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세 버핏과 60세 후계자
요즘 미국에서 정치 지도자들 나이가 너무 많다는 얘기가 자주 나옵니다. 얼마 전 80세 생일을 맞은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 정치인들의 평균 연령은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2001년 각각 59.3세와 53.9세였던 상·하원 의원들의 평균 연령은 2021년 63.9세와 58.3세가 됐습니다. 20년 사이 평균 연령이 각각 4.6세, 4.4세 높아진 것이죠. 미국인 중위 연령이 38.8세이니, ‘고인 물’이 된 정치인들이 민의를 제대로 대변할 수 있겠느냐는 얘기가 나오는 게 무리가 아닙니다. 올해 초 CBS 여론조사에서는 선출직 공무원 연령 상한을 둬야 한다는 데 73%가 찬성했습니다.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 중입니다. S&P500에 속한 대기업 CEO의 평균 연령은 2005년 46세에서 지금은 58세로 크게 높아졌습니다. 미국 재계 최고령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올해로 92세입니다.
한국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국회의원 평균 연령은 40대였으나, 21대 국회는 54.9세입니다. 국내 100대 기업 CEO 평균 연령도 58.4세로 미국과 비슷합니다. 그나마 10년 전보다 1.4세 젊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국가든 기업이든 오랜 기간 번영을 유지하려면 성공적 리더십 승계가 필수적입니다. 정치인이나 CEO의 나이가 뜨거운 관심사가 되는 것은 이 때문이죠. 한때 찬란한 영화를 누린 국가나 기업이 승계에 실패해 몰락한 사례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숱하게 많습니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현대 국가에서 성공적 세대교체를 하려면 젊고 유능한 리더 후보들을 발굴해 오랜 기간 단련시켜야 합니다. 그래서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은 요즘 30~40대 임원을 대거 발탁하고 있습니다. 서구 기업들은 한국보다 훨씬 체계적인 CEO 승계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B8면에서 소개한 대로 ‘부메랑 CEO’가 속출하는 것은 세대교체가 결코 말처럼 쉽지 않다는 방증입니다. 버핏도 2006년부터 후계자 찾기에 나선 끝에 지난해에야 비로소 그레그 에이블(60)을 정식 후계자로 지명했습니다. 버핏의 인생에서 가장 길고 어려웠을 이 결정의 결과가 과연 어떨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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