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탄 콘크리트’ 아파트 불안한데…국토부, 의무검사 또 연기

양연호 기자(yeonho8902@mk.co.kr) 2022. 12. 8.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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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분함량 검사 3개월 후 적용
업계 “사실상 유예조치” 반발
붕괴 발생한 화정아이파크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물의 양을 많이 탄 불량 콘크리트가 최근 국내에서 잇달아 발생한 건물 붕괴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정부가 콘크리트 품질관리 강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수차례 유예기간을 부여하면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건설 현장에서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8일 건설자재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건설현장에 반입되는 콘크리트의 수분 함량을 측정하는 ‘단위수량 검사’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건설공사 품질관리 업무지침’ 개정안을 지난달 29일부터 오는 19일까지 행정예고했다. 개정안은 콘크리트 120㎥마다 혹은 배합이 바뀔 때마다 단위수량 검사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때 콘크리트 1㎥ 중 포함된 물의 양이 185㎏을 넘어서는 안 된다. 실제 붕괴 건물에서 채취한 콘크리트 대다수가 설계 기준 강도의 85% 수준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원가 절감과 작업 용이성 등을 위해 관행으로 굳어져왔던 ‘가수(加水)’가 콘크리트 강도를 떨어뜨리는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분석에 따라 단위수량 검사를 의무화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물을 탄 콘크리트에 대해 당분간 더 면죄부를 주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개정안을 시행일로부터 3개월 경과 후 최초로 입찰공고하는 건설공사부터 적용한다는 국토부 방침이 발단이 됐다. 앞서 지난 9월 국토부는 단위수량 검사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긴 콘크리트공사 표준시방서 개정안을 고시하면서 시행시기를 3개월 유예한 바 있다. 시험장비 수급 및 사전 테스트 등 건설현장의 준비 상황을 고려한 조치였지만 정작 이번에 3개월이라는 유예기간을 재차 부여하면서 정부의 콘크리트 품질관리 강화 정책이 지속적으로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업계는 국토부의 주장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표준시방서와 건설공사 품질관리 업무지침의 성격이 유사하고, 표준시방서상 단위수량 검사가 이미 시행되고 있는 만큼 시행 시점을 미룰 명분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한 건설자재업계 관계자는 “지난 1일 단위수량 검사 시행이 예고된 데 따른 준비가 현장에서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는데 다시 3개월 유예기간을 주겠다는 업무지침이 나오자 당황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한승 한양대학교 스마트융합공학부 교수는 “지금 당장 콘크리트가 제조돼 현장에 적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3개월 후 최초로 입찰하는 공사부터 품질관리 강화 지침을 적용한다는 것은 향후 2-3년간 콘크리트 품질은 담보할 수 없다는 얘기”라며 “정말 어렵게 콘크리트 품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됐는데 정부가 오히려 불량 콘크리트 양산을 봐주겠다는 의미로밖에 읽히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개정 이전에 시행 중인 공사는 단위수량 검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등 복잡한 가이드라인을 국토부가 내놓자 건설사와 레미콘사 모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통상 건설공사가 착공부터 완공까지 2~3년 정도가 소요되는데 이에 따라 개정안이 실제 현장에 적용돼 안착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한 레미콘 업체 관계자는 “당분간 불량 콘크리트가 계속해서 양산될 수 있다는 얘기여서 사실상 ‘제도 유예와 다를 바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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