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업무 복귀 먼저” 반복…보름 지나도 안 여는 ‘대화 문’
전방위 강경 대응 일변도엔 윤 대통령의 뜻 작용 분석
화물연대 파업이 보름을 넘기며 지속되는 동안 정부가 취해온 태도는 “업무 복귀(파업 철회) 먼저”라는 여섯 글자로 압축된다. 강경대응 일변도에 대한 우려에도, 산업계 생산 차질 등 피해가 확산되는 데 따른 대책을 묻는 질문에도 정부는 앵무새처럼 이 여섯 글자를 반복했다.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을 ‘불법행위’로만 인식했고, ‘법과 원칙’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처벌하고 압박하는 데만 몰두했다. 상황에 따라 ‘말뒤집기’를 하거나 필요에 맞게 원칙을 훼손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파업을 북한의 핵 위협에 비유하는 등 노동계에 대한 ‘색깔론’까지 꺼내들며 강경대응을 주도하고 있는 터라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될 가능성이 현재로선 ‘제로(0)’에 가깝다.
문제의 발단인 ‘안전운임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 국정과제로 도입을 약속했고,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3년간 한시도입됐다. 국토교통부가 2018년 4월 배포한 안전운임제 도입 보도자료를 보면 “화물차 운임은 운송업체 간 과당 경쟁과 화주의 우월적 지위로 인해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칠 정도로 낮은 수준”이라며 “안전운임 도입을 통해 화물시장의 근로여건이 향상되고, 낮은 운임을 만회하기 위한 과로·과적·과속운전 관행이 개선되는 등 안전한 도로교통의 기반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윤 정부 출범 후 정부 입장은 180도 달라졌다. 파업 첫날인 지난달 24일 정부는 담화문을 통해 “안전운임제는 교통안전 개선을 위해 도입된 제도”라며 “제도 시행 결과 안전 개선 효과가 불분명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정부가 인정했던 화물시장의 저임금 구조나 화물노동자 근로여건 문제 등은 모두 빼고 ‘교통안전 개선용’이라고 말을 바꾼 것이다.
안전운임제의 3년 연장을 놓고도 오락가락했다. 파업 초기 “추가 3년 연장을 해주겠다”던 정부는 파업이 길어지자 “안전운임제를 아예 폐지하는 방안도 고려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이날 국토부 백브리핑에 나선 김수상 교통물류실장은 안전운임제 폐지 여부와 관련, 6~7차례 계속되는 질문에도 “업무 복귀가 먼저”라며 말을 돌렸다.
정부 관료들은 화물연대와 노동계를 향해 과격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주무부처 수장인 원희룡 장관은 초기부터 “이기적인 집단” “귀족노조”라며 화물연대를 비판하더니 지난 7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화물연대가 일부 노동귀족의 지배를 받고 있다”며 ‘노조 갈라치기’에 나섰다.
일방적으로 사측에 해당하는 화주(기업)만 만나고 다니는 원 장관의 ‘현장점검’도 논란이 일고 있다. 반면 노동자 측에 해당하는 화물연대에 대해 원 장관은 만남은커녕 “대화할 필요도 없다”는 입장을 유지 중이다.
정부의 대응 기조에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작용하고 있다는 게 노동계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정부가 첫날부터 중앙재해대책본부를 꾸려 파업 대응에 나서고, 공정거래위원회가 동원됨은 물론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까지 “화물연대에 손해배상 청구를 하겠다”고 나서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초강경 대응이 이어지는 배경이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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