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지워지고 뭉개져도…이페로 '크리스마스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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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세티아'라고 한다.
한겨울에 찾아오는 꽃이다.
성탄절 장식에 늘 등장해 '크리스마스 꽃'이란 애칭을 얻었다.
지워지고 뭉개져도 '크리스마스가 온다'(2022)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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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미각의 욕구 내보이던 작업서
욕망 쌓는 일의 부질없음 일깨워내
묘사한 대상, 완성 직전 형체 지워
"모호해지니 삶의 실체는 명료해져"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포인세티아’라고 한다. 한겨울에 찾아오는 꽃이다. 벨벳 같은 부드러움과 우아함을 동시에 입었다. 그래선가. 성탄절 장식에 늘 등장해 ‘크리스마스 꽃’이란 애칭을 얻었다. 그런데 그 아름다운 자태를 왜 저리 지워내야 했을까.
작가 이페로는 음식과 밥상에 관심이 많다. 속사정은 복잡하지만 이유는 간단하다. 오랜 시간 작가를 힘들게 해온 건강문제에서 벗어나고 싶은 열망 때문이었다는 거다. “음식으로 섭생하는 생명의 작용을 이해하고 스스로와 보는 이들에게 ‘치유의 열쇠’를 건네주려” 했다고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생각과 표현이 바뀌었다. 음식 또는 미각을 펼쳐내며 욕구를 내보이는 대신, 그런 식으로 욕망을 쌓아내는 게 얼마나 부질없는가란 일깨움이 작용했다는 건데.
문지르는 듯 형체를 지우는 작업은 그때부터란다. 그렇게 모든 것이 모호해졌을 때 삶의 실체는 오히려 명료해지더라고 했다. “오랜 시간 공들여 꼼꼼하게 대상을 묘사해 그린 다음 완성 직전에 한번의 붓질로 무너뜨릴 때는 시원하면서 짜릿하더라”고. 그렇다고 본바탕까지 없앨 수야 있겠나. 지워지고 뭉개져도 ‘크리스마스가 온다’(2022)지 않는가.
10일까지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50길 라흰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스와이프 아웃’(Swipe Out)에서 볼 수 있다. 대상을 세밀하고 입체감 있게 그린 다음, 스트로크를 크게 해 쓱 밀어버리는, ‘그림을 지우는 행위’로 만든 회화작품 20여점을 걸었다. 캔버스에 혼합재료. 72.5×60㎝. 라흰갤러리 제공.
오현주 (euano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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