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행복은 지금 여기, 내 인격의 크기만큼 온다"

박준호 기자 입력 2022. 12. 8. 18:2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00세 철학자의 행복론
김형석 지음, 열림원 펴냄
성실·노력·감사·긍정·희망의 가치로
인격 갈고 닦으며 이웃 섬겨야 누려
사랑 없는 곳엔 행복도 머물지 못해
"죽음은 삶의 완성···기쁨 주고 살았으면"
[서울경제]

대한민국 서양 철학자 1세대 중 한 명인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요즘 젊은 세대에게 ‘100세 철학자’로 더 유명하다. 기독교적 실존주의를 기반으로 인간의 삶을 이야기한 ‘고독이라는 병’ ‘영원과 사랑의 대화’ ‘백년을 살아보니’ 등 베스트셀러 수필도 남겼다. 그는 나이를 먹을수록 일하는 목적이 ‘행복하고 인간답게 살자는 것’ 한 가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방송에 나와 행복론을 설파하기도 했다. 신간 ‘100세 철학자의 행복론’은 그가 아예 행복이라는 화두만으로 쓴 에세이집이다. 책에서 김 교수는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서 깨달은 행복의 철학을 전한다.

책은 성실과 노력, 감사와 사랑, 긍정과 희망, 여유와 건강 등 우리 삶에서 행복을 부풀려주는 가치들에 대한 자신만의 소회, 그 동안 경험했던 행복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담아낸다. 책에서 꺼내놓는 과거의 경험들이 102세가 되도록 살아온 긴 세월만큼이나 넓고 다양하다는 점도 책의 재미를 더한다. 김 교수는 1920년 평안북도 운산에서 태어나 평안남도 대동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고교 시절 도산 안창호 선생의 설교를 들었으며, 윤동주 시인과 동문수학하며 자랐다. 덕분에 책에는 일제강점기 평양 숭실학교에서 만난 선교사 출신 교장 선생님의 경험과 광복 후 국문학자 양주동과의 에피소드, 2000년대 초반 같은 철학자인 김태길 서울대 교수와의 일화가 공존한다. 여러 세대를 살아낸 사람의 연륜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지난 3일 열린 책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열림원

오랜 경험과 연륜의 결과로 그가 말하는 행복론은 ‘인격이 최고의 행복’이라는 점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윤리학’에서 맺은 결론과 같으며, 내 인격만큼 행복을 누리게 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교수는 “인격을 계속해서 갈고 닦으며 이웃을 섬길 줄 아는 사람은 그 인격적인 삶에서 오는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인격은 행복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행복을 창조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라고 조언한다. 또한 행복이 머무는 곳은 현재이며, 지금 여기에 머무는 행복이 진짜 행복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행복을 목적으로 삼고 인생이 행복을 향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며 성장과 노력의 과정에서 행복을 찾아 누려야 한다고 덧붙인다.

젊은 세대에게는 “무한의 가능성을 개척해 가는 세대로 거듭나야 한다”며 100세를 넘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교훈이 ‘하라’라는 말이라고 말한다. 김 교수의 경험과 시선에서 노력하면 안 될 것이 없고, 하면 못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일을 하면서 사회적으로 인격이 성장하는 과정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일과 사적인 시간을 구분하면서 여흥의 시간을 확실히 함으로써 마음의 여유도 챙겨야 한다는 말도 전한다. 미국 보스턴에 머물던 시절 백발의 지휘자가 수십 년간 활동한 오케스트라에서 은퇴하는 공연에서 30분이나 이어진 박수 속에 축하를 받던 모습을 떠올리며 ‘아름다움을 주고 아낌을 받을 수 있는 삶’의 귀함을 곱씹기도 한다.

책은 이처럼 행복에 가닿기 위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전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강조하는 요소는 책의 처음에서부터 언급하는 ‘사랑’이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정의라고 생각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사랑은 정의보다 강하며, 정의를 완성시키는 가치가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밝힌다. 더 나아가 사랑이 없는 곳에 행복이 머물지 못하며 사랑의 척도가 행복의 표준이라고 말한다.

신간 ‘100세 철학자의 행복론’을 발간한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 사진 제공=열림원

책은 마지막으로 갈수록 인간의 삶과 죽음, 그에 따른 불안에 대해 이야기한다. 종종 만나던 동료 학자를 부고로 접하면서 적막감과 허전함에 빠지기도 하고, 늙으면 깊은 정에 빠질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공감하면서 “아름다운 것은 고독과 허무를 연상케 한다”고 읊조린다. 하지만 김 교수는 영문도 모르고 내던져져 불안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생각의 방향을 부정에서 긍정으로, 불안에서 믿음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돌려보자고 제안한다. 주변에는 이유, 조건 없이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죽음에 대해서도 “삶의 완결이자 완성”이라며 “마지막까지 일하고 남에게 기쁨과 도움을 주면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소원”이라며 긍정하게 된다. 1만6500원.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