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침체기 혁신전략, 주4일 근무제는 어떠한가

신기섭 2022. 12. 8.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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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와 고금리 물결 속에 전세계가 경제침체에 직면하고 있다.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9.1점이었고, 전체 응답자 458명 중 444명은 주4일 근무제를 계속하고 싶어 했다.

이런 결과에 고무돼 기업체 18곳(67%)은 주4일 근무제를 계속하기로 했고 7곳은 주4일제를 지속할 계획이지만 최종 확정 전이라고 답했다.

'오래 일해야 돈을 더 번다'고 철석같이 믿는 경영자들은 이런 주4일제 성공 사례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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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즈모폴리턴]

지난 5월 말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주4일제 효과성을 주제로 논의 중인 패널들. 누리집 갈무리

[코즈모폴리턴] 신기섭 | 국제뉴스팀 선임기자

고물가와 고금리 물결 속에 전세계가 경제침체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전형적인 경영자들은 ‘더 아끼고 더 오래 일하는 것’부터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노동시간을 줄여보면 어떻겠냐고 한다면 아마도 ‘철없다’고 치부할 것이다. 정말 현실을 모르는 소리일까? 6개월 동안 주4일 근무제 실험을 진행한 미국과 유럽의 경영자들이라면 그렇지 않다고 자신 있게 반박할 것이다.

뉴질랜드 기업가 앤드루 반스가 세운 비영리기관 ‘주4일 근무 글로벌’(4DWG)은 기업 70곳과 함께 6개월씩 주4일 근무제를 실험했다. 지난 9월 말까지 실험을 끝낸 33개 기업 분석보고서의 결론은, 임금감소 없이 주5일제를 주4일제(32시간 근무)로 줄였더니 노동자는 물론 경영자도 매우 만족했다는 것이다. 실험 뒤 마지막 설문에 응한 27개 기업은 노동시간 감축의 전반적 영향에 10점 만점에 9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줬다. 또 생산성 향상 효과에는 7.7점을, 경영실적 향상에는 7.8점을 줬다.

객관적 평가가 가능한 매출자료를 공개한 16개 기업은 6개월 새 매출이 평균 8.14% 늘었다. 6개월 동안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55% 늘었다.(경제상황 등 다른 변수들이 있기에, 매출 증가를 전적으로 주4일제 덕분으로 볼 수는 없다.) 매출이 증가하는데 노동시간은 줄면서 직원 수는 12.66% 늘었다. 직원 만족도가 높은 건 말할 것도 없다.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9.1점이었고, 전체 응답자 458명 중 444명은 주4일 근무제를 계속하고 싶어 했다.

이런 결과에 고무돼 기업체 18곳(67%)은 주4일 근무제를 계속하기로 했고 7곳은 주4일제를 지속할 계획이지만 최종 확정 전이라고 답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달 초 6개월 실험을 끝낸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이번 실험 결과는 참여 기업들의 규모와 업종이 다양하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만하다. 업종별로는 정보기술(36%)이 가장 많았지만, 제조업·건축업·식품업 기업들도 여럿 있었다. 직원 수는 10명 이하부터 101명 이상까지 다양했다.

영국 노퍽에 있는 즉석식품(피시앤드칩스) 판매업체 플래튼스의 사례는 특히 흥미롭다. 이 회사는 여름철 해변가로 몰려드는 관광객들에게 빠르게 음식을 제공하는 등 노동집약적인 업무가 주를 이루는데도 주4일제에 잘 적응했다. 이 기업 소유주 루크 플래튼은 <파이낸셜 타임스> 인터뷰에서 음식조리 속도로 생산성을 평가하는 게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해 고객만족도와 직원의 무단결근율 등을 판단지표로 삼았다며 직원들 충성도가 크게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와이엇 와츠 팀장은 처음엔 식기세척 같은 업무와 직원관리를 더 짧은 시간에 해내는 게 벅찰까 봐 걱정했지만 예상보다 쉽게 적응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름철 최성수기에 잠시 주5일제로 돌아갔을 때는 갑자기 여유가 생겼다고 느낄 만큼 업무효율이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오래 일해야 돈을 더 번다’고 철석같이 믿는 경영자들은 이런 주4일제 성공 사례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노동시간을 줄이지 않을 핑계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바로 이 때문에, 남들이 시도하지 않는 전략으로 경쟁자보다 앞서고 싶은 기업인이라면 이 실험을 진지하게 따져볼 가치가 있다.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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