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액도 증액도 결론 못 내…한 발짝도 못 나간 예산안 협상
김진표 의장 ‘합의’ 촉구에 여는 “해임안도 미뤄야” 신경전
1주택 종부세 기준 상향 등 일부 합의…극적 타결 가능성도
여야가 정기국회 회기 종료 전날인 8일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막판 대치했다. 국회선진화법(개정 국회법) 도입 이후 정기국회 회기 안에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는 불명예를 남길 갈림길에 섰다.
주호영 국민의힘·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639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합의를 위해 만났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헤어졌다.
여야는 증액은커녕 감액 규모에도 합의하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3조원 감액이 최대치라고 밝혔고, 5조~6조원 감액을 목표로 세웠던 민주당은 반발했다.
증액안을 두고도 국민의힘은 대통령실 이전과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국 신설 예산은 지켜내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숙원사업인 지역화폐 예산을 깎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초부자 감세’와 대통령실 이전 관련 예산 등을 줄여 기초연금 부부합산제 폐지, 서민 금융 지원, 지역화폐 예산으로 돌리겠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생 예산 대폭 증액을 위한 초부자 감세 철회와 감액 규모 최대한 확보라는 최종 제안을 정부와 여당이 끝내 거부한다면 단독 수정안이라도 제출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9일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단독 표결하려면 김 의장의 안건 상정 협조가 필요하다. 김 의장은 여야 합의 없는 수정안 처리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예산안이 합의되지 않으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도 할 수 없다고 맞섰다.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예산안 합의가 늦어지면 9일 예산안 처리는 물론 해임건의안 표결도 연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이 예산안 합의를 촉구하며 9일로 예정된 본회의를 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장관 해임건의안이 이날 본회의에 보고된 만큼, 민주당으로서는 늦어도 오는 11일에는 해임건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열려야 하는 셈이다.
여야가 9일 예산안 처리에 극적으로 합의할 가능성도 있다. 여야가 예산안 처리에 합의한다면 12월 임시국회 첫날인 10일 본회의에서라도 예산안을 통과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9일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예산안 처리 기한이 12월 임시국회 이후로 넘어갈 수도 있다.
여야는 1가구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 범위를 공시가격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하는 데 합의했다. 여야는 소득세·상속증여세 등 예산안 부수 법안에 포함된 세제도 일부 완화하기로 했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유예 조건에 대한 의견차는 좁히지 못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 (공제 기준은) 공시가격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저가 다주택자는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리기로 사실상 여야가 합의했다”고 말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신동근 의원은 “근로소득세 최저세율인 6%가 적용되는 과세표준 구간을 ‘연 1200만원 이하’에서 ‘1400만원 이하’로 확대하는 데도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인세율 인하는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정부·여당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낮추자고 제안했다. 민주당은 “최고세율은 매년 영업이익이 3000억원 이상 나는 법인에 한한 것”이라며 반대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최고세율을 2년 유예 후에 감면하자는 중재안을 내놓았지만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금투세 도입을 2년 뒤로 미루고 주식양도소득세 공제 대상인 특정 주식 고액주주 요건을 완화(가족 합산 10억원어치 보유→개인 100억원어치 보유)하자는 정부안을 두고도 이견이 남았다. 민주당은 증권거래세율을 정부 계획(0.23%→0.20%)보다 낮추는 조건으로 유예를 하자고 했다.
김윤나영·조미덥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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