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大入당락 좌우… 이과 응시생 수, 문과 첫 추월

김연주 기자 2022. 12. 8.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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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과 통합’ 2023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 발표

지난달 17일 치러진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과학탐구 응시생이 사회탐구 응시생을 처음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이공계 학과 지망생은 과학탐구를, 인문계 학과 지망생은 사회탐구 과목 시험을 본다. 취업이 잘되는 이공계 학과로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갈수록 늘어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가 8일 목동 본사에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수능 채점 결과 발표를 분석하고 있다. 수능 성적은 수험생들에게 9일 통지한다. 2022.12.8/연합뉴스

올해 수능에서 국어는 지난해보다 평이하게 출제된 반면, 수학은 전년만큼 어렵게 나와 수학이 대입의 당락을 좌우하게 될 전망이다. 이과 학생들이 상위권 대학 인문계 학과까지 접수하는 ‘이공계 침공’ 현상도 작년보다 더 심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수학 잘하는 학생이 좋은 대학에 간다는 사실이 더 명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능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8일 이런 내용의 2023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를 발표했다. 수험생들은 9일 개인 성적표를 받는다.

◇‘과탐’ 응시생 ‘사탐’ 첫 추월… 문·이과 역전

올해 탐구영역 가운데 사회탐구를 응시한 학생은 21만528명(49.96%)이고 과학탐구를 응시한 학생은 21만834명(50.04%)으로, 현행 9등급제 수능 체제가 도입된 2005년 이래 처음으로 과탐 응시생이 사탐 응시생보다 많아졌다. 2005년에는 사탐(63.5%)과 과탐 응시생(36.5%) 비중이 거의 6대4였는데, 매년 과탐 응시생이 늘더니 올해 처음 역전된 것이다.

수능에선 사탐 9개, 과탐 8개 과목 중 최대 2개를 선택할 수 있는데, 통상 이공계 학과에 지원하려면 과탐을 응시해야 한다. 최진규 충남 서령고 교사는 “인문계 학과를 졸업하면 취업이 잘 안 된다는 걸 고등학생들도 다 알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학교에도 3~4년 전만 해도 문과반이 9개 중 5~6개였는데 이젠 거꾸로 이과반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이공계 침공 심화… 만점자 3명 ‘이과생’

올해 수능은 국어는 지난해보다 평이했지만, 수학은 ‘불수능’이었던 작년과 비슷하게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어의 표준 점수 최고점은 134점으로 전년(149점) 대비 15점이나 하락했다. 표준점수는 수험생 개인의 점수가 평균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보여주는 점수다. 만점자가 받는 표준점수 최고점은 통상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으면 높아지고, 시험이 쉬워 평균이 올라가면 낮아진다. 올해 국어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전년보다 낮아졌다는 의미는 그만큼 시험이 평이했다는 뜻이다. 만점자 비율도 작년 0.01%(28명)에서 올해 371명(0.08%)로 늘었다.

반면, 수학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45점으로 전년 147점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만점자 비율은 0.22%(934명)로 전년 0.63%(2702명)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아주 어려운 ‘킬러 문항’은 없었지만 그다음 단계 어려운 문제는 늘어나면서 전체적으로 시험이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국어와 수학 표준 점수가 11점이나 차이 나 똑같이 만점을 받아도 수학을 잘하는 학생이 대입에 유리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수학 성적이 대입 당락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과생들이 서울 지역 상위권 대학의 인문계열 학과에 대거 합격하는 ‘이과 침공’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올해는 작년에 이어 ‘문·이과 통합 수능’이 치러졌다. 과거 수학 영역에서 이과생은 ‘수학 가형’, 문과생은 ‘수학 나형’을 쳤고 각각 성적을 산출했지만, 작년부터는 문·이과생이 시험도 같이 보고 성적도 함께 산출한다. 수학은 공통 22문항과 선택과목 8문항 등 30문항이 출제되는데, 선택 과목은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등 셋 중 하나를 선택한다. 보통 이과생은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하고, 문과생은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다.

교육부는 수학 영역 1등급 학생 중 미적분·기하를 선택한 학생 비율을 밝히지 않지만, 입시 업계는 90%가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문과생보다 수학에서 좋은 성적을 받은 이과생들이 이과생끼리 경쟁하는 이공계열 학과보다 문과생과 경쟁하는 상위 대학 인문계열에 대거 지원, 합격하는 현상이 지난해에 벌어졌는데 올해는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 서울대 신입생 모집에서 인문·사회 계열 학과 최초 합격생의 44.4%가 ‘이과생’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수능 전 과목 만점자는 재학생 2명, 재수생 1명 등 총 3명으로 지난해(1명)보다 늘었다. 3명 모두 탐구영역에서 과탐을 선택한 이과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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