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설비 원격 제어, 곳곳 안전장치…사용후핵연료는 ‘난제’

박상영 기자 2022. 12. 8.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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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한국형 원전’ 경북 신한울 1·2호기 가보니
신한울 원자력 발전소 1호기 전경.
다른 원전보다 전력 생산량 많아
7일부터 상업운전 돌입한 1호기
경북 연간 전력소비량 23% 담당
2호기, 사고 예방 위해 격납 넓게
비상발전기·냉각수 주입 설비도

지난 5일 경북 울진군 한울원자력본부. 기자를 태운 버스가 본부에 들어서자 반구 형태의 돔이 눈에 들어왔다. 버스는 한울 1·2호기를 시작으로 총 6기의 원전을 지나쳤다. 한국수력원자력 직원은 “한울 1·2호기는 프랑스 노형을 사용했지만 한울 3·4호기부터는 한국형 노형이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버스는 한참을 더 달렸고, 7일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한 신한울 원전 1호기가 눈앞에 나타났다.

신한울 1·2호기에는 현재 가동 중인 새울 1·2호기처럼 APR1400 노형이 적용됐다. 2세대 원전으로 분류되는 국내 24기의 나머지 원전보다 40% 더 많은 1400㎿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설계 수명은 20년 늘린 60년이다. 지난해 1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바라카 원전과 같은 노형이다.

아무런 색을 칠하지 않은 회색 콘크리트 때문에 아파트 24층 높이의 원전은 더 거대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원전의 외형과 달리 근무하는 직원 수는 많지 않다. 주제어실에서 설비를 조종하는 직원이 6명, 현장에서 이상 여부를 점검하는 직원 4명 등 약 10명에 불과하다.

■경북 연간 전력 소비량 23% 생산

‘원전의 두뇌’라고 불리는 주제어실에서는 대형 모니터로 원전 내 수많은 밸브와 펌프의 개폐 여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직원 5명은 각자의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었다. 홍승구 신한울 제1발전소 기술실장은 “APR1400 노형이 적용되는 원전부터 모든 설비가 컴퓨터로 제어할 수 있게 됐다”면서 “주제어실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서로 맡은 업무는 다르지만 고장을 대비해 각자의 자리에서 나머지 5곳의 기기를 다 조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컴퓨터 고장으로 원격 조정이 불가능한 상황을 대비해 한쪽에는 직접 손으로 조작할 수 있는 구형 기기도 있었다.

조용한 주제어실과 달리 터빈룸은 엄청난 기계음 때문에 바로 옆 사람과 대화하기조차 힘들었다.

이곳에는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터빈과 발전기 등 핵심 설비들이 설치돼 있다. 원자로에서 데워진 물이 증기로 바뀌어 터빈 날개를 분당 1800바퀴나 돌리면 발전기가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터빈이 회전하며 발생하는 열기 때문에 한겨울에도 온도는 30도에 이른다.

홍 실장은 “이 터빈룸에서 연간 경북 지역 전기소비량의 23% 규모인 1만424GWh(기가와트시)의 전력을 생산한다”고 말했다. 우라늄을 농축시킨 원전 연료인 펠릿은 손가락 한 마디 정도 크기다. 1개 연료봉에는 펠릿 350여개가 들어가고, 연료봉 236개를 모아 연료 다발로 쓴다. 한 연료 다발은 원자로에서 약 4년6개월간 사용된다.

착공 12년 만에 가동에 들어간 신한울 1호기 바로 옆에는 내년 9월 준공을 앞둔 신한울 2호기도 있다. 운영허가를 받으면 즉시 연료를 장전해 시험 운전을 할 수 있도록 막바지 테스트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신한울 2호기는 연료를 주입하기 이전 상태였기 때문에 격납 건물 내부까지 눈으로 볼 수 있었다. 빼곡히 설비로 채워져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격납 건물 내부는 텅 빈 곳이 많았다. 신기종 신한울1건설소장은 “사고가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공간을 넓게 설계했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신한울 2호기 원자로냉각재펌프(RCP)를 살펴보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사용후핵연료 처리는 숙제로 남아

원전 곳곳에는 이외에도 만약의 사고를 대비한 설비가 눈에 띄었다. 외부 전기 공급이 끊긴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비상디젤발전기와 대체교류발전기가 대표적이다. 전기 공급이 차단되면 디젤발전기부터 가동되는데 최대 7일을 버틸 수 있다고 했다. 이마저도 끊기면 대체교류발전기가 투입된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의 냉각펌프가 고장나는 것에 대비해 외부에서 냉각수를 직접 주입할 수 있는 설비도 있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냉각수 누출로 연료봉이 노출되는 사고를 막기 위해 이동형 펌프를 통해 사용후핵연료를 냉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용후핵연료는 저장조에 보관
22년간 보관 후엔 다른 곳 옮겨야

사용후핵연료는 풀지 못한 숙제다. 신한울 1호기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데 쓰인 사용후핵연료는 대형 수조인 저장조로 옮겨진다. 붕산수가 가득 찬 저장조에서 핵분열을 억제하고 뜨거워진 연료봉을 식히는 곳이다. 신한울 1호기에는 22년 동안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할 수 있는 크기의 저장조가 있다. 22년 뒤에 저장조가 모두 차면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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