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되찾은 베이징 ‘활기와 불안’

이종섭 기자 2022. 12. 8.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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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 시작한 중국
북적이는 역사 코로나19 방역이 대폭 완화된 중국 베이징에서 8일 지하철을 타려는 시민들로 역사 안이 북적이고 있다.
지하철 PCR 확인 사라지고
쇼핑몰·상점 다시 문 열어
“이제야 좀 정상적인 생활”
일각선 급격한 방역 완화에
‘새로운 감염 파도’ 우려도

중국 수도 베이징이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았다. 적막했던 거리에는 차량과 사람의 통행이 많아지고 상점들도 다시 문을 열었다. 중국이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대폭 완화하고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작하면서 시민들은 되찾은 일상의 자유에 반색하고 있다. 하지만 급격한 방역 완화로 새로운 감염 파도가 몰려올 수 있다는 불안감도 역력하다.

8일 오전 베이징 지하철 1호선과 14호선이 교차하는 따왕루(大望路) 역사 안은 시민들로 북적였다. 출근시간대가 조금 지났지만 지하철 안도 빽빽이 들어찬 승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코로나19 확산으로 많은 직장인이 재택근무에 들어가고 시민 이동이 크게 줄어들면서 한산함을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그동안 지하철을 타려면 반드시 48시간 이내에 받은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가 필요했지만 이를 확인하는 절차가 사라졌다. 지하철에서 만난 한 시민은 “거의 매일 받아야 했던 PCR 검사를 하지 않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생활이 한결 편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동안 문을 닫았던 대형 쇼핑몰과 상점들도 다시 열었다. 매장 영업이 제한됐던 식당들도 정상 영업 중이다. 이날 점심시간대 찾아간 차오양(朝陽)구의 한 쇼핑몰에서는 음식점 매장에 앉아 식사하는 손님들을 적지 않게 볼 수 있었다.

PCR 검사 결과를 요구하는 곳이 크게 줄면서 한 시간 이상씩 걸렸던 PCR 검사소의 대기 시간은 10분 남짓으로 단축됐다. 주거 지역 곳곳을 가로막고 있던 펜스가 사라진 것도 달라진 풍경이다. 최근 감염자가 발생한 차오양구 왕징(望京)의 한 아파트를 찾아봤지만 입구를 막아놓은 철제 펜스나 통행을 제한하는 방역요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중국 방역당국은 봉쇄는 아파트의 동이나 층, 가구 단위로만 할 수 있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한 택시 기사는 “그동안 잦은 봉쇄로 일상이 짓눌렸고 경제적으로도 타격이 컸다”며 “이제야 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여행 수요도 폭발하고 있다. 방역당국이 방역 완화 조치를 발표한 지난 7일 주요 여행사이트에서 겨울철 인기 여행지인 하이난 여행 검색량은 전날보다 450%가량 늘어났다. 다음달 춘제(春節·설)를 전후한 시기 항공권과 기차표까지 검색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급격한 방역 완화가 불러올 후폭풍을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한 직장인은 “방역 완화가 이렇게 한꺼번에 이뤄질지는 몰랐다”며 “경제 상황 등을 생각하면 다른 방법이 없지만 감염이 크게 확산되는 상황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실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중국이 겨울철 감염 확산 시기에 큰 파고를 맞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펑쯔젠(馮子健) 전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부주임은 대규모 감염 파동을 거치며 중국인의 누적 감염률이 80~90%에 이를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놨다. 아시아 거시경제 컨설팅업체 ‘위그램 캐피털 어드바이저’는 이번 겨울 중국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100만명에 달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중국 당국은 조용한 감염 확산을 통한 집단 면역 형성의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글·사진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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