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의 카타르 항해…감동의 순간들, 잊지 않을게

황민국 기자 2022. 12. 8.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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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사에서 길이 남을 축구대표팀 벤투호의 도전이 막을 내렸다.

한국 축구는 첫 겨울 대회인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원정 16강이라는 성과를 냈다. 선수들이 보여준 ‘꺾이지 않는 투혼’은 팬들 가슴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벤투호의 잊으면 안 될 장면들을 경기순으로 모아 봤다.

① 투혼의 ‘캡틴 조로’

벤투호의 첫 출발은 불안 그 자체였다. 주장 손흥민(30·토트넘)이 지난달 2일 유럽챔피언스리그 마르세유전에서 상대 수비수와의 충돌로 왼쪽 눈 주위 네 군데 뼈가 골절된 탓이다. 다행히 손흥민은 11월16일 카타르 베이스캠프에 마스크를 쓰고 나타났다. 손흥민이 착용한 마스크는 양쪽 광대뼈와 콧등 언저리를 감싸는 형태인데, ‘쾌걸 조로’를 떠올리게 만들어 ‘캡틴 조로’라는 애칭까지 나왔다. 손흥민이 불편함을 무릅쓰고 4경기 풀타임을 뛴 ‘마스크 투혼’은 이번 대회 선수단을 하나로 묶는 큰 동력이 됐다.

② 떴다 샛별, 조규성 멀티골

꿈의 무대 월드컵에선 언제나 새로운 별이 탄생한다. 카타르 대회에선 골잡이 조규성(24·전북)이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11월24일 우루과이와의 첫 경기에 교체 투입돼 외모로 인기를 끈 예고편에 이어 가나와의 2차전(2-3 패)에서 2골을 터뜨리며 단숨에 스타로 떠올랐다. 한국 선수가 월드컵 무대에서 한 경기에서 두 골을 넣은 것은 그가 최초다. 경기 결과는 2-3 패배로 끝났으나 그의 두 골이 H조에서 우루과이를 다득점으로 제칠 수 있는 발판이 된 것은 분명하다.

③ 오보를 낳은 오역 사태

수비수 김민재(26·나폴리)의 출전을 놓고 오보가 쏟아진 것도 잊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53)이 가나전을 하루 앞둔 공식 기자회견에서 우루과이전에서 오른쪽 종아리를 다친 김민재의 출전 가능성에 대해 “아직 모른다”고 말한 것을 공식 통역이 황희찬(26·울버햄프턴)과 함께 “출전할 수 없는 상태”라고 전한 것이 문제였다. 벤투 감독이 뒤늦게 오역이라며 정정했지만 속보를 다루는 매체들은 이미 기사를 송고한 상태였다. 우려를 딛고 가나전에 출전한 ‘괴물 수비수’의 무게감을 실감했다.

④ 고마워, 한반두!

벤투호의 16강 진출 숨은 공신으로 포르투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무적)도 빼놓을 수 없다. 3년 전 이탈리아 강호 유벤투스 방한 당시 ‘노쇼’로 한국 축구팬에 큰 상처를 남겼던 그가 3일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의도하지 않은 어시스트로 위로했다. 한국이 0-1로 뒤진 전반 27분 코너킥 상황에서 호날두의 등에 맞고 골문 앞에 떨어진 공을 수비수 김영권(32·울산)이 왼발로 밀어 넣으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되될렸다. 호날두는 전반 42분 결정적 골 기회에서는 수비수처럼 헤딩으로 골문 밖으로 걷어냈다. ‘날강두’로 불리던 그가 고마운 ‘우리형’이 됐다.

⑤ 도하의 기적 쏜 황희찬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조별리그 최종 포르투갈전의 극적인 승리와 16강 달성 순간이다.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터진 황희찬(26·울버햄프턴)의 역전골로 2-1로 승리한 뒤 우루과이가 가나를 2-0으로 꺾으면서 16강 막차를 탔다. 1993년 10월 도하에서 열린 미국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극적으로 본선행 티켓을 따낸 것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황희찬은 대회 시작 전부터 햄스트링 통증으로 첫 2경기를 건너뛰었다. 포르투갈전에 후반 교체 멤버로 나온 황희찬은 1-1로 맞선 종료 직전 손흥민의 패스를 받아 결승골을 터뜨리며 한국 축구를 살렸다.

도하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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