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로 본 한국사회…당신 지금 혐오에 공감했습니다

김나래,조민영,김성훈,나경연 2022. 12. 9.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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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발전소, 댓글창 ①
댓글을 쓰는 당신이 궁금했습니다. 위 사진은 국민일보가 창간 34주년을 맞아 제안하는 ‘댓글 감수성 자가 테스트’입니다. 이 테스트는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자문을 거쳐 이제석 광고연구소와 함께 제작했습니다. 마지막 문항까지 답해보셨나요? 사실 이 테스트의 정확한 결과표는 없습니다. 우리 사회엔 아직 ‘댓글 감수성’에 대한 정의도, 이를 평가할 지표도 없기 때문입니다. 나의 양심이 댓글 감수성을 측정하는 유일한 지표입니다.그럼에도 테스트를 제안하는 건 우리가 스스로의 모습을 돌이켜보는 것만으로도 세상의 혐오를 줄일 수 있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테스트 결과는 속일 수 있어도 ‘나’는 속이지 못합니다. 국민일보의 ‘잠깐! 클린 댓글 캠페인’에 함께해주세요. 앞으로 온라인에서 쓸 당신의 언어는, 이전과는 분명히 달라질 것입니다.

누구나 쉽게 접하는 인터넷 포털 뉴스의 댓글창에 과거 일부 커뮤니티에서 보이던 혐오와 차별의 표현이 대거 등장했다. 댓글을 거르는 인공지능(AI) 기술이 도입됐지만 표현 방식도 함께 진화한다. 욕설이나 비속어 없이도 특정인이나 집단을 향한 적대감과 비아냥 섞인 표현이 가득하다.

포털 뉴스의 댓글창은 남녀노소 누구나 제약 없이 볼 수 있다. 모두가 댓글을 쓰진 않지만, 대다수가 댓글을 읽는다. 문제는 뉴스·댓글이 온라인 혐오 표현을 처음 경험하는 장소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5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한 ‘온라인혐오표현 인식조사’ 결과 뉴스·댓글에서 혐오 표현을 경험했다는 응답자는 71.0%였다. 개인 운영방송 53.5%, 온라인게시판 47.3%, SNS 35.9%보다 높은 수치다.

국민일보가 심층 인터뷰한 뉴스 소비자 61명 중 57명(93.4%)도 뉴스 댓글에서 혐오 표현을 본 적 있다고 답했다. 여성, 특정 지역, 노동자,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 기독교, 가난한 사람, 정치인, 노숙자, 반려인,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한 응답자는 “오프라인에서 들어보지 못한 혐오 표현을 온라인에서 보는 일이 다반사”라고 했다. 이들은 혐오 표현을 접한 뒤 여러모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댓글을 쓰든 쓰지 않든, 댓글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국민일보는 이용자 수가 가장 많은 ‘네이버 뉴스 댓글’을 통해 한국 사회를 들여다봤다. KAIST 문화기술대학원 이원재 교수 연구팀(김재홍, 이영익, 장선아)과 2021년 1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작성된 네이버 기사 약 537만개에 달린 뉴스 댓글 약 1억2000만개(정치 기사 댓글 70%, 사회 기사 댓글 50%)를 분석했다. 코로나19로 거리두기가 강화되며 온라인 소통이 늘어나고 대선이라는 정치 이벤트가 펼쳐져 정치·사회 모든 면에서 갈등이 표출된 시기다. 이후 지난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후 11월 9일까지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123만여개를 추가 분석했다.

댓글이 20개 이상 달린 기사는 전체 기사의 약 24%였고, 이 기사들에 달린 댓글이 전체 댓글의 약 96%를 차지했다. 연구팀은 이 중 일정 수준 이상의 공감 및 비공감을 받고, 유의미한 내용을 포함한 댓글 약 47만개(정치 기사 댓글 47%, 사회 기사 댓글 53%)를 대상으로 삼았다. 스마일게이트 AI 프로그램 ‘언스마일’을 활용해 여성·가족, 성소수자, 남성, 인종·국적, 연령, 지역, 종교, 기타혐오, 욕설·악플 등 9개 카테고리로 혐오 표현을 추출, 분류했다.

국내에서 혐오 표현에 대한 학술적·법적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국민일보는 이 교수팀과 진행한 분석에서 해당 분야 전문가인 홍성수 숙명여대 법대 교수의 정의를 토대로 뉴스 댓글의 특성 등을 반영해 혐오 표현을 ‘어떤 집단이나 사람을 고유의 속성이나 정체성을 이유로 배제하거나 적대시하고 멸시·모욕·위협하거나 차별이나 편견을 확산시키고 폭력을 선동하는 표현 등’으로 폭넓게 규정했다.

분석 결과 여성, 전라도, 민주노총 세 분야와 관련된 내용을 포함한 댓글에서 뚜렷한 혐오의 감정이 드러났다. ‘여성가족부 폐지’ 내용을 포함한 댓글의 경우 정치 부문에서 53%, 사회 부문에서 84%가 ‘여성 혐오’ 댓글로 분류됐다. ‘전라도’와 관련된 댓글은 정치 부문에서 85%, 사회 부문에서 55%가 ‘지역 혐오’ 댓글로 확인됐다. ‘민주노총’ 관련 내용을 다루는 댓글은 정치 부문에서 57%, 사회 부문에서 60%가 ‘기타 혐오 및 욕설’ 댓글로 나타났다. 특정 대상을 향한 유례없는 혐오가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혐오는 평소 잠잠하다 특정 사건이 발발할 때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정치권에서 해당 이슈를 정쟁화할수록 혐오의 농도 또한 짙어졌다. 이 교수는 “특정 이벤트를 앞두고 혐오 댓글이 급등하는 지점이 바로 우리 사회의 갈등이 가장 첨예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5회에 걸쳐 뉴스 댓글에 드러난 한국사회의 갈등과 혐오 실태를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여성, 장애인, 심지어 범죄나 재난의 희생자까지 혐오 대상으로 삼는 댓글창이 어떻게 우리 사회의 ‘약자에 대한 연대감’을 무너뜨리는지 짚어본다. 또 정치 양극화로 어떤 이슈든 상관없이 반대 정파를 공격하고 비방하는 댓글을 다는 ‘헤비댓글러’, 한 사람인지 의심될 정도로 사안에 따라 다른 글을 쓰는 ‘두 얼굴의 댓글러’ 실태도 들여다본다. 이를 통해 댓글을 쓰는 사람들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공공의 장인 뉴스 댓글을 어떻게 다룰지 논의한다.

※‘혐오 발전소, 댓글창’ 시리즈의 상세한 데이터와 사례는 인터랙티브 페이지(https://westophate.kr)에 게시됩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김나래 조민영 김성훈 나경연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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