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법원장 후보추천제와 사법민주화
다수결이 항상 민주적이진 않아
법원장 후보추천제는 각 지방법원에 소속된 판사들이 투표를 통해 법원장 후보를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그중 한 명을 법원장으로 임명하는 제도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이 제도는 대법원장의 권한을 분산하고, 각급 법원에서의 민주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2019년 도입되었다.
첫째, 대법원장이 추천 순위와 무관하게 여러 명의 후보자 중 한 사람을 법원장으로 임명한다는 것은 대법원장의 권한 분산으로 보기 어렵다. 전국법관회의에서 ‘대법원장은 법원장 후보추천제에 따라 법원장을 임명함에 있어 객관적 사유가 없는 한 각급 법원 추천위원회의 추천 결과를 최대한 존중한다’는 안건에 대해 압도적 찬성이 나왔던 것도 그 때문이다.
둘째, 최근 서울중앙지법 법원장 후보로 추천된 판사들이 김 대법원장에 의해 임명된 수석부장판사이거나 대법원장 비서실장 출신이라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로 인하여 법원장 후보추천제가 김 대법원장의 측근을 법원장으로 임명하는 수단으로 오·남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법원 내에서 나오고 있다.
셋째, 법원 안팎에서 법원장 후보추천제 존폐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독립성과 중립성을 본질로 하는 사법부에서 선거를 통해 법원장 후보를 선출한다는 것에 대한 비판이 날카로운 것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법원장 후보추천제 자체에 대한 비판이다. 과연 선거를 통해 법원장 후보를 결정하는 것이 민주성을 강화하는 것인지, 아니면 사법의 본질에 반하여 법원 내에서 파벌을 조장하는 것인지는 사법부의 발전 방향과 관련하여 매우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다수결 및 다수결에 기초한 선거는 당연히 민주적인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때로는 다수결이 민주적이 아닐 수도 있고, 선거가 민주성의 제고에도 더 큰 부작용을 유발하는 예도 있다. 예컨대 귀족제하에서 귀족들만 참여하는 다수결 및 선거가 민주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물론 정치나 행정과 마찬가지로 사법에 대해서도 민주성이 요구된다. 그러나 정치의 민주성과 행정과 사법의 민주성이 같은 방식으로 실현될 수는 없다. 국민의 다양한 의사를 수렴하고, 조율·조정하는 정치는 국민의 의사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민주적 선거가 매우 중요하다. 반면에, 전문성에 기초하여 효율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행정에 요구되는 민주성은, 국회의원 전원이 국민에 의해 선출되는 국회와 달리,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선거로 선출될 뿐이고, 그 밑의 행정부 소속 공무원들은 그 전문성 및 직무적합성 평가에 따라 임명된다.
사법부의 구성 및 활동 방식은 사법의 중립성 및 독립성에 대한 요청에 따라 민주적 통제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두게 된다. 그런데도 사법의 민주화를 앞세워 법원장 후보 추천과 관련한 선거를 시행할 경우에는, 과거 민주화 직후 많은 대학의 총장 직선제가 보였던 폐해처럼, 법원 내의 파벌 형성 및 집단적 이해관계가 선거를 좌우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법원장 후보추천제가 대법원장의 권한 분산 및 사법 행정의 민주성 강화에 부합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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