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中 권력층, 상하이방 가고 시자쥔 시대 도래

박영서 2022. 12. 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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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주석 등 중국 지도부가 장쩌민 전 주석의 시신을 향해 조의를 표하고 있습니다. AP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타계한 고(故)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의 추도 대회가 끝나면서 이제 그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14억 중국인들은 일제히 묵념을 올리며 그를 떠나보냈습니다. 이로써 중국 정계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정치 파벌인 '시자쥔(習家軍)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견제세력이 특별히 없어 이 시대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전망입니다.

지난 6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장 전 주석 추도대회가 중국 공산당 중앙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국무원,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중앙군사위원회 공동 주관으로 거행됐습니다.

국장(國葬) 격인 추도대회 개시와 함께 14억 전 중국인들은 3분간 묵념했습니다. 동시에 전국에서 경적과 방공 경보가 울렸습니다. 묵념이 진행되는 3분 동안 중국에서 주식과 선물, 외환 등 모든 금융시장이 거래를 중단했지요.

시 주석은 40여 분 분량의 추도사에서 "우리가 장쩌민 동지를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것은 그가 일평생 심혈과 정력을 중국 인민에게 바쳤기 때문"이라며 애도했습니다. 이어 톈안먼(天安門) 유혈진압 직후인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 중국이 서방의 제재를 받았던 시기를 거론하면서 "당시 장쩌민 동지는 당을 이끄는 최고 지도자로서 개혁개방을 견지하고 이데올로기 사업을 전면적으로 강화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시 주석의 추도사 낭독에 이어 참석자들은 영정 사진을 향해 3차례 허리를 굽혀 절하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습니다. 중국 국내 전역과 해외의 중국 대사관·영사관 등 재외공관 및 기타 재외기관은 이날 조기(반기)를 게양했습니다.

공공 오락 활동이 하루 동안 금지됨에 따라 유니버설 베이징 리조트는 이날 폐쇄됐고, 중국 주요 게임업체들도 6일 0시부터 24시간 동안 온라인 게임 서비스를 중단했습니다.

네티즌들은 장 전 주석 캐리커처와 추모 글을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며 고인을 애도했습니다. "장 할아버지, 편히 쉬세요", "영원히 당신을 마음에 새기겠습니다"와 같은 추모글들이 잇달아 올라왔습니다.

고인은 1989년 톈안먼 사태라는 격동을 거쳐 최고 지도자에 올랐지요. 마오쩌둥(毛澤東), 덩샤오핑(鄧小平)을 이은 중국의 3세대 지도자였습니다. 그는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노선과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숨긴 채 실력을 키움) 노선을 계승하면서 중국의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그는 시장 개혁과 국제무역 규정을 추구해 중국이 결국 미국과 맞먹는 주요 2개국(G2)으로 올라서도록 이끌었습니다. 13년 집권 기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4배 뛰어올랐고, 2001년 12월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후 20년간 중국의 경제는 12배 커졌습니다. 이는 그의 주요한 업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그는 8개 국어를 구사했었지요. 영어, 러시아어, 루마니아어, 스페인어, 일본어, 프랑스어, 독일어 그리고 파키스탄과 인도에서 사용하는 우르두어입니다. 독서가·장서가로도 유명했습니다. 이러한 외국어 실력과 박학다식은 정상들의 외교무대에서 큰 효과를 냈었지요.

반면, 그의 집권기에는 부패가 만연했고 정치 개혁은 부재했습니다. 이에 따라 빈부격차는 급속히 커졌고 배금주의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정치파벌인 상하이방(上海幇·상하이 출신 당정 고위급 그룹)이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상하이 출신 인사들을 대거 발탁해 상하이방을 만들고 키웠습니다.

시 주석은 집권하자 반부패 캠페인을 펼쳐 상하이방을 제거하기 시작했습니다. 상하이방은 지리멸렬해졌고 이제 그가 사망함으로써 소멸의 운명을 걷게 됐습니다.

이제 중국 정계에서 시자쥔 이외의 정치 파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정쩌민 전 주석의 죽음으로 당 내부에서 시 주석을 제어할 원로들도 모두 사라졌으니 시 주석의 '1인 천하'는 더 단단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시진핑 1인 체제로 인한 리스크도 당연히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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