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못 피한 세 번째 탄핵…카스티요 페루 대통령 퇴출
야당, 자질 부족·부패 등 지적
지난해 12월·올해 3월엔 부결
탄핵 피하려 ‘의회 해산’ 선언
거센 역풍…여당서도 찬성표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두 차례 탄핵 시도를 모면했던 페드로 카스티요 페루 대통령(53)이 7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세 번째 탄핵안이 통과되면서 결국 퇴출됐다. 카스티요 대통령은 탄핵안 표결을 막기 위해 의회 해산을 시도했으나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탄핵 찬반으로 나뉜 시민들이 거리로 나서는 등 페루 정치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엘코메르시오 등 현지 매체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페루 의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카스티요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했다. 탄핵안 통과를 위해서는 재적의원(130명) 3분의 2(87명) 이상 찬성이 필요한데, 101명이 찬성해 통과 요건을 훌쩍 넘겼다. 반대는 6표, 기권은 10표였다.
탄핵안 통과는 카스티요 대통령이 탄핵을 피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야당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대통령의 ‘도덕적 무능’을 이유로 두 차례 탄핵안을 발의했으나 가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번번이 실패했다. 여당이 50석, 야당이 80석인 페루 의회 구성상 여당 의원들의 이탈이 없는 한 탄핵안 통과는 불가능에 가깝다. 지난 1일 야당이 대통령에 대한 세 번째 탄핵안을 발의하면서 의회가 7일 탄핵안 토론을 진행하기로 했으나 이번에도 탄핵안이 부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카스티요 대통령이 이날 오전 긴급 TV 연설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그는 연설에서 비상 정부 수립을 선언한 뒤 의회를 해산하고 새 총선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이날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야간 통행금지령을 발표했다.
야당은 반헌법적 쿠데타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디나 볼루아르테 부통령은 “헌법 질서를 깨뜨리려는 카스티요의 결정을 거부한다”고 비판했다. 세사르 란다 외교장관은 “쿠데타 시도를 비판한다”면서 장관직을 사퇴했다. 그러자 다른 장관 6~7명도 잇따라 사퇴했다. 군대와 경찰은 공동성명을 내고 대통령의 행동이 기존 헌법 질서에 반한다며 지지를 철회했다. 이날 탄핵안 표결에는 여당 의원 20명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된다. 가디언은 “탄핵안 표결을 막으려던 카스티요의 시도가 신속한 자책골로 끝났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직을 박탈당한 카스티요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찰에 체포돼 구금됐다.
수도 리마에서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국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반면 남부 아레퀴파 등 일부 도시에서는 탄핵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시골 초등학교 교사 출신으로 정치 경험이 전무했던 카스티요 대통령은 코로나19 여파로 피폐해진 경제와 기성 정치권의 부정부패에 실망한 유권자들에게 개혁을 약속하며 대통령직에 올랐다. 그러나 불과 17개월의 재임 기간 동안 총리 5명, 재무장관 3명, 내무장관 7명이 내각을 거쳐가는 등 정치적 불안정이 지속되면서 경험과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또 취임 일성으로 ‘부패 없는 나라’를 내세웠으나 각료들과 측근, 가족이 부패 의혹으로 조사를 받거나 수감됐다. 그 자신도 직권남용 등을 포함해 6건의 범죄 가능성에 대한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페루에서는 최근 5년 사이에 대통령 탄핵안이 6차례나 통과되는 등 대통령과 의회의 기싸움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페루는 탄핵 발의와 심판 권한을 모두 의회가 갖고 있어 탄핵안 통과가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다.
볼루아르테 부통령이 직 승계
첫 여성 대통령…여진은 지속
카스티요 대통령이 낙마하면서 대통령직은 디나 볼루아르테 부통령이 승계했다. 볼루아르테는 페루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됐다. 볼루아르테는 이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치적 휴전을 요구한다”며 “정파를 떠나 민심을 추스를 새 내각을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기성 정치 엘리트에 대한 불만이 많은 유권자들이 조기 총선을 요구하고 있어 새 대통령과 의회의 갈등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원식·김서영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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