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메타버스 혁신과 규제, 그리고 동행

최재홍 강릉원주대학교 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 입력 2022. 12. 9.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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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홍 강릉원주대 교수

"몸이 빼빼 말라 있는데 다이어트부터 하라고 하면 그게 옳습니까"라고 이야기했다. 비유가 적절하지 않다고는 생각하지만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사업이나 산업들이 시작될 때면 해당 비즈니스에 대한 규제나 법, 가이드라인을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떠들었다. 그리고 "혁신을 가로막지 말라" 또는 "시작도 안 했는데 규제부터 이야기하지 말라"고 불만스럽게 이야기했다.

세계에서나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모든 혁신적인 비즈니스라고 하는 것은 도입하거나 새롭게 만들어낼 때 언제나 갈등이 있었다. 기득권을 가진 그룹과 새롭게 시도하는 신생그룹의 대립이었는데 그 대립은 대부분 극한적이었다. 사실 그러한 대립이 무조건 부당한 것은 아니었고 혁신이라고 하는 것 또한 모두 다 혁신은 아니었다. 그러나 혁신이라는 이름을 걸면 지금까지는 일단 '혁신이 우선한다'는 논리가 더 팽배한 것은 사실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얼마 전 모바일로 촉발된 O2O(Online to Offline)나 공유경제(sharing economy) 비즈니스가 시작될 때 특히 더 심하게 나타났다. 이는 기존 오랫동안 유지되고 성장한 산업의 기존 관성과 종사자들을 혁신이라는 깃발 아래 예외 없이 구닥다리고 어떤 경우는 척결의 대상으로까지 몰아붙였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나 자신도 기존 산업이나 종사자들이 지금까지 쌓아놓은 기여와 배려를 돌아보지 못했다고 이제 와서 반성해본다.

새로운 비즈니스나 산업이 기존 산업과 충돌한다고 해서 무조건 새로운 것이 옳은 것은 아니었다. 물론 시대는 변했고 "혁신하지 않으면 혁신당한다"는 이야기처럼 우리가 하지 않으면 해외 기업이 우리의 땅을 밟을 것은 분명하다. 모든 비즈니스의 경계가 없어졌고 모두 글로벌 고객이 돼 동네 편의점에서만 물건을 구매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혁신을 막는다고 이야기하는 규제나 제도에 대해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며 조화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

현재 경이로운 시대가 다시 열리고 있다. 메타버스라는 혁신적인 가상세계의 시대다. 메타버스의 구성요소로 새로운 세계와 우리를 대신하는 아바타, 그리고 경제활동을 이야기한다. 이 모두가 현실의 복제판일 뿐 아니라 현실보다 더 크고 넓은 가상이기에 한계가 없다. 더욱이 메타버스는 지금까지 '팬데믹'이라는 극한 어려움을 먹고 자라 너무도 빠르게 성장하며 MZ세대 사이에선 일반화했다. 그들에게는 이미 생활 속의 생활이 됐다. 이는 인류에게 새로운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가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한다.

컴퓨터의 시대에서 PC의 시대, 그리고 모바일의 시대를 거치면서 성장해 이뤄놓은 업적을 이미 경험했기에 가상세계라는 또다른 세계의 경영은 당연하게 더욱 큰 성장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다만 아쉽게도 이곳에는 문화가 없다. 당연히 법과 제도는 말할 것도 없고 규율조차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혁신이라는 이름은 원칙이나 제도, 법과 규율의 언급을 금기시했다. 그러나 메타버스는 기존 영역을 넘나드는 '파괴적 혁신'과는 다르다. 파괴할 대상이 없는 '확장하는 혁신'만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지금까지는 혁신을 위한 빠름이 우선했다면 이제는 바른 문화를 만들기 위한 신중함이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는 과거 메타버스와 유사한 '세컨드 라이프'가 보여준 가상세계에서의 무질서가 스스로 불명예를 낳고 그의 역작용으로 쇠퇴의 길에 한몫했기에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일이다. 현재 일어나는 가상세계와 관련한 수많은 부작용은 엄청난 인류의 잠재적 성장을 망치는 아직도 성장 중인 닭의 배에서 알을 꺼내는 것과 같다. 더욱이 지금까지 없던 세계와 경제의 바른 방향을 위한 규율과 제도, 법에 대한 설정은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자 하는 세대를 위해서라도 더욱 절실히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재홍 강릉원주대학교 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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