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시기라도 상위 기업은 달라… 관망하는 대신 행동, 격차 벌린다”

성유진 기자 2022. 12. 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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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니라지 아가왈 BCG 아·태 회장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때에는 잘하는 상위 기업과 그러지 못하는 하위 기업 간 성과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집니다. 좋은 실적을 내는 기업은 단순히 경기 회복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행동해 경쟁 우위를 만들어냅니다.”

세계 3대 경영 컨설팅 회사 중 하나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니라지 아가왈 아시아·태평양 회장은 최근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성장률 둔화, 지정학적 긴장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방어할 것인가만 생각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움직여 새로운 성장 궤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도 IIT(인도공과대),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아가왈 대표는 1999년 BCG에 입사해 기술과 금융, 소비자 분야 등을 담당했다. 2015년 인도 지사 대표를 거쳐 2018년부터 현재까지 아시아·태평양 지역 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달 말 한국을 방한한 아가왈 대표를 만나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아진 시기에 기업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물었다.

니라지 아가왈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아시아·태평양 회장은 WEEKLY BIZ와 인터뷰에서 "변동성이 극심한 상황이지만 가장 강한 기업들은 오히려 이를 기회로 여기고 적극적으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관망보단 적극 움직여라”

—앞으로 경제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이라고 보나.

“정말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일단 불황 가능성을 보면 미국의 금리 인상이 계속되고 있고, 경기 침체 지표로 쓰이는 채권 수익률 곡선 상황도 좋지 않다. 주가도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반대로 긍정적인 요인을 살펴보면 현재 가계 저축액이 어느 때보다 양호해 경제적 충격을 흡수해줄 수 있다. 기업의 주당순이익(EPS)과 실질 임금 상승률도 아직까지는 높은 상황이다. 이렇게 여러 지표가 상충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를 예측하는 게 전반적으로 더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 기업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위기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더 나아가 이를 기회로 전환하는 역량인) 회복탄력성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요즘과 같이 불확실성이 높을 때는 잘하는 그룹과 그러지 못하는 그룹 간 성과 격차가 더 커진다. 예컨대 10여 년 전에는 상위 25% 그룹과 하위 25% 그룹 간 총주주수익률 차이가 0.3배 정도였는데, 지금은 3배 정도로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경기가 안 좋을 때 좋은 실적을 보이는 기업을 보면 세 가지 차별점이 있다. 먼저 기술과 디지털을 활용해 매출은 올리고 비용은 절감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확보한 현금으로 과감하게 인수합병(M&A)에 나선다. 경기 침체기에 가격이 싸진 기업을 적극 인수하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미래를 위한 팀’에 투자한다. 이들은 다른 기업들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 기다리자’는 입장을 취할 때, 반대로 기후 대응이나 지속가능성 같은 미래를 위한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혁신을 추진한다. 그게 방어뿐 아니라 공격도 하는 방법이다.”

—디지털은 어떤 식으로 활용할 수 있나.

“제조 영역부터 영업, 기업 재무와 인재 채용에까지 모두 디지털을 도입할 수 있다. 한두 가지 요소보다는 기업 전반에 모두 반영해야 개선 효과가 늘어난다. 특히 인공지능(AI)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전 세계 대부분의 조직이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데, 일단 모든 데이터를 디지털화하고 나면 그다음엔 데이터를 연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유통 기업이라면 각종 데이터를 결합하고 분석해 소비자가 지금 무엇을 사고 싶어 하는지 파악해 재고, 폐기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소비재 기업이라면 디지털을 활용해 소비자별로 어떤 제품이 가장 적절한지 맞춤형 제안을 내놓는 식으로 매출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기업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각각의 상황에 대처할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최근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은 한 호주 기업과 함께 일했는데, 이 기업은 앞으로 3~5년 뒤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상황 변화를 알려주는 선행 지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에 따른 각각의 대책을 마련했다.

또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시장 다각화다. 공급망부터 소비자, 고객층까지 한 시장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면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예컨대 한 공급 업체에만 의존하고 있다면 이를 다양화하고, 프리미엄 고객만 고집하지 않고 일반 대중으로 확장하는 식의 여러 가지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기후 대응에서 기회 찾아야”

아가왈 대표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기후 위기에서도 기업들이 회복탄력성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아시아 지역 최고경영자(CEO) 50여 명과 반년마다 모임을 갖고 있는데, 최근 1년 사이에 기후와 지속가능성을 최우선 어젠다로 놓는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도 이 부분에서 앞으로 펼쳐질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에 기후 위기 대응이 왜 중요한가.

“크게 서너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자본시장 차원에서 보면 앞으로는 기후 관련 규정을 제대로 지켜야 자금 조달이 쉬워질 가능성이 크다. 뱅크오브아메리카 같은 글로벌 금융기관이 기업 신용도 평가 항목에 지속가능성을 포함하기 시작하면서 이미 기후 위기에 적극 대처하는 기업과 그러지 않는 기업 사이의 자금 조달 금리가 0.2~0.4%포인트씩 벌어지고 있다. 소비자 태도도 변하고 있다. 우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소비자의 20%가량이 친환경 제품에 기꺼이 돈을 더 지불하겠다고 답했고, 많은 경우엔 기존 금액보다 최대 10% 더 비싸도 구매하겠다고 했다. 인재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 밀레니엄 세대 직원 가운데 40% 정도가 친환경과 지속가능성을 실행하는 기업에서 일하고 싶어한다.”

—기업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기후변화 리스크와 기회 요인을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화학 기업엔 탄소배출권 구입으로 인한 수익 감소가 리스크가 될 수 있겠지만, 다른 한편에선 친환경 소재 개발로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기술 확보도 중요하다. 기후 대응 전략을 세우려면 일단 탄소배출량을 측정해야 하는데, 최근 이와 관련해 스코프3(Scope3) 공시를 요구하는 기관이 늘고 있다. 기업에서 직접 배출하는 탄소나 전력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등을 측정하는 스코프1·2와 달리, 스코프3는 직원 출퇴근 시 발생하는 탄소부터 제품을 유통·사용·폐기할 때 나오는 탄소까지 모든 간접 배출을 포함한 개념이다. 전체 공급망과 최종 소비자까지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디지털 데이터 역량을 갖추지 않으면 측정이 쉽지 않다.”

—한국 기업은 잘하고 있다고 보나.

“전반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 있다고 본다. BCG가 MSCI 데이터를 분석해본 결과, 한국은 ESG 관리 최하위 등급 기업 비율이 29%로, 중국(51%), 사우디아라비아(43%), 인도(30%) 다음으로 넷째로 높다. 특히 화학 업종 등 고배출 산업 기업들의 평가 결과가 낮았다. 개선을 위해서는 개별 기업뿐만 아니라 관련 생태계에 있는 모든 당사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도 명확한 관리 기준을 제시하고 정책·재정적인 지원을 해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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