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칼럼] 서해 공무원 피살과 통치행위 논란

입력 2022. 12. 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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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2020년 9월 22일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 이대준이 남쪽 해역에서 실종된 후, 북한의 황해도 지역에서 인민군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당시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대준의 자진 월북으로 발표했지만, 당시 여러 정황을 분석하는 가운데 자진 월북인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었고 정권이 교체된 이후 논란은 더욱 커졌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유족들의 고소에 따라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었으며, 감사원 조사에서는 자진 월북이 아닌 것으로 결론 내리는 등 사건이 확산되었다. 특히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해 본인이 최종 승인한 것이라고 하면서 도를 넘지 않기를 바란다는 발표를 했다. 이를 두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간접적으로 통치행위임을 주장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통치행위란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작용으로서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하기에 부적합할 뿐만 아니라, 비록 그에 관한 사법적 판결이 있는 경우에도 그 집행이 곤란한 성질의 행위를 말한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고도의 정치성으로 인하여 사법적 판단에 부적합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적지 않았다.

과거 군주국가에서 상당히 넓게 인정되었던 통치행위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확립된 이후 그 인정 범위가 대폭 축소되었다. 대통령도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하는데, 통치행위를 주장함으로써 이를 벗어날 수는 없다는 점 때문이다. 그 결과 오늘날 민주국가에서 통치행위로 인정되는 것은 외교행위 이외에는 찾기 어렵다.

우리 헌법재판소도 김영삼 전 대통령의 금융실명제 실시를 위한 국가긴급권인 긴급재정·경제명령을 발동한 것에 대해서도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인정하였다. 다만,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 파병에 대해서는 고도의 정치성을 이유로 사법심사를 회피한 바 있다.

외교행위라는 제한된 범위에서나마 통치행위가 여전히 인정되고 있는 것은 외국과의 관계에서 국익을 고려한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라크 파병의 경우도 당시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고도의 정치적 결정을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삼기 부적절하다는 점이 헌법재판소가 이를 통치행위로 인정하였던 가장 중요한 이유였다.

그런데 이러한 외교행위의 범위에 북한과의 관계가 포함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남북한 관계는 통일을 지향하는 분단국가의 특수관계로 널리 인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과거 김대중 정부의 대북 비밀송금이 문제 되었을 때도 제기된 바 있었다. 그러나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본인의 결정임을 인정하지 않았고, 결국 박지원, 임동원 등의 사법처리로 마무리되었다.

이와는 달리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자신의 결정임을 밝혔으니, 통치행위로 인정될 수 있을까? 또한, 이와 관련하여 서욱 전 국방부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등에 대한 수사는 중단되어야 할까? 여기에는 남북한 관계에 대해 통치행위를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을 제외하더라도 두 가지 중요한 문제가 있다.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할 사항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의 핵심이 당시 정부가 국민의 피살에 대한 후속조치로서 북한에 압박을 가하는 등 남북한 관계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치를 취했는지의 여부가 아니라, 자진 월북으로 조작한 것인지 아닌지에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조작이 통치행위로서 고도의 정치성을 갖는 것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더욱이 자진 월북으로 조작한 것이 사실이라면 희생자인 이대준은 물론, 유가족들의 명예에 대한 불법적인 침해이며 순직 처리 및 연금, 보상금 등과 관련한 인권침해도 문제된다.

또한, 통치행위 논란이 수사기관의 수사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어떤 국가작용이 통치행위에 해당하는지는 사법부가 판단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수사 단계에서 통치행위임을 이유로 수사를 종결할 수는 없다. 즉, 서해 공무원 피살과 관련한 수사는 통치행위 주장에 의해 영향을 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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