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용 의심’ 초음파·MRI 건보 적용 안 해…“보장성 후퇴” 우려
외국인 피부양자는 ‘입국 6개월 지나야 적용’ 기준 강화
항목 제한 재정 부실 대책도…‘문재인케어 지우기’ 의도
정부가 자기공명영상(MRI)·초음파 검사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 여부를 재점검하기로 했다.
남용을 막겠다는 취지지만 제한이 늘어나면서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흐름이 후퇴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8일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 제고 및 필수 의료 지원 대책’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의학적인 필요가 불명확한데도 남용이 의심되는 항목의 급여기준을 명확하게 개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특히 MRI와 초음파 검사 등에서 일률적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된다고 보고 애초 건보 적용 예정이던 근골격계 MRI·초음파 검사도 필수 항목에만 적용하는 제한적 급여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외국인 피부양자나 장기 해외 체류 중인 국외 영주권자가 국내 진료를 통해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 ‘무임승차’를 더 어렵게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들이 입국 6개월 후부터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다만 해외 유학생이나 주재원 등 비영주권자는 현재와 같이 입국 즉시 건강보험을 이용할 수 있다. 타인의 자격을 도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QR코드 등 본인 확인방법을 마련하고, 자격도용 적발 시 환수액을 부정수급액의 5배로 늘리는 방안도 추진된다.
그 밖에도 정부는 일정 수준 이상 외래의료를 이용한 사람에게는 본인부담률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암 등 중증·희귀질환자가 중증질환이나 합병증 진료를 받을 때 낮은 본인부담률을 적용하는 ‘산정특례’ 제도에선 대상 범위를 좁혀 관련성 낮은 합병증 등은 제외하기로 했다.
정부는 건보 급여화를 제한하는 등 재정 지출 규모를 줄여 중증·응급, 분만, 소아 등 필수의료 분야를 지원하겠다는 대책도 내놨다. 필수의료 분야의 수술·입원이나 심뇌혈관질환 분야, 응급진료 분야, 분만 진료에 대해 수가 가산을 통해 추가적인 보상을 시행할 방침이다. 전국 40곳의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최종치료 역량을 갖춘 중증응급의료센터로 개편해 응급실 진료뿐 아니라 심뇌혈관질환, 중증외상 등 최종치료와 연계하는 계획도 추진한다.
이 같은 대책은 지난 정부가 보장성 강화를 내걸고 추진한 이른바 ‘문재인케어’가 건보 재정 부실을 초래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건보 적용 항목을 제한하면 검사·치료가 꼭 필요한 환자도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못 받거나 비급여로 진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보장성을 후퇴시킬 수 있다는 우려 또한 나온다. 현재 국회에서도 여야가 건강보험 국고 지원을 향후 몇 년까지 유지할지에 대한 합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상업적 의료체계가 낳은 낭비 많은 재정지출 책임을 환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기만”이라며 “공공의료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의료기관에 수가 인상으로 보상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방식은 지난 30여년간 실패해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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