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혀를 녹인 ‘김’

강현석 기자 2022. 12. 8.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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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김, 농수산물 수출 1위
해외서는 ‘웰빙 스낵’ 소비
소금 낮춰…‘슈퍼 푸드’ 인식
전남선 1억 달러 수출도 나와

A4 크기 종이보다 약간 작은 ‘마른김’ 한 장의 무게는 2.5g 정도다. 서구인들은 이런 김을 먹을 수 없는 ‘블랙 페이퍼(Black Paper·검은 종이)’라고도 불렀다. 한국과 일본 등에서는 밥과 함께 먹는 익숙한 식품이지만 해조류를 잘 섭취하지 않는 서구인들에게 김은 ‘미지의 음식’이었다.

하지만 김은 본격적인 해외 수출 10여년 만에 ‘K푸드’의 대표주자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김 수출액은 지난해부터 한국산 농수산물 수출품목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최대 김 주산지인 전남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연간 1억달러(약 1300억원)어치를 수출한 기업도 나왔다.

전남도와 신안군은 8일 “(주)신안천사김이 올해 수출 1억달러를 달성해 무역의날 수출 기념탑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이 업체는 2013년부터 전남에서 생산된 김을 가공해 수출을 시작했다. 올해 생산량은 1800t에 이른다. 국내에서 김 수출로 1억달러를 돌파한 기업은 이 업체가 처음이다.

신안천사김이 생산하는 ‘조미김’의 80%는 500여곳의 코스트코 매장을 통해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김이 밥에 곁들여 먹는 ‘반찬’이지만 미국에서는 ‘스낵’처럼 소비된다. 이에 마른김에 각종 양념을 해 가공하는데 국내 조미김보다 더 바싹하게 굽고, 소금 간은 30% 정도 낮췄다. 양은 더 많다. 마른김 1장을 9등분으로 잘라 36장으로 포장된다.

손진우 신안천사김 과장은 “한국에서는 김에 밥을 싸 먹지만 미국 사람들은 스낵처럼 그냥 먹는다”면서 “건강식품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슈퍼푸드’로 인식된 김은 한류 열풍으로 조미김에 이어 ‘김밥용’ 수요까지 늘며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 김 수출액은 2015년 3억545만달러에서 지난해 6억9288만달러로 급증했다. 국내 ‘농수산물 수출 1위’ 자리는 김이 차지하고 있다. 50여년간 부동의 수산물 수출 1위였던 참치(5억7920만달러)도 제쳤다. 김이 수출되는 나라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캐나다, 태국, 호주, 대만 등 114개국에 달한다.

전 세계에서 김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은 전남이다. 전남의 ‘물김’과 마른김은 전국 생산량의 78%, 전 세계 생산량의 49%를 차지한다. 전남도는 ‘전남 김 세계화 전략’을 수립하고 2024년까지 김 수출액 3억달러에 도전하고 있다.

김현미 전남도 수산유통가공과장은 “김은 국내에서 생산해 가공·유통까지 모두 이뤄지는 구조여서 수익성이 높다”면서 “세계에서 인정받는 고품질 김을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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