사에 대해서는 급여 적용을 줄인다. 또 외국인과 해외 장기체류자 등은 입국 후 6개월이 지나야 건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 건보 무임승차를 막고, 지나치게 의료 이용이 많은 사람의 본인 부담률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MRI(자기공명영상) 촬영./조선일보DB

보건복지부는 8일 열린 공청회에서 “문재인 케어가 의료 남용 등 부작용을 초래해 건보 재정에 부담이 되고 있다”며 이 같은 내용의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2020년 건보 보장률 70%’라는 목표를 내걸고, 3800여개 비급여 항목을 단계적으로 급여화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투입된 예산은 30조6000억원에 달한다. 건보공단의 연간 지출액은 2017년 1842억원에서 2021년 6조4956억원으로 급증했지만, 이 지출이 보장성 강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제대로 쓰였는지 의문이 계속 제기됐다.

보험료 부담도 늘었다. 지난 5년(2018~2022년) 평균 건보료 인상률은 2.7%로, 직전 5년(2013~2017년·1.1%)의 2.5배에 달한다. 하지만 지난해 건보 보장률은 여전히 65.3%에 머물러 문 정권이 내세우던 70%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의학적 필요성이나 증상의 심각성과 무관하게 남용되고 있는 진료에 대해 현행 건보 적용 기준을 개선하기로 했다. 내년 중 급여기준개선위원회를 꾸려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확정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방안’에 대해 “보험 적용을 축소해 국민 혜택을 줄이겠다는 취지가 아니라 보험 적용 기준을 합리화하겠다는 것”이라며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 불필요한 진료에 건보 재정을 낭비하는 일을 막겠다”고 강조했다. ‘2020년 보장률 70%’ 목표 달성을 위해 불필요한 곳에 지급되던 건보 급여를 진짜 필요한 곳에 쓰기 위한 제도 개선이라는 취지다.

문케어 주요 개편 방안

실제 문케어 도입 이후 건보 재정 수지는 크게 악화되고 있다. 2018년 사상 처음으로 2000억원 적자를 기록했고, 이후 2019년과 2020년에도 각각 2조 8000억원, 4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건보 적용 항목이 늘어난 데 따른 필연적인 결과다. 건보 재정 수지는 지난해 흑자로 돌아섰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병원 방문 등이 줄어든 데 따른 ‘반짝 효과’로 풀이됐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 역시 이날 기조발언을 통해 “건보 재정 누수로 인해 건보 수지는 내년 적자 전환 예정”이라며 “(향후)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인 진료비 증가 등으로 건보 재정 지출 증가 속도가 더욱 빨라질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문케어로 ‘일률적 급여화’가 시작된 이후 필요하지 않은 곳에 건보재정이 낭비되고 있다고 본다. 대표적인 게 MRI와 초음파 검사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2018년 이후 3년 사이 초음파·MRI 진료비는 10배 넘게 증가했다. 초음파 진료비는 2018년 1378억원에서 2021년 1조2537억원으로, MRI는 513억원에서 5939억원으로 늘었다. 현행 제도 상 MRI·초음파 검사는 의학적 필요성을 입증할 수 있는 별 다른 선행 조건 없이도 건보가 지급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감사원의 감사 결과, 척추·관절 등 근골격계 수술을 하면서 질환과 무관한 상복부 초음파를 동시에 시행한 사례가 3년(2018년 4월~2021년 3월)간 1만9000여건에 달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선 MRI·초음파 등 남용이 의심되는 진료 항목의 급여 기준을 재점검하고, 향후 계획된 급여화 역시 기준을 명확히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용량, 의학적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필요한 곳에만 재원을 쓰겠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지금은 뇌·뇌혈관 MRI의 경우, 신경학적 선행 검사에서 이상이 없어도 뇌·뇌혈관·특수촬영 등 3종류 모두 건보 혜택을 받아 저렴하게 찍을 수 있지만, 앞으로는 이상 소견이 있는 경우 2종류로 제한하는 식이다. 초음파 검사 역시 지금은 증상과 무관하게 여러 부위를 제한 없이 한번에 검사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최대 촬영 부위 수를 제한하는 기준을 둘 방침이다. ‘문재인 케어’ 아래 급여화가 계획돼 있던 근골격계 MRI·초음파 검사 역시 의료적 필요성을 검토한 뒤, 필수적이라고 인정한 항목부터 제한적으로 급여화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이외에도 재정 누수 방지 대책 일환으로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주는 ‘의료쇼핑’에 제동을 건다. 연간 365회를 초과해 하루에 병원을 몇번씩 찾는 사람에 대해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을 90%로 높이는 방안 등을 검토한다. 과다 외래의료 이용자는 10만원 상당 의료 진료를 받을 경우 본인 부담금이 현재 2만원(본인부담률 평균 20%) 수준에서 장차 9만원 수준으로 오르게 되는 식이다. 실제 지난해 1년 동안 365회 넘게 외래 진료를 이용한 사람은 총 2550명에 달해 한 사람당 평균 986만원이 건보재정에서 지급됐다.

이외에도 암 등 중증·희귀질환자가 중증질환이나 합병증 진료를 받을 때 본인부담률을 낮게 적용하는 ‘산정특례’ 제도도 손본다. 결막염 등 관련없는 경증 질환에도 적용되는 일을 막는 차원이다. 이외에도 부당청구 신고, 불법개설기관 신고, 1회용 주사기 등 재사용 신고, 예산낭비 신고 등 기존 4개 신고센터로 운영하던 체계를 ‘재정 지킴이 신고센터’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다만 정부는 “현재 국민이 적정하게 이용 중인 건보 혜택은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보 지출 효율화로 확보된 비용은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 의료, 국민 부담이 큰 재난적 의료비 지원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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