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대 오른 文케어···뇌혈관·뇌 MRI 건보 적용 3→2번 축소

임지훈 기자 2022. 12. 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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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건보 개편안' 발표
건보 수지 내년부터 적자 전망에
MRI·초음파 건보범위·횟수 축소
'의료 쇼핑' 땐 본인부담률 90%
고가약 효과없으면 제약사 환급
"의료 접근성 떨어뜨릴것" 우려도
사진 제공=이미지 투데이
[서울경제]

A 씨는 최근 두통·어지럼증을 느껴 신경학적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아무 이상이 없었지만 의사의 권유로 뇌·뇌혈관 2종류의 자기공명영상(MRI)을 촬영했다. B 씨는 복부 불편감, 갑상선 결절 등을 이유로 하루 동안 상복부·방광·여성생식기·유방·갑상선 5개 부위를 같이 검사 받았다.

보건복지부가 8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공개한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및 필수의료 지원 대책’은 이 같은 과잉 진료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건보 보장성 강화 정책은 의료 접근성 제고라는 순기능이 있지만 과잉 진료도 유발해 건보 재정 건전성의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복지부의 진단이다. 다시 말해 ‘문재인케어’를 수술대에 올린 것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번 대책 수립 배경과 관련해 “건보 지출 급증과 재정 누수로 수지는 내년에 적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과감한 지출 효율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에 따르면 건보 지출이 급증하면서 최근 5년간(2018~2022년) 건보료 증가율은 2.7%로 그 전 5년간(2013~2017년) 증가율 1.1%의 2.5배에 달한다. 보험료 증가에도 불구하고 과잉 의료 이용과 일부 외국인의 무임승차, 자격 도용 등에 대한 재정 누수 억제 방안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실정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8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및 필수의료 지원 대책 공청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우선 과잉 의료 이용을 야기해 건강보험 재정 누수의 주범으로 꼽혀온 초음파·MRI 검사의 보험 적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MRI·초음파 검사 진료비는 문재인 정부 때 건보 적용이 확대되면서 2018년 1891억 원에서 2021년 1조 8476억 원으로 3년 만에 10배로 수직 상승했다.

복지부는 과잉 초음파·MRI 검사를 줄이기 위해 1회 뇌·뇌혈관 MRI 검사 시 찍을 수 있는 복합 촬영 종류를 3가지에서 2가지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초음파의 경우 같은 날 여러 부위 검사 시 최대 건보 적용 횟수를 설정하기로 했다. 특히 수술 위험도 평가를 위한 상복부 초음파 검사는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에만 급여를 적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당초 건보를 적용할 예정이었던 근골격계 초음파·MRI 검사는 의료적 필요도와 이용량을 분석해 필수 항목에만 제한적으로 급여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약품 및 치료 재료와 요양병원 급여비 관리도 강화한다. 정부는 2020년 7월 복제약(제네릭) 약가 제도 개편 이전에 등재된 약제에 대해서도 약가 차등 적용 기준을 확대 적용해 최대 22.5%까지 가격을 인하하기로 했다. 특허 만료 만성질환 약제 등은 외국 약가와 비교해 재평가한다. 고가 약은 신규 등재 시 다양한 유형의 위험 분담제를 적용해 효과가 크지 않을 경우 약가를 돌려받도록 계약하기로 했다.

일정 수준 이상 과도하게 외래 의료를 이용한 사람에게는 현행 20~60%인 본인 부담률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연간 365회 초과 이용자는 본인 부담률 90%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진료를 과도하게 많이 이용해 건보 재정에 부담을 주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다. 또 암 등 중증·희귀 질환자가 중증 질환이나 합병증 진료를 받을 때 낮은 본인 부담률을 적용하는 ‘산정특례’ 제도도 관련성 낮은 질환은 제외하도록 대상 범주를 명확히 하기로 했다.

정부가 의료계와 제약·바이오 업계, 일부 환자의 불만을 감수하면서 지출 효율화를 단행하는 것은 건보 재정이 악화일로이기 때문이다. 정부에 따르면 건보 수지는 올해 1조 원 흑자를 마지막으로 내년부터 적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매년 적자 폭을 키우면서 현재 21조 2000억 원의 적립금은 2028년 고갈과 동시에 6조 4000억 원의 마이너스 상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공청회에서 정부 정책 방향이 공개되자 일각에서는 건보 보장성을 후퇴시켜 의료 접근성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성명을 통해 “한국의 의료 보장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인데도 ‘재정 건전화’를 빌미로 보장성을 축소하려는 퇴행을 시도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임인택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번 대책은 보장성을 합리화하는 것이 목적이지 국민 혜택을 줄이는 취지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임지훈 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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