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물갈이 신호탄] 금감원장 말 속에 뼈가 있었네… 금융지주 회장들 가시방석

강길홍 2022. 12. 8.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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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 新 관치 외풍에 세대교체
조 회장 면접까지 참여 이례적
우리금융·농협지주 회장 촉각
이복현발 '금융권 물갈이' 예고

신한금융그룹이 '신(新)관치' 외풍을 피하지 못했다. 조용병 현 회장이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나는 모양새지만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세대교체'를 원하는 금융당국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리금융 NH농협금융 등 다른 금융지주들도 금융당국의 신호에 촉각을 곤두서는 모습이다.

그동안 금융권에선 조 회장의 3연임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조 회장은 8일 개인 면접 과정에서 스스로 후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조 회장은 면접에서 "세대교체 등을 위해 용퇴하겠다"며 자신을 후보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진사퇴 이유에 대해 "사모펀드 사태로 직원들이 징계도 많이 받고 회사도 나갔다"면서 "나도 제재심에서 주의를 받았지만, 사모펀드와 관련해 총괄적으로 책임을 지고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대교체를 강조하면서 "할 수 있는데 나가는 것과 할 수 없이 나가는 것은 다르다"며 "개인적 자존심 문제이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신한금융그룹 역시 조 회장의 자진 사퇴를 강조하고 있지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거센 CEO 세대교체 압박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의 CEO 교체 요구가 이사회와 사외이사 등에게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심복이라는 평가를 듣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권 CEO 선임과 관련, 연일 수위 높은 발언을 내뱉고 있다. 지난달 14일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불러 모아 "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 승계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원장은 "내부통제 기준을 잘 마련하고 이행했다고 판단할 분이 CEO로 선임돼야 하며, 그렇지 못한 분이 경영을 하게 되면 감독 권한을 타이트하게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인사가 이뤄지면 금감원의 칼날을 들이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1년 넘게 미루고 있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라임펀드 사태 제재 여부를 연임 도전 시기에 제재로 결정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손 회장이 징계 취소 소송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자 이 원장은 "현명한 판단"을 강요하며 사실상 소송 포기를 압박했다.

이 원장은 지난 7일에도 "금융당국이 카운터 파트로서 금융기관의 CEO 선임에 있어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리스크를 안 보는 건 더 이상하다"면서 "CEO 리스크 관리를 하는 건 금감원의 재량이 아닌 책무"라고 강조했다.

금융사 CEO 선임 과정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조 회장 재임 기간 동안 신한금융그룹에서 불완전판매와 이상 외환거래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있었던 점도 문제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일 이어지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결국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와 사외이사들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회사가 CEO를 결정하는 것은 회사 내부에서 하는 일이고 금융당국이 개입하는 것은 전혀 없다"면서 "다만 향후 문제의 소지가 있으면 금융당국 입장에서 당연히 들여다봐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외풍'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것으로 평가됐던 신한금융도 신관치를 피해가지 못하면서 금융권 CEO 물갈이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금융지주와 시중은행 CEO의 임기가 올 연말부터 줄줄이 만료되는 탓이다. 5대 금융지주 중에서는 신한금융과 함께 우리금융·NH농협금융이 회장 임기 만료가 임박했다.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올해 말 끝나고,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조 회장과 마찬가지로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임기도 내년 1월 2일 만료된다.

당초 연임에 무게가 실렸던 손병환 회장은 최근 연임 포기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의 자리는 윤석열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손태승 회장도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연임 도전을 고심하고 있다. 다만 벌써부터 정치권 낙하산 인사들이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오는 16일 예정된 우리금융지주의 정기 이사회에서 차기 회장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기업은행은 윤 행장의 후임으로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과 김성태 기업은행 전무, 최현숙 IBK캐피탈 대표 등이 거론된다. 노조는 외부 출신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면 출근 저지 투쟁 등을 벌이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강길홍기자 sliz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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