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시대, 목숨을 건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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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즘 시대는 영화의 단골 배경이다.
이미 숱한 작품들이 시대를 고증했지만 영화 '페르시아어 수업'은 새로운 발상으로 이야기의 힘을 보여준다.
하지만 수업이 반복될수록 질의 미심쩍은 페르시아어 실력은 의심을 키운다.
'페르시아어 수업'은 원작의 인물과 관계를 재설정해 제작한 만큼 각 인물에 대한 깊은 탐구가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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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수용소에 끌려가 독일군 장교 만난 유대인, 페르시아인 행세로 위기 넘겨
장교에 가짜 언어 가르치며 피나는 노력으로 생존… 아슬아슬한 긴장감 속 묵직한 여운
질은 수용소에 끌려가 독일군 장교 코흐(라르스 아이딩어)를 만난다. 그는 살아남고자 페르시아인 행세를 하며 자신이 만들어낸 ‘가짜 페르시아어’를 코흐에게 가르친다. 하지만 수업이 반복될수록 질의 미심쩍은 페르시아어 실력은 의심을 키운다.
코흐는 포악한 나치 장교이지만, 그 역시 페르시아어를 배워 종전 후 테헤란에서 식당을 개업하고 싶다는 소소한 꿈을 가진 인간일 뿐이다. 의심으로 얼룩졌던 코흐와 질의 관계는 기묘한 우정으로 변모한다. 코흐는 독일어로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어느새 ‘가짜’ 페르시아어로 내뱉으며 결여됐던 인간성을 회복한다. 영화를 보는 동안 1994년 작 ‘쉰들러 리스트’가 떠오르는 이유다. 바딤 피얼먼 감독은 “우리는 모두 다 같은 사람이라는 점을 보여주려 했다. 모두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끔찍한 증오 행위, 사악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했다”며 “언제나 절대 선과 절대 악 그 중간쯤에 있는 것이다. 제 영화 속 인물들을 언제나 다양한 각도에서 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질에게 이 일방적 우정은 그저 생존 수단일 뿐이며, 오히려 공포와 두려움에 가깝다. 시간이 지날수록 홀로 살아남았다는 질의 죄책감은 더욱 커진다. 영화는 질과 코흐의 비틀린 관계성을 통해 긴장감을 극대화하면서 분별력을 상실한 명령과 그 집단의 어리석음을 보여준다.
영화는 역사가 미처 담지 못한 이름들도 조명한다. 질은 코흐 지시로 포로들 명부를 작성하는 일을 해가며, 이들 이름을 따 가짜 페르시아어를 만들어왔다. 누군가의 이름은 페르시아어로 ‘배고픔(에르토)’이 됐고, 누군가는 ‘희망(브라모)’이, 또 다른 이는 ‘인내심(안코)’이 됐다. 영화 말미 나치독일은 만행을 지우기 위해 모든 명부를 불태웠지만 주인공은 2500여개의 이름을 나직이 나열한다. 흔적을 지우려 해도 수많은 이름은 거기에 있었고, 이들을 어루만짐으로써 역사의 비극을 증명하는 결말은 묵직한 여운을 선사한다.
실제로 감독은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 프랑스인 희생자들 이름을 기반으로 극 중 가짜 페르시아어를 만들었다. 이처럼 가짜 페르시아어를 마치 진짜 언어로 작품에 등장시키는 데에는 제작진과 출연 배우 노력이 컸다. 제작진은 가짜 페르시아어를 구현하고자 학자들 조언을 받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 이 언어는 동양적이면서도, 문법적으로 일관성이 있도록 만들어졌다. 두 주연 배우는 자연스러운 언어 구사를 위해 카메라 밖에서도 가짜 페르시아어 수업을 진행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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